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4일 투어

18. 암 호프 (Am Hof)

정준극 2007. 4. 11. 15:13

암 호프(Am Hof)

 

암 호프 광장 

 

암 호프는 비엔나에서 참으로 오래된 광장이다. 암 호프라는 말은 궁전이 있는 곳이란 뜻이다. 바벤버그대공의 궁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벤버그대공은 비엔나에서의 첫 정착지로 이곳을 택하여 궁전을 건설했다. 1165년에 하인리히2(Jasomirgott)와 그의 부인 테오도라가 암 호프에서 프레데릭1(Barbarossa)를 위해 연회를 베풀었는데 무려 2주나 계속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이다. 역사상 유명한 음유시인인 발터 폰 데아 포겔봐이데(Walther von der Vogelweide)가 시를 읊고 노래를 불렀던 곳도 이곳이다. 그 후 광장은 시장으로 이용되었으나 한편 처형장소로도 사용되었다. 이 광장에서 하르데그(Hardegg)의 페르디난트백작이 라아브(Raab)요새를 별다른 긴박한 이유도 없이 터키군에게 포기한 죄명으로 참수되었다. 루돌프2세는 페르디난트백작을 반역자로 낙인찍고 반역자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백작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던 것이다.

 

1848년 10월 6일 당시 전쟁장관인 테오도르 바이예 폰 라투르(Theodor Graf Baillet von Latour) 백작을 가로등에 매달아 교수형에 처한 후 시신을 내리는 장면

 

페르디난트백작의 처형장면은 참으로 섬뜩한 것이었다. 광장에는 검은 천을 씌운 단상이 마련되었다. 백작은 처형장에까지 그를 따라 온 사람들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단상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단상에 올라간 백작은 자기가 무죄임을 주장하는 간단한 연설을 하고 둘러선 사람들에게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마지막으로 백작은 신부가 들고 있는 십자가에 키스를 하고 오른팔을 도마위에 올려 놓았다. 사형집행인이 백작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함께 올라온 어떤 사형집행 훈련생에게 칼로 백작이 도마위에 올려놓은 그의 하얀 팔을 자르도록 지시했다. 팔이 잘려나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사형집행인 큰 칼을 휘둘러 백작의 목을 내려쳤다. 당시 참수할 때에는 머리가 잘려나가는 고통을 모르게 하기 위해 팔부터 자르고 그와 동시에 목을 잘랐다. 백작의 머리는 단상의 도마에서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백작의 목을 자른 큰 칼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백작가문이 죄인들을 참수할 목적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었다. 군중들은 사형집행인의 기막힌 예술적 행동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백작가문의 종자들이 단상에 올라와 머리와 팔과 몸을 챙겨서 미리 준비해온 화려한 관에 가즈런히 넣었다. 관은 여섯마리의 말이 끄는 영구차에 실려 프라이융(Freyung)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장례행렬이 엄숙하게 뒤를 따랐다.

 

암 호프 교회. 발코니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강복을 하였다. 왼쪽의 기둥이 마리아 조일레이다.

 

이 같은 극적인 퍼포먼스와는 관계없이 다음번에는 참으로 소름끼치도록 무시무시한 코미디가 벌어졌다. 다음번 참수대상인 죄인은 라아브요새를 건축한 도목수였다. 목이 짧은 뚱뚱한 사람이었다. 팔은 당장 잘려졌지만 목은 한번에 잘리지 않아 두세번이나 칼을 내리쳐야 했다. 피가 강물을 이루며 흘렀고 건축 장인은 죽어가면서 소름끼칠 정도로 울부짖었다. 마치 도살장에서 목이 잘리면서 죽어가는 황소의 울음소리와 같았다. 군중들은 사형집행인의 형편없는 실력에 돌을 던지면서 야유를 보냈다. 나중에 시경비원들이 동원되어 관중들의 난리를 겨우 진정시킬 정도였다. 그 틈에 사형집행인과 그의 제자들은 재빨리 도망쳤다.

 

앙리 듀낭이 암 호프에서 적십자 설립을 착수한 것을 기념하는 명판. 암 호프 2번지.             


끔찍스러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암 호프광장은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준 곳이기도 했다. 이 광장은 1842년부터 거의 1백년동안 크리스마스 시장으로서 즐겁게 북적거리던 곳이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광장에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서 온갖 예쁜 촛불이나 색색의 유리방울 같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용품, 그리고 장난감과 캔디도 팔았다. 지금도 나이 많은 비엔나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이곳에 와서 크리스마스 캔디를 사서 먹던 추억을 되새기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져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인근의 프라이융과 함께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러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1900년에 그린 암 호프 광장. 당시에는 라데츠키장군의 기마상이 광장 한쪽에 있었다. 지금은 프라터슈트라쎄의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옮겨있다.

 

이제 광장의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건물들을 살펴보자. 왼쪽에는 현재 비엔나소방서 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매르클라인셰 하우스(Märkleinsche Haus)가 있다. 이 집에는 터키군의 두번째 비엔나 공성시 비엔나 시장을 지낸 리벤버그(Liebenberg)가 살았었다. 그는 터키군을 몰아내고 비엔나를 해방시킨 얀 조비에스키의 구원군이 오기 바로 며칠전에 세상을 떠났다. 바로 오른쪽에는 상당히 작은 빨간색의 집이 있다. 티퍼 그라벤 쪽에서 이미 보았던 16세기의 오래된 집이다. 왼쪽 코너의 집은 시민군 병기창고(Bürgerliche Zeughaus)였다. 15세기의 건물이다. 현관과 상단의 조각이 화려한 집이다. 원래 시민들은 각자 자기의 무기를 가질수 있었으나 당국은 여러가지 문제상 한군데로 모아 두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이 집을 짓고 무기를 보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1529년 터키와 전쟁이 일어나자 무기와 탄약을 한군데 보관해야할 필요가 더 생겼다. 이 병기창고의 지하에는 로마군 병영 유적이 있어서 일정 시간에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시민군 병기창고 (뷔르거리헤스 초이그하우스) 입구의 기념명판


암 호프 7번지 건물 외벽에 부착되어 있는 리벤버그 시장 기념 명판. 터키의 2차 비엔나 공성 때의 비엔나 시장으로 이 집에서 살았다.


광장의 한쪽을 쭉 걸어가면 예쁜 바로크 스타일의 12번지를 만날수 있다. 유명한 우르바니 켈러(Urbani Keller)주점이 있던 집이었다. 옆집인 13번지는 팔레 콜랄토(Palais Collalto)이다. 모차르트가 1762년 처음으로 비엔나에 와서 공개 피아노 연주회를 가졌다는 집이다. 그런 내용의 명판이 벽면에 붙어 있다.

 

팔레 콜랄토. 1762년, 당시 여섯 살의 어린 모차르트가 비엔나에 와서 처음 연주를 했던 장소이다.

팔레 콜랄토의 벽에 걸려 있는 명판. 모차르트가 비엔나에 와서 이 집에서 처음 공개석상에서 피아노 연주를 함으로서 그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다고 적혀 있다. 

 

암 호프의 교회는 아홉천사찬양대에게 기증된 것이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고틱양식이지만 현관과 내부는 바로크 스타일이다. 고틱양식은 슈타인들가쎄 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뒤편에서나 확인할수 있을 뿐이다. 원래 이 교회는 갈멜파 수도승들이 지었으나 후에는 예수회 소관이 되었다. 암 호프광장의 한쪽 건물에는 스위스의 앙리 듀냥(Henri Dunant)이 거주하면서 국제적십자사의 설립을 추진한 역사적인 건물이 있다.

                    

1830년대의 암 호프 광장 

 

암 호프를 떠나기 전에 광장의 중앙을 우아하게 장식하고 있는 기둥 조각물을 감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기둥에는 성모마리아의 조각상이 붙어있다. 17세기에 만든 것이다. 이를 마리엔조일레(Mariensäule)라고 부른다. 1818년의 기록에 의하면 철제로 된 이 기둥 조각물은 예술성에 있어서 별로 뛰어나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평가는 완전히 다르다.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이다. 조각물을 받치고 있는 기초에는 둘레를 따라 네마리의 괴수가 있다. , , 바실리스크(도마뱀의 일종. 전설상의 괴물 뱀. 한번 보거나 괴물의 입에서 나오는 김을 쏘이면 죽는다는 절설이 있음), 사자이다. 이들은 각각 역병, 전쟁, 기아, 이단(異端)을 상징한다. 갑주를 입고 칼을 든 천사들이 각각 이들 괴물을 제압하고 있다. 광장에서 U3 지하철 헤렌가쎄(Herrengasse)역으로 가는 직선방향에 좁은 골목 길이 있다. 이리스가쎄(Irisgasse)이다.

 

 1900년초 암 호프의 시장. 왼쪽에 라데츠키 기마상이 보이며 오른쪽에는 마리엔조일레가 보인다.

 

마리아조일레의 하단 조각들. 천사들이 괴수들을 제압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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