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4일 투어

14. 슈토쓰 임 힘멜 (Stoss im Himmel)

정준극 2007. 4. 11. 15:11

 슈토쓰 임 힘멜 (Stoss im Himmel)

 

 슈토스 임 힘멜과 살바토르가쎄의 모퉁이 집 도로표지판

 

뷔플링거슈트라쎄에서 도나우쪽으로 파싸우에르 플라츠(Passauer Platz)로 연결된 짧은 거리가 슈토쓰 임 힘멜이다. 이상한 이름이다. 천국으로 밀어넣기라는 의미의 길이다. 원래 이 이름은 이 거리에 있는 어떤 부자 여인의 집을 가르키는 말이었다. 전설과 같은 스토리이므로 어떤 집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아무튼 이 여인은 세상 무엇보다도 고급 옷감을 좋아했다. 그래서 좋은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거리를 거니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면 사람들이 보고 감탄과 찬사를 보냈기 때문에 그 맛에 살았다. 워낙 자만스럽다 보니 쓸데 없는 말도 하게 되었다. 어느날 거리에 있는 성모상을 보고 무슨 성모 마리아의 옷이 내 옷보다 훨씬 못해? 천국의 여왕이라면 옷을 더 잘 입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날 한 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하녀가 마지못해 나가 보았더니 웬 늙은 거지여인이 서 있었다. 거지노파는 주인마님을 만나야겠다고 요청했다. 하녀는 마님이 잠들어 있으니 번거롭게 깨울수 없으므로 아침에 다시 오라고 설득했지만 워낙 거지노파가 완강하게 요청하는 바람에 결국 거지노파를 마님의 방으로 안내했다. 부자마님은 하녀에게 야심한 이 시각에 잠을 깨웠다고 화를 내면서 하녀와 함께 서있는 거지노파를 당장 내쫓도록 말했다. 그러자 거지노파는 구걸하러 온 것이 아니라우. 내가 들고 있는 이 바구니에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제일 좋은 옷보다 더 귀한 것이 있다우. 여왕을 위해 만든 옷인데 한번 보시려우?라고 말했다. 부자여인은 거지노파가 무슨 여왕의 옷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라고 생각하여 그 말을 믿지 않으려 했으나 궁금증 때문에 결국은 보자고 말했다. 과연, 거지노파의 바구니에는 이 세상의 어느 옷보다도 화려하고 찬란한 여왕의 의상이 들어 있었다.

 

부자여인은 그 옷이 너무나 아름답고 고귀해서 숨도 내쉬지 못할 정도로 황홀해했다. 거지노파가 가져온 옷은 여왕의 옷답게 최고의 비단과 최고의 공단으로 만든 것이며 각종 보석이 옷 전체에 찬란하게 꿰매져 있었고 금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부자여인은 , 어쩌면! 어쩌면! 이거 나한테 팔아요! 어서 빨리 말해봐요. 얼마면 팔거요?라고 다그치듯 말했다. 거지노파는 아이구 마님도, 성급하시긴! 하지만 돈을 내지 못할거유! 마님은 이제 돈한푼도 없는 빈털터리가 아닌가유?라고 대꾸했다. 이 말을 들은 부자여인은 그제서야 한숨을 쉬면서 맞는 말이라우. 사실 그동안 너무 돈을 많이 써서 이젠 금고에 돈이 하나도 없지. 그렇지만 아직 돈이 될만한 물건들이 남아있으니 모두 팔아서라도 그 옷을 사고 싶어! , 이 사랑스런 옷을 한번만이라도 입어 보았으면!이라고 말했다.

 

거지노파는 아무리 그래도 절대로 이 옷을 살수는 없다우. 그렇지만 정말 이 옷을 입고 싶다면 내 한가지 제안을 하리다. 이 옷을 3일 낮, 3일밤동안 입을수 있도록 빌려 드리지요. 사흘째 되는 날 밤 자정에 옷을 되돌려 받으러 내가 다시 오겠우. 다만 사흘동안 그냥 빌려 줄수는 없으니 옷을 돌려 받는날 밤에 그 옷으로 감쌀수 있는 모든 것은 내 소유가 된다는 조건이유라고 말했다. 부자여인은 옷부터 입어보고 싶은 마음에 거지노파의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듣고 승낙했음은 물론이다. 최소한 사흘동안은 이 화려무궁한 옷을 입고 거리를 거닐수 있지 않은가? 여왕의 옷은 부자여인에게 딱 맞았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완벽한 사이즈였다. 정말이지 부자여인을 위해 일부러 만든 옷 같았다. 부자여인은 거울 앞에서 오랫동안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대만족했다. 다음날이 되자 부자여인은 아침 일찍부터 거리로 나섰다. 보는 사람들마나 혀를 홰홰 내 두르며 부자여인에게 찬사를 보냈으며 더러는 뒤에서 질투까지 했다. 부자여인의 새옷은 비엔나의 화제꺼리였다. 3일 동안이었지만!

 

슈토스 임 힘멜 거리

 

사흘째 되는 날 밤이 다가오자 부자여인은 갑자기 거지노파가 생각났다. 그러나 거지노파가 무슨 조건을 내걸었는지에 대하여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사흘이라는 것만 기억났다. 부자여인은 집에 돌아와 옷을 벗으려고 했으나 놀랍게도 옷이 몸에 꼭 달라 붙어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아 벗을 수가 없었다. 하녀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옷 벗는 것을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순간, 부자여인은 자기의 지나친 허영 때문에 마귀의 시험을 받게 되었으며 결국 마귀의 꼬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부자여인은 옷을 찢어버리려고까지 노력했지만 옷이 몸에 찰싹 붙어서 뗄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자정을 알리는 시계 종소리가 뎅뎅 울리가 시작했다. 마지막 종소리가 끝나자마자 문이 열리더니 어느틈엔가 그 거지노파가 나타났다. 거지노파는 , 마님! 옷이 아주 잘 맞지유?라면서 마치 정말 마귀할멈처럼 킥킥대며 웃었다. 거지노파는 약속은 지켜야지유! 오늘 자정에 그 옷으로 쌀수 있는 것은 뭐든지 내꺼가 된다는 약속말이유! 지금 그 옷이 마님을 감싸고 있으니 이제 마님은 내꺼유!라고 말했다.

 

갑자기 천둥번개가 쳤다. 번개가 칠때마다 방안은 마치 활활 타오르는 지옥처럼 불길에 싸였다. 이와 함께 거지노파는 온데간데 없고 마귀가 모습을 드러내보였다. 거지노파가 바로 마귀였던 것이다. 화려한 여왕의 옷에 붙어있는 보석과 금은 갑자기 시뻘건 불길로 변하였다. 부자여인은 놀랍고 두려워 그자리에 엎드려 성모님께 자기의 허영과 죄악을 용서해 달라고 울부짖으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부자여인은 자기가 평소에 성모에 대하여 비웃었던 것을 생각하며 용서해 달라고 더욱 간절히 기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귀의 손은 부자여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부자여인은 마귀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올수 있는 마지막 방법으로 유일하게 목에 걸고 있던 성모상 목걸이를 감싸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마귀가 갈퀴와 같은 손으로 빼앗아 버렸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바로 그때 부자여인은 무언지 알수없는 강력한 힘이 느닷없이 자기를 마귀의 손아귀로부터 끌어 당기고 있음을 느꼈다. 곧이어 불타고 있던 옷이 부자여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와 함께 마귀는 창밖으로 튕겨나갔다. 마귀는 괴성을 지르고 무서운 저주를 퍼부었다. 부자여인을 마귀의 손에서 끌어 당겼던 힘은 실은 회개한 인간을 천국으로 밀어넣는 힘이었다. 그로부터 부자여인은 진정으로 회개하고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다음날, 부자여인은 속세의 허영을 모두 버리고 수녀원으로 들어가 세상 떠날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나중에 이 모든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라고 믿어졌던 그 집은 슈토쓰 임 힘멜 , 천국으로 밀어넣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의 얘기는 다만 전설따라 3천리일뿐이며 실제로 이 거리의 이름은 오토카르(Ottokar)왕 시대에 3번지에 살았다는 요세파 코르넬리아 슈토산히믈(Josefa Cornelika Stosanhiml)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슈토스 임 힘멜 거리

 

슈토스 임 힘멜 3번지는 17세기에는 마리아 봐르트(Maria Ward)라고 불리던 집이었다. 살바토르가쎄의 모퉁이에 있는 이 건물은 1770년에 마리아 테레지아가 상업학교를 설치한 건물이었다. 당시에는 이 학교를 레알한들룽스아카데미(Realhandlungsakademie)라고 불렀다. 오늘날로 보면 부동산 전문 학원이라고 할수 있으나 실은 일반 상업학교였다. 이 학교의 오리지널 명칭은 Realhandlungsakaemie für käufmannische Berufsausbildung 이었다.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여서 오스트리아 여러 곳에 특별 학원들을 설립하였다. 예를 들면 Ritterakademie(귀족 자제의 기숙학교), Orientalische Akademie(동양 아카데미), Theresianische Militärakademie in Wiener Neustadt(비너 노이슈타트의 테레지아 군사아카데미), Ingenieurakaemie(공학 아케데미), 그리고 Realhandlungsakemie(상업 아카데미)이다.


슈토스 임 힘멜 3번지. 붉은 원내의 명판은 이곳에 1770년에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상업학교(레알한들룽스아카데미)를 설립했다는 내용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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