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코믹 오페라

좀 더 알면 좀 더 재미난 코믹 오페라의 세계

정준극 2007. 8. 20. 15:40

코믹 오페라 집중 탐구

 

-오페라 부파, 오페라 부프, 오페라 코미크, 징슈필, 오페레타, 사르수엘라(차르추엘라), 발라드 오페라, 라이트 오페라, 사보이 오페라는 모두 한 가족 -


[우선 한 말씀]

코믹 오페라는 글자그대로 익살스러운, 우스운 내용의 오페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희가극(喜歌劇)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코믹 오페라는 무겁고 심각한(Serious) 순수 오페라에 비하여 가볍고 경쾌한(Light) 오페라이다. 코믹 오페라는 내용이 가볍고 음악이 가볍다. 그리고 대체로 해피엔딩이다. 코믹 오페라가 처음 선보인 것은 18세기 이탈리아에서였다. 무겁고 심각한 오페라(Opera seria: 또는 순수오페라)의 원조인 이탈리아는 가볍고 명랑한 코믹 오페라(Opera buffa)의 원조이기도 하다. 18세기 당시는 이탈리아에서 재채기를 하면 프랑스에서 감기가 걸리던 시기였다. 오페라 부파는 곧바로 프랑스로 출장길을 떠났다. 오페라 코믹 또는 오페라 부파는 프랑스에서 프랑스 스타일로 오페라 코미크(Opera comique), 또는 오페라 부프(Opera bouffe)라고 불렀다.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신통하게도 이탈리아 수입품이라고 해도 이탈리아 원어를 사용하지 않고 프랑스어로 바꾸는 습성이 있다. 오페라 코미크(오페라 부프)는 오펜바흐 시대에 이르러 프랑스 오페레타라는 용어로 정착한다. 실제로 ‘(귀엽고) 작은 오페라’라는 의미의 오페레타라는 단어는 오펜바흐가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무대


오페라 부파가 되었던 오페라 부프가 되었던, 또는 오페레타가 되었던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이 새로운 상품을 유럽의 다른 나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제 및 프랑스제 오페라 코믹을 수입한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나름대로 수입품에 자기 나라의 전통 음악 스타일을 접목하여 코믹 오페라의 국산화를 이루었다. 예를 들어 비엔나에서는 비엔나 오페레타로, 독일에서는 징슈필로, 스페인에서는 사르수엘라로, 영국에서는 발라드 오페라에 이어 사보이(Savoy) 오페라로 발전되었다. 사보이 오페라라고 불렀던 것은 사보이 극장에서 길버트-설리반의 작품과 같은 라이트 오페라를 주로 공연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에서도 동구적인 스타일의 코믹 오페라가 개발되어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제 각 나라의 코믹 오페라 현주소를 대충이나마 살펴보자.

 

비엔나 오페레타의 대명사인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돌이켜 보면 코믹 오페라도 이탈리아가 선구자였다. 17세기로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의 오페라는 오페라 세리아가 주도적이었다. 하기야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모델로 삼았으니 플로렌스의 오페라도 내용이 비극적이지 아니할수 없다. 그러던 중 아포스톨로 제노(Apostolo Zeno)를 비롯한 극본을 쓰는 시인들이 오페라 세리아에서 새로운 변혁을 시도하였다. 그때까지는 오페라 세리아를 공연하는 중에는 한 막이 끝나고 다른 막으로 이어지기 전에 일종의 여흥으로 코믹한 장면의 간단한 오페라 공연을 포함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이것을 인터메디(Intermedi)라고 불렀다. 비극적인 내용만 계속 보여주면 지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중간에 반짝이는 별도의 공연을 보여주자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다가 개혁 바람이 불어서 오페라의 대본들에서는 코믹한 장면이나 출연자들을 더 이상 도입하지 않게 되었다. 오페라는 순수해야 한다는 의미에서이다. 이와 함께 아무런 관련이 없는 스펙터클한 장면들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 전에는 오페라와 별로 관계도 없지만 관습적으로 예를 들어 신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구름과 창공과 천체를 배경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었다.

 

코믹한 장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페라 세리아의 중간에서 코믹한 인터메디가 사라지자 아쉬운 심정에 처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인터메디만을 더욱 확장하여 하나의 별도의 오페라로 만들 생각을 했다. 결과, 코믹 인터메찌가 탄생하였다. 코믹 인터메찌의 대표적인 작품이 알비노니의 '핌피노네'(Pimpinone)였다. '핌피노네'는 베니스 인터메찌의 초기에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핌피노네'의 대본은 피에트로 파리아티가 썼다. 파리아티의 대본은 위트에 넘쳐 있고 유머가 풍부하며 즉흥적인 재치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대체로 주인공은 두 사람이었다. 이탈리아 코미디에서 통상 볼수 있는 내용이었다.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은 약삭빠르고 재치있으며 교활하기까지 한 하녀이며 또 한사람은 귀족으로서 속기 쉬운 노인네이다. 주제는 사회 계층간의 갈등을 다룬 것이며 내용은 베니스에서의 일상 생활을 표현한 것이다. 비슷한 오페라로서는 페르골레지의 '하녀 마님'(La serva padrona)가 있고 도니체티의 '돈 파스쿠알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말없는 여인'도 그런 내용이다. 알비노니의 음악은 아리아도 있고 듀엣도 있지만 즐겁고 명랑하며 단순한 멜로디, 그리고 팔란도 스타일로 되어 있다. 이같은 스타일은 나중에 오페라 부포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알비노니의 '핌피노네'는 1708년 베니스의 테아트로 산 카시아노에서 초연되었다. '핌피노네'는 즉각적인 인기를 끌어서 다른 나라에도 퍼져나갔다. 모스크바에서도 공연되었고 류블리아나에서도 공연되었다. 두 주인공인 로사 운가렐리와 안토니오 리스토리니는 너무나 인기가 좋아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초청을 받아 가느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알비노니의 '핌피노네'


 [대표적인 코믹 오페라]

-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

- 요한 슈트라우스: 박쥐(Die Fledermaus), 집시 남작(Die Zigeunerbaron)

- 오펜바흐: 아름다운 엘렌(La belle Helene)

- 프란츠 레하르: 메리 위도우(Die lustige Witwe)

- 오스카 슈트라우스: 왈츠의 꿈(Ein Walzertraum: 1907), 초콜릿 병사(The Chocolate Solider: 1908)

- 존 게이: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

- 토마스 린리: 가정교사(The Duenna: 1775)

-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 가정교사 트레스폴로(Il Trespolo tutore: 1679)

- 알레산드로 스칼라티: 명예의 승리(Il trionfo dell'onore: 1718)

-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 하녀 마님(La serva padrone)

- 도메니코 치마로사: 비밀결혼(Il matrimonio segreto), 런던의 이탈리아 소녀()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후궁에서의 도피(Die Entfuhrung aus dem Serail)

- 칼 밀뢰커: 거지학생(Der Bettelstudent: 1882)

- 보후슬라브 마르티누: 알렉산더 비스(Alexander Bis: Alexander Twice)

- 오토리노 레스피리: 벨파거(Belfager)

- 표트르 일리이치 차이코브스키: 체레비츠키(Cherevichki)

- 에드워드 솔로몬: 클로드 듀발(Claude Duval)

- 페터 코르넬리우스: 바그다드의 이발사(Der Barbier von Bagdad)

- 휴고 볼프: 지방판사(Der Corregidor)

- 게오르그 필립 텔레만: 참을성 있는 소크라테스(Der geduldige Sokrates), 핌피노네(Pimpinone)

- 한스 베르너 헨체: 젊은 공자(Die junge Lord)

- 유진 달베르: 출발(Die Abreise)

-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결혼(Zhenitba)

- 안토니오 살리에리: 트로포니오의 동굴(La grotta di Trofonio)

- 지안 카를로 메노팈: 전화(The telephone)

- 클로드 드비시: 종탑속의 악마(Le diable dans le beffroi)

- 쥘르 마스네: 마농의 초상(Le portrait de Manon)

- 니콜라스 달라이라크: 사보이에서 온 두명의 꼬마(Le deux petits savoyards)

- 프리드리히 폰 플로토우: 마르타(Martha)

- 에드워드 저맨: 메리 잉글랜드(Merrie England)

- 가스파레 스폰티니: 밀톤(Milton)

- 세자르 쿠이: 만다린의 아들(The Mandarin's Son)

- 안토닌 드보르작: 고집장이 연인들(The Stubborn Lov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