비엔나 워킹 투어/제4일 투어

12. 투후라우벤 (Tuchlauben) 2

정준극 2007. 4. 11. 15:11

투후라우벤 (Tuchlauben)

 

투흐라우벤 - 나글러가쎄 코너건물의 소녀 조각상 

 

슐터가쎄에서 나오자마자 투후라우벤에 있는 건물이 20번지이다. 이 건물 역시 세기말의 전형적인 양식이다. 다만, 건물의 한쪽 모퉁이에 있는 현관 위쪽의 벽감에 16세기 시대의 농부가 모자와 만토를 걸치고 난로가에서 몸을 녹이는 조그마한 조각작품이 있다. 원래 이 집은 겨울집(Winterhaus)이라는 맥주집이었다. 그래서 겨울을 표현하는 그런 조각품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예부터 투후라우벤 거리는 시장이었다. 한쪽은 농산물시장이었고 다른 한쪽은 수산물시장이었다. 자연히 길거리에 나와 물건을 파는 농부와 어부들 사이에 경쟁심이 작용했다. 하지만 언제나 농부들이 우세했다. 어부들은 이모저모로 차별대우를 받았다. 나라에서도 생선장수들에게만 적용하는 법을 만들어 차별했다. 생선장수들은 모자를 쓰거나 코트를 입고서 장사를 하면 안된다는 법이었다. 추위에 떨어야했던 생선장수들은 사람들과 흥정하는 시간이 없어서 생선을 대충 팔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별난 법도 다 있었다. 맥주집인 겨울집의 간판에 그려진대로 난로의 불을 쬐는 사람은 생선장수였을 것이다. 이 또한 어부들을 조롱하기 위한 그림이라고 해석할수 있다.

 

투흐라우벤과 밀르흐가쎄 코너

 

투후라우벤 19번지는 겉모습부터 18세기 건물이라는 것을 알수있다. 이 집은 비엔나의 일반적인 건물과 다를바가 없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던 집이었다. 그러다가 1979년에 집 내부에서 놀랄만한 벽화가 발견됨으로서 대단한 관심을 끌게 되었다. 1400년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였다. 그렇다면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세속화(우리로 치면 민화)라고 볼수있다. 15세기 당시에 종교화 대신에 일반 시민들의 생활을 담은 민화를 그릴수 있다는 것은 일대 모험이었다. 벽화(프레스코와)의 내용은 유명한 음유시인 나이다르트 폰 로이엔탈(Neidhart von Reuenthal)가 지은 시의 내용을 표현한 것이다. 현재 이 집은 비엔나시가 지정한 기념관이 되어있다. 거의 6백년전의 민속화를 볼수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벽화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도록하자.

 

나이트하르트 프레스코

 

벽화에는 여러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농민들이 모의 무술시합을 벌이는 장면이다. 당시로서 농민들이 무술시합을 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무술시합은 기사들과 귀족들만이 할수 있는 게임이었다. 만일 농민들이 무술시합을 한다면 그건 기사들과 귀족들을 조롱하는 것으로밖에 생각할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명의 작가는 농민들의 무술시합 장면을 벽면에 그렸다. 대단한 용기와 풍자가 아닐수 없다. 다음 그림은 볼 게임을 하는 장면이다. 이긴 사람이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차지한다는 내용이다. 독일 지방의 오래된 민속전통을 재현한 그림이다. 이 또한 농노계급으로서는 해당이 안되는 사항이었따. 또 다른 그림은 아가씨가 거울을 잃고 수심에 잠겨있는 장면이다. 여인이 거울을 잃는다는 것은 정조를 잃는 것과 같다는 당시의 관념을 비유로 그렸다. 겨울철에 썰매를 타고 즐거워하는 장면도 벽면에 약간은 남아있다. 그러나 가장 잘 보존된 그림은 비엔나에 첫 제비꽃(바이올렛)이 핀 것을 보기위해 사람들이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며 궁정을 떠나 비엔나숲으로 향하는 행렬을 그린것이다. 비엔나에서는 겨울이 지나 비엔나숲에서 처음으로 제비꽃이 발견하되면 비로소 봄이 온것으로 생각하여 궁정의 왕족과 귀족들이 비엔나숲으로 제비꽃을 보러 갔던 풍습이 있었다. 이 건물은 한때 돈많은 옷감 상인인 마하엘 멘샤인(Michael Menschein)의 소유였던 일이 있다. 그는 호화로운 대규모 연회를 자주 열었던 것으로 이름나 있었다.

 

나이트하르트 프레스코. 중세의 댄스

 

투후라우벤에서 도나우 쪽으로 지쳐 내려가는 길이 마르크-아우렐-슈트라쎄이다. 로마황제 마르크 아우렐리우스의 이름을 따온 길이다. 그는 기원후 180년경 이 곳에 있었던 로마군 병영에서 생활했었다고한다. 이제 로마생각은 그만하고 이번에는 뷔플링거슈트라쎄로 가보자. 마르크-아우렐-슈트라쎄가 시작되는 호에르 마르크트의 끝자락에서 서쪽으로 길게 걸쳐 있는 길이다.

 

그라벤의 끝자락 투흐라우벤 입구. 왼쪽에 조각이 있는 건물이 율리우스 마이늘. 콜마르크트에서 본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