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필견의 33편

마농 - 마스네

정준극 2007. 11. 1. 09:49

마농

(Monon)

J. Massenet

 

19세기 중반부터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이른바 Belle Epoque(벨르 에포크: Beautiful Era: 아름다운 시기)를 구가하였다. 독일과 프랑스간의 보불전쟁이 끝난후 유럽의 강대국들은 평화협정을 통하여 더 이상 유럽에서 전쟁의 상처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나갔다. 이때로부터 유럽의 여러 나라는 국민생활 수준을 높이고 국가 재정을 튼튼히 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으며 아울러 문화와 예술의 진흥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정치적으로는 프랑스가 제3제국의 기치를 높이 들었으며 독일도 독일제국의 통일을 이룩하였다.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는 과거의 형식적인 스타일을 탈피하여 현대 감각에 맞는 스타일을 지향하였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은 탐미주의적 화려함을 표방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벨르 에포크 예술이다.

 

'마농'이 초연된 오페라 코믹의 오디토리엄과 무대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은 벨르 에포크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감미롭고 매혹적이며 생기에 넘치는 음악이 전편을 누비는 작품이다. 1884년 1월 19일 파리 오페라 코믹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초연 이후, 파리는 온통 마농 이야기로 꽃을 피우게 되었다. 사실 마농에 대한 스토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1731년 아베 프레보(Abbé Prévost: 1697-1763)가 ‘신사 데 그류와 마농 레스꼬의 이야기’(L'histoire du chevalier de Grieux et de Manon Lescaut)라는 소설을 내놓은 이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온 스토리였다. 타이틀이 길기 때문에 보통 ‘마농 레스꼬’라고 부르는 소설이었다. '신사 데 그류와 마농 레스꼬의 이야기'는 아베 프레보(원래 이름은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 Antoine Francois Prevost)의 소설집인 일곱 권으로 구성된 '상류 인사의 비망록과 모험담'(Memoires et adventures d'un homme de qualite)의 마지막 소설이다.  ‘마농 레스꼬’는 나중에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남겼다. 처음 오페라를 시도한 작곡가는 다니엘 오버(Daniel Auber: 1782-1871)였다. 오버의 ‘마농 레스꼬’는 1856년 파리의 오페라 코믹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다.

 

원작자인 아베 프레보 

 

이어서 나온 것이 쥘르 마쓰네(Jules Massenet: 1842-1912)의 '마농'이었다. 앙리 메일락과 필립 기유가 공동으로 대본을 썼다. 그후 1893년에는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78-1924)가 ‘마농 레스꼬’라는 타이틀로 오페라를 내놓아 또한번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독일 작곡가 한스 베르너 헨체(Hans Werner Henze: 1929- )가 1962년에 원작의 내용을 Boulevard Solitude(고독한 대로)라는 타이틀의 오페라로 만든 것도 있다. 이렇듯 ‘마농 레스꼬’에 대한 오페라가 여러 편이 있지만 그중에서 아무래도 마스네의 것을 대표적인 작품으로 간주한다. 콘서트에서도 아직까지는 마스네의 마농에 나오는 아리아들이 레퍼토리에 오르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마농에 나오는 위대한 아리아로서는 마농의 Adieu, notre petite talbe(안녕, 우리들의 작은 탁자)와 데 그류의 Ah! Fuyez, douce image(아, 날아라, 부드러운 환영이여)를 꼽을수 있다.

 

(왼쪽으로부터) 다니엘 오버, 쥘르 마스네, 자코모 푸치니, 한스 베르너 헨체


타이틀 롤인 마농을 맡으려면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청순한 이미지에서 관능적인 이미지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잃고도 잃은 것이 없는 허심의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매력적이고 발랄함이 살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성격적 변화에 따라 음악의 표현력은 물론 연기에 있어서도 변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파리 코믹극장에서의 초연에서는 마리 하일브론(Marie Heilbronn)이 마농 역을 맡았다.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오페라 마농은 1884년 초연을 가진 이래 첫 시즌에 무려 24회 연속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울 만큼 인기를 끌었다. 24회 공연으로 첫 시즌을 마감했던 것은 당시 마농 역을 맡았던 프리마 돈나 마리 하일브론이 병에 걸려 니스에 가서 요양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마리 하일브론은 2년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마농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은 끊어질수 없었다. 얼마후 오페라 코믹극장은 시빌 샌더슨(Sybil Sanderson)이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소프라노를 발굴하여 마농을 맡도록 했다. 시빌 샌더슨은 완벽한 마농을 표현해 주었다. 초연때보다 더한 인기를 끌었다. 마농은 시빌 샌더슨으로 인하여 부활하였다. 오페라 마농은 초연이래 1950년 초반까지 오페라 코믹에서만 무려 2천여회의 공연이 있었던 것만 보아도 잘 알수 있다. 이것은 한 작품을 같은 무대에서 1년에 50회 공연하면서 거의 50년을 이어 왔다는 놀라운 얘기가 된다.

 

데 그류의 피오트르 베찰라, 마농에 안나 네트렙코. 메트로폴리탄.


시빌 샌더슨의 전통은 패니 헬디(Fanny Heldy), 비두 사야오(Bidu Sayao), 빅토리아 델 로스 앙헬레스(Victoria del los Angeles), 비벌리 실스(Beverly Sills), 키리 테 카나와(Kiri Te Kanawa), 르네 플레밍(Renee Fleming), 그리고 루스 앤 스웬슨(Ruth Ann Swenson)과 안나 네트레브코(Anna Netrebko)로 이어졌다. 2007년 5월 비엔나 슈타츠오퍼에서의 마농은 안나 네트레브코가 타이틀 롤을 맡은 공연이었다. 평론가들은 ‘이제로부터 마농이라고 부르지 말고 안나라고 불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바리톤 다니엘 노욜라, 소프라노 시드니 만카솔라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다. 여주인공 마농과 상대역인 데 그류에 대한 비중을 거의 똑같이 둔 오페라이다. 그러나 마스네의 ‘마농’은 마농이라는 한 여인에게 모든 초점을 맞춘 것이다. 언제나 쾌락을 추구하는 창녀 스타일의 마농에게 매력의 포인트를 두었다. 그만큼 마스네의 마농에는 관능적인 면이 두드러지게 표현되어 있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마치 시를 읊는 것과 같은 대사가 그렇다. 아마 이러한 점 때문에 파리의 오페라 팬들로부터 끊임없는 예찬을 받았던 것 같다. 오페라 마농은 전5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대로 공연하려면 4시간이나 걸린다. 그래서 통상 실제 공연에서는 여러 장면을 삭제하는 경우가 많다. 시대는 1720년경. 무대는 프랑스의 아미엥이라는 마을, 파리, 파리 교회의 성 술피스(St Sulpice) 수도원, 그리고 르 아브르(Le Havre) 항구 등이다.

 

파리 교외의 생 술피스 성당 및 수도원 (지금은 파리 시내)


제1막. 이른 아침. 아미엥 마을의 주막 겸 카페의 광장이다. 분주한 모습이다. 여행마차가 들어오고 마농(Manon Lescaut)이 내린다. 누구나 첫눈에 반할 만큼 매력적으로 생긴 예쁜 아가씨이다. 어찌 보면 청순하게 느껴지는 여인...수녀원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이 마을까지 온 것이다. 마중나온 사람은 화려한 군복을 잘 차려 입은 청년장교 무슈 레스꼬(M. Lescaut). 마농의 사촌 오빠. 왕궁의 근위대 장교이다. 사촌 오빠 레스꼬는 아직 한번도 마농을 만나 본 일은 없다. 마농의 아버지로부터 부탁을 받고 이 마을까지 마농을 마중 나왔다. 수도원에 잘 데려다 주어야 하는 부탁이었다. 레스꼬는 처음 보는 사촌동생 마농이 무척 예쁘고 발랄한데 대하여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이리떼 같은 남자들로부터 마농을 보호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막집의 별채 정자에는 두 사람의 귀족이 멋진 옷을 입은 젊은 아가씨 세명과 웃고 떠들고 있다. 한 사람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귀요 모르폰텐(Guillot Morfontain)이다. 왕실의 장관이라는 근사한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본래 호색적인 바람둥이 이다. 젊고 예쁜 아가시만 보면 어떻게 해서라도 품에 안아 보려고 안달하는 인물이다. 또 한 사람은 젊은 귀족 드 브레티니(De Bretigny)이다. 역시 미모의 여성에 대한 집착이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눈앞에 한떨기 백합과 같은 마농이 등장한 것이다.

 

마농역의 비벌리 실스. 메트로폴리탄.


마농은 집에서 이렇게 멀리까지 여행한 것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마농의 마음은 들떠있다. 이제 곧 수녀원 학교에 들어가면 그 높은 담장에 갇혀 지루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마농은 이 마지막 순간이 즐겁고 자유스러울 뿐이다. 마농의 아리아 Je suis encour tout etroudie(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는 그러한 마농의 심정을 감미롭게 표현한 것이다. 호색한 귀요가 예쁜 마농을 보고 본능적으로 가만히 있지 못한다. 그는 마농에게 다가와서 결론적으로 함께 파리에 가서 화려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자고 그럴듯한 말로 유혹한다. 마농의 마음은 한순간 화려하고 쾌락에 넘쳐 있는 파리로 향한다. 하지만 늙은 호색한의 유혹은 촌극으로 끝난다. 사촌오빠 레스코가 돌아와서 늙은 귀요에게 무안을 주고 떨쳐버렸기 때문이다. 레스코는 마농에게 저 늙은이는 젊고 예쁜 아가씨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이므로 조심하라고 말해 준다. 그럴 때에 잘 생긴 어떤 청년이 나타난다. 슈벨리에 데 그류(Chevalier des Grieux)는 백작가문의 젊은이이다. 데 그류는 마농을 보자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다. 마농의 마음도 이 잘 생긴 귀족에게 향해 있다. 결국 데 그류와 마농은 마음이 통하여 늙은 귀요의 마차를 몰래 타고 도망치듯 파리로 향한다. 잠시후 나타난 레스코와 늙은 귀요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할 뿐이다.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조소를 보낸다. 마차까지 빼앗기고 창피를 당한 늙은 귀요는 앙갚음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뭇 남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마농. 안나 네트렙코. 메트로 2011.


제2막은 파리에 있는 데 그류의 아파트이다. 이곳에서 마농은 마냥 행복하다. 더구나 누군지 모르지만 요즘에 마농에게 계속 꽃을 보내오는 사람도 있다. 마농은 데 그류가 자기를 지극히 사랑하여서 꽃을 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마농은 데 그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행복한 기분에 있다. 데 그류는 시골에 있는 자기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마농과 결혼하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는 내용이다. 데 그류가 쓴 편지를 옆에서 읽어 본 마농은 기쁨에 넘쳐 있다. 이때 하인이 들어와서 손님이 찾아 왔다고 전한다. 뜻밖에도 마농의 사촌오빠 레스코와 어떤 젊은 청년이 찾아 왔다. 젊은 귀족은 드 브레티니(De Bretigny)이다. 얼마전 아미엥 마을에서 늙은 귀요와 함께 카페에 있으면서 마농을 잠깐 본 드 브레티니는 마농을 잊지 못하여 파리로 와서 마농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알아내고 마농에게 계속 꽃을 보내왔었다. 마농이 데 그류와 함께 은밀하게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온 레스코는 데 그류를 만나자 거만을 떨면서 ‘당신은 우리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으니 책임을 지라’고 윽박지른다. 데 그류는 그의 아버지에게 보낼 편지를 보여주면서 마농과 곧 결혼하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렇듯 두 사람이 옥신각신할 때에 드 브레티니가 마농에게 다가와서 자기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데 그류의 아버지는 만일 아들 데 그류가 마농과 결혼한다면 재산을 상속해주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은근히 데 그류와 헤어질 것을 부추킨다. 드 브레티니는 한술 더 떠서 오늘밤에 데 그류의 아버지가 사람들을 시켜 데 그류를 납치해 갈 계획이라는 얘기도 해 준다. 그리고는 데 그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를 떠나라고 말한다. 뒷 일은 자기가 돌보겠다고 하면서....물론 모두 꾸며낸 말이다.

 

1900년대 초반에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마농 역의 매기 타이트(Maggie Teyte) 


불청객 두 사람이 아파트를 떠난 후 아무것도 모르는 데 그류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혼자 남아 있는 마농은 드 브레티니가 말한 대로 데 그류를 위해 떠나기로 결심하고 Adieu, notre petite table(잘 있어요, 우리의 작은 테블)이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두 사람이 사랑의 보금자리에서 매일같이 함께 앉아 식사를 했던 그 식탁도 이제 마지막이라는 내용이다. 한편 밖에 나갔던 데 그류는 En fermant les yeux(환상의 눈으로 보았네)라는 아름다운 아리아를 부른다. 행복감에 넘쳐 있는 ‘꿈의 노래’이다. 꿈속에서 마농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낼 아름다운 집을 보았다는 내용이다. 데 그류가 아파트에 들어온 잠시후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데 그류가 문을 열어주자마자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를 강제로 납치해간다. 마농은 데 그류의 아버지가 아들 데 그류를 데려간 줄로 생각하여 허탈한 심정일 뿐이다. 마농은 슬픈 마음에서 Mon paure chevalier(불쌍한 그 남자)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그러면서 자기의 짧은 행복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데 그류 역으로 이름을 떨쳤던 유씨 비욜링(Jussie Bjorling) 


제3막. 파리의 어떤 광장이다.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마농이 드 브레티니의 팔장을 끼고 나타난다. 옛 애인 데 그류가 갑자기 사라진후 드 브레티니가 마농의 애인이 된 것이다. 원래 자유분방한 마농은 행복해 보인다. 마농은 드 브레티니 저택에서 파티로서 쾌락을 생활을 쫓고 있다. 마농은 행복에 겨운듯 가보트 춤곡과 같은 경쾌한 노래를 부른다. ‘할수 있을 때에 장밋빛 꽃봉오리를 자기 것으로 만드세요’라는 내용이다. 이 때 마농은 어떤 노신사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소리를 듣는다. 노신사는 마농의 옛 애인인 젊은 데 그류의 근엄하고 고집센 아버지이다. 마능은 젊은 데 그류가 속세의 생활을 떠나 신부가 되기 위해 생 술피스(St Sulpice) 수도원 겸 신학교로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는다. 마농은 모른척하고 노신사 데 그류 백작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은근히 젊은 데 그류에 대한 소식을 묻는다. 그결과 젊은 데 그류가 아직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마농은 착잡한 심정으로 생 술피스 수도원으로 마차를 향한다. 장면을 바뀌어 생 술피스 수도원. 아버지 데 그류는 아들 데 그류가 신부가 되는 것을 만류하러 왔다. 그러나 아버지의 설득은 소용이 없었다. 젊은 데 그류가 신부가 되려는 이유는 마농을 잊기 위해서였다. 데 그류의 아리아 Ah, fuyez, douce image(아, 떠나라, 달콤한 환상이여)가 마음을 울린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훌륭한 아리아이다. 데 그류가 자리를 뜨자 ‘환상’의 주인공인 마농이 수도원 안으로 들어와 데 그류를 찾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두 사람. 데 그류는 갈등 속에 번민한다. 결국 데 그류는 마농이 흘리는 눈물을 보자 마음이 약해진다. 데 그류는 Ah, Viens, Manon, je t'aime(아, 나에게 오라, 마농,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아리아를 부르며 괴로워한다. 두 사람은 끝내 수도원을 떠나 파리로 향한다.

 

체포되어 가는 마농(안나 네트렙코). 메트로폴리탄.


제4막. 파리에 있는 트란실바니아 도박장. 도박이 한창인데 다시 합한 데 그류와 마농이 홀에 들어선다. 그 자리에는 늙은 호색한 귀요도 있다. 데 그류와 늙은 귀요가 1천 크라운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한 얼굴의 마농은 다시한번 자기의 자유스럽고 쾌락을 추구하는 생화 철학을 노래한다. La jeunesse passe, la beaute s'efface. Que tius nos desirs solent pour les plaisirs(젊음은 가고 아름다움은 사라지네. 즐거움만을 생각하세)라는 내용이다. 그런 중에 데 그류는 늙은 귀요와 한판 승부를 겨룬 끝에 엄청난 행운을 잡는다. 그러자 정부의 고관인 늙은 귀요는 데 그류가 속임수를 썼으며 마농은 자기 집에서 귀금속을 훔쳤다고 주장하며 밖으로 나가더니 경찰을 데리고 들어왔다. 늙은 귀요는 경찰에게 데 그류와 마농을 체포토록 지시한다. 데 그류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항의하지만 권력이 있는 늙은 귀요의 앞에서는 별 도리가 없다. 이때 데 그류의 아버지인 백작이 들어온다. 백작은 상황을 짐작하면서도 아들로부터 마농을 떼어 놓기 위해 경찰에게 이들을 어서 데려 가라고 말한다.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 무대

 

제5막은 르 아브르(Le Havre)항구. 시간이 흘렀다. 마농은 유죄 판결을 받아 프랑스 식민지에 있는 범죄자 거주지로 강제 추방당하게 되었다. 미국땅 뉴올리언스라고 한다. 당시에는 범죄자들을 식민지로 보내어 평생 중노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 관례였다. 특히 남녀관계로 인하여 범죄자로 선고받은 여자들은 그곳에서 남자들을 위한 일에만 종사하게 된다. 말하자면 매춘부 노릇을 하는 것이다. 식민지에서의 생활을 글자그대로 험난하고 괴로운 것이었다. 그러므로 식민지로 유배된다는 것은 죽음을 선고받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데 그류는 아버지 백작의 영향력으로 석방되었지만 마농은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석방된 데그류는 마농의 사촌오빠 레스코에게 불쌍한 마농을 함께 구하자고 한다. 레스코는 뇌물 매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데 그류는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건네준다. 드디어 죄수들이 배를 타기 위해 불려 나오고 있다. 레스코가 간수에게 돈을 건네고 마농을 빼온다. 그러나 마농은 발랄하고 즐거움에 넘쳐 있던 옛날의 그 마농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무척 쇠약해 있었다. 마농은 마지막 힘을 다하여 El c'est la l'historiere de Manon(이것이 마농에 대한 이야기랍니다)를 부른후 데 그류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막이 내려진다.

 

환락의 생활에 젖어 있는 마농


마스네의 오페라는 전형적인 프랑스 스타일의 오페라라고 할수 있다. 프랑스 스타일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자기 자신의 인생은 다른 사람이 대신 살아 주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사람들의 의식에서 탈피하여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 어차피 짧은 인생이므로 되도록이면 즐거운 생활을 추구하자는 것, 이를 위해서는 수치심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깔끔한 교양과 유머가 있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융합되어 있는 것이 프랑스 스타일의 삶이다. 실수와 상처는 오히려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되고 도덕심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다는 점도 특색이다. 마스네는 오페라 마농을 통하여 인생의 즐거움, 청춘 예찬, 애정지상주의를 프랑스 생활철학에 접목하여 함축성있게 표현하였다. 마스네는 그의 작품에서 음악적 대화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고전적인 레시타티브와는 다른 표현이다. ‘음악적 대화’는프랑스 언어를 대사로 하는 오페라에서 두르러지게 표현될수 있다. 프랑스 언어 자체가 음악적 표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재치 있는 대화가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어울릴 때 누구든지 그 묘미에 빠져 들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3막의 광장 장면에서 마농과 아버지 데 그류 백작과의 대화에서 그런 점을 찾을수 있다. 아버지 데 그류 백작은 자기에게 다가와 얘기를 거는 아가씨가 마농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한다. 마농도 마치 자기 친구중 한 사람의 사랑 얘기인 것처럼 빗대어 얘기하며 백작의 아들 데 그류가 어떤 심정에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이 장면은 정말 재치 있는 언어가 음악과 어울려서 색다른 효과를 만들어 내는 장면이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 무대. 데 그류가 뭇 사람들에게 돈을 뿌리고 있다.


마스네는 이러한 음악적 대화를 그 다음에 이어지는 더욱 열정적인 아리아와 연계되도록 함으로서 음악적 효과와 함께 극적 효과를 상승시키는 노력을 했다. 예를 들어 1막에서 마농과 데 그류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그런 점을 발결할수 있다. 처음에 마농은 데 그류가 등장할 때에 그저 감정의 변화가 별로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데 그류는 마농을 보는 순간 이 미지의 아가씨에게 완전히 사로잡히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마법이 두 사람을 감싸는 순간이다. 음악은 이러한 미세한 점까지도 표현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은 뒤를 이어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데 그류의 아리아 Enchantenesse! Au charme rainquer(사랑스런 요정. 모든 것을 정복하는 매력)으로 연결된다. 그리고는 부담스러운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결론으로 이어진다. 데 그류의 아리아 Nous vivrons a Paris, tous les deux(나와 함께 파리에서 살아요. 우리 두 사람이)는 바로 프랑스 스타일의 결론이다.

 

마농의 피날레


생 술피스 수도원에서의 장면은 이 오페라의 클라이맥스이다. 이후부터 마농과 데 그류의 행복이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러니컬한 면을 발견할수 있다. 마농이 데 그류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줄수록 마농을 사랑하는 데 그류의 마음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에서는 마농과 데 그류의 비도덕적인 애정행각을 탓하고 있다. 번연히 보이는 파멸의 길을 가기 위해서 서로 거짓말로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페라에서는 이러한 비도덕성을 그저 지나가는 불운으로 대체하였을 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농의 죽음을 감미로운 추억으로 미화하고 있음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사실주의와 이상주의를 혼합한 발상이라고 할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농은 ‘이것이 마농에 대한 이야기랍니다’라고 말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쇠약해서 당장이라도 꺽어질것 같은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머금은채 자기의 생활철학을 다시한번 강조하였던 것이다. 이 마지막 장면에 이 오페라의 묘미가 있다. 비록 부도덕한 마농이지만 그에게 한없는 사랑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농의 안나 네트렙코. 메트로폴리탄. 순진한 시골 여학생이 파리에 와서 이렇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