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4일 투어

17. 티퍼 그라벤 (Tiefer Graben)

정준극 2007. 4. 11. 15:12

티퍼 그라벤 (Tiefer Graben)


티퍼 그라벤은 프라이융(Freyung)에서부터 콘코르디아플라츠(Concordiaplatz)까지 이어진 비교적 넓은 거리이지만 그렇다고 길지는 않다. 23번지는 중세때 잘 알려진 고급창녀집이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주인공 비올레타를 연상케 그런 여인이었을 것이다. 고급창녀의 집은 요세프2세 황제 때에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어떤 관리가 집을 사서 살았다. 그 때에 관하여는 재미난 얘기가 연결되어 있다. 그 관리는 황제를 무척이나 숭배하였기 때문에(또는 황제가 자기를 총애한다고 생각하여) 자기의 집을 요세프 황제(Kaiser Josef)라고 불렀고 심지어는 자기 집의 간판에 황제의 초상화를 그려 넣기까지 했다.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황제를 모독한 죄로 벌을 받을 것이니 어서 떼어 내라고 경고해 주었다. 그는 잘 만든 간판을 그냥 떼어 버리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여 그대로 두기로 했다. 다만 황제의 초상화에 덧 칠을 하여 얼굴이 보이지 않게 했고 그 아래에 쓰여진 황제 요세프라는 글자는 성요세프(St Josef. 예수의 아버지)라고 고쳐썼다. 얼마후 비바람에 간판의 덧칠이 벗겨지자 그곳에는 머리 위에 성인에게 볼수 있는 후광 서클이 있고 수염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진짜 성요세프의 초상화가 나타났다. 다만 그 성요세프는 오스트리아 장군의 복장을 하고 가슴에는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황제의 초상화를 그려 넣었던 일, 성요세프의 이름을 쓴 일이 누구를 모독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모습이 복합되어 나타났다는 얘기였다

 

1773년 모차르트가 비엔나를 방문했을 때 두달 동안 머물렀던 건물. 현재는 다스 티그라 호텔. 왼쪽 끝의 붉은 원으로 표시된 곳에 그런 내용의 명판이 붙어 있다. 1900년대 중반의 모습


티퍼 그라벤의 호텔 다스 티그라. 오늘날에는 옆의 새로 건물을 지었다.

티퍼 그라벤 8-10번지의 베토벤 모자이크 명판. 베토벤이 이 건물에서 18815-1817년 살면서 여러 작품들을 작곡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티퍼 그라벤에 걸쳐있는 다리인 호에 브뤼케(Hohe Brücke)가 있던 위치로 가보자. 이 지점에는 과거 수백년동안 거리의 양쪽을 연결하는 육교들이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사진으로는 찍어 놓은 것이 남아 있어서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게 해 준다. 22번지에는 명판이 하나 부착되어있다. 바벤버그(Babenberg)시기에 이 곳에 도시의 성문이 있었다는 설명이 적혀 있는 명판이다. 티퍼 그라벤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두 명의 음악가와 연계되어 있다. 18번지는 모차르트가 1773년에 잠시 살았던 집이며 8-10번지의 어떤 아파트에는 베토벤이 1815년부터 1918년까지 살았었다. 18번지는 최근에 다스 티그라(Das Tigra)라는 호텔로 개조되었다. 그러나 현관 부분은 옛날 그대로 복원되어 있어서 감동을 준다. 8-10번지의 벽에는 베토벤이 살았었다는 것을 기념하는 현대식 모자익 그림이 있다. 그러나 건물이 너무 평범하고 벽에 그려진 모자익 그림도 별로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니어서 과연 이 건물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인 베토벤이 살았었는지를 의아하게 만들어주고있다. 아무튼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같은 거리에서 살았었다는 것은 역사의 우연이다.

 

티퍼 그라벤의 호에 브뤼케

                  


티퍼 그라벤에서 미노리텐키르헤(Minoritenkirech)방향으로 거슬러 올라오면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하이덴슈쓰(Heidenschuss)를 만난다. 하지만 하이덴슈쓰에 머뭇거리지 말고 왼쪽으로 돌아서 암 호프(Am Hof)를 보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