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 페스티벌/세계의 오페라 축제

티롤 에를 페스티벌(Tiroler Festspiele Erl)

정준극 2007. 9. 22. 17:47

티롤 에를 페스티벌(Tiroler Festspiele Erl)

Tyrolean Erl Festival

 

티롤지방의 에를이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예수수난(Passion)극장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지대에 접하여 있는 티롤지방의 에를(Erl)이라는 마을은 오랜 역사를 통해 이웃 강대국들의 국경분쟁에 휘말려 많은 수난을 당한 마을이다. 에를 주민들은 전쟁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평화의 메시지를 나타내 보이기로 했다. 주민들은 매년 4월의 예수 수난절(Passion)에 예수께서 당하신 십자가의 고난을 재현함으로서 이를 평화의 메시지로 전하기로 했다. 에를 마을의 수난절/부활절 행사는 일찍이 1613년부터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에를의 수난절/부활절 행사는 근세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왔다. 사정이 있어서 몇해씩이나 치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에를의 수난절 공연 안내문 

 

그러다가 1950년대 초반부터 최소한 격년  행사로 진행키로 했다. 해당되는 해에는 4월말에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예수께서 게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된 일로부터 시작하여 빌라도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일,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향한 일,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일, 무덤에서 부활하신 일 등을 재현하였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들은 멀리 성지 예루살렘까지 갈수 없으므로 티롤지방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티롤지방에서는 에를 마을과 함께 티어제(Thiersee)에서도 수난 행사가 열린다. 역시 중세때부터의 행사였고 에를과 같은 목적으로 치루어지는 연극이었다. 에를과 티어제 마을에서는 이 수난 행사를 위해 4세의 어린 아이로부터 80세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250명 정도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에를 예수수난 극장

 

에를 마을은 기왕에 수난절에 대한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에를에 대한 기록에 따르면 이미 중세에 음유시인과 순회 음악단이 에를을 방문하여 수난절 음악을 연주했다는 것이다. 에를 마을은 같은 티롤 지방인 쿠프슈타인(Kufstein) 구역의 지원을 받아 1,600석 규모의 음악회장을 건설하였다. 수난극장(Passionsspielhaus)라고 불렀다. 알프스 산맥의 자락에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모습의 음악회장이다. 1997년에 에를 수난절 음악회는 에를 페스티벌로 정식으로 확대 발전하였다. 티롤지방의 아름다운 산과 들을 연결시키는 이상적인 건물이었다. 에를 페스티벌이 성공하기 까지는 이 마을 출신의 위대한 지휘자 구스타브 쿤(Gustav Kuhn)의 헌신적인 노력이 큰 기여를 하였다. 에를의 음악 페스티벌은 매년 5월말부터 6월까지 열린다. 비엔나 또는 잘츠부르크보다 조금 일찍 개최한다는 방침이며 수난절과 부활절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곤란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에를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성악가와 오페라단을 초청하기 시작했다. 에를 페스티벌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를 발굴하여 무대에 올리는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면 도니제티의 아델리아(Adelia)였다.

 

바그너의 파르지팔의 한 장면

 

그러다가 근자에 이르러서는 바그너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에를 페스티벌 10주년 기념으로 바그너의 링 사이클 전편에 도전하였다. 이와함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와 '트리스탄과 이졸데'도 무대에 올렸다. 지그프리트의 경우에는 너무 길어서 하루는 1막과 2막을 공연하고 며칠후에 3막과 4막을 공연하였다. 에를은 제2의 바이로이트라는 찬사를 받았다. 에를 페스티벌의 특징은 오페라를 공연하는 날 오후에 그 오페라에 대한 강연회를 갖는 것이다. 그날 밤에 공연되는 오페라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참관토록 하는 배려에서이다. 에를 페스티벌은 오페라만 공연하는 것이 아니다. 2007년에는 브람스 교향곡 1번에서부터 4번까지 완주하는 연주회를 가졌다. 에를 수난극장은 자체 오케스트라가 없으므로 인근 인스부르크, 또는 멀리 잘츠부르크의 오케스트라가 방문하여 연주회를 가진다. 2007년 시즌 오픈에는 오스트리아의 대통령과 영부인이 직접 참석하였다.

 

2007년도 시즌 오프닝에 참석한 하인츠 피셔(Heinz Fischer)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영부인, 왼쪽은 구스타프 쿤(Gustav Kuhn)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