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필견의 33편

오텔로 - 베르디

정준극 2007. 11. 27. 11:47

오텔로(Otello) 

G. Verdi

 

'오텔로'의 마지막 장면. 데스데모나(르네 플레밍)의 죽음을 비통해 하는 오텔로(존 보타). 메트로폴리탄.

                          

'오텔로'는 오페라의 황제 베르디의 최대 최고의 걸작이다. 베르디는 생전에 모두 28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오텔로'는 27번째 작품이다. '아이다' 이후 더 이상 작곡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베르디는 친구들의 극성스런 설득을 이기지 못하여 마침내 '오텔로'를 작곡키로 결정했다. 1887년 2월 5일 라 스칼라에서의 '오텔로' 초연은 대성공이었다. 베르디는 '오텔로'를 마지막으로 정말 더 이상 오페라 작곡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자신의 생애를 총 정리하는 의미에서 심혈을 기울여 '오텔로'를 작곡했다. 그러나 세상이 베르디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또 다시 마지막으로 '활슈타프'를 완성했다. 이번에는 코미디였다. 베르디는 마지막 작품인 '활슈타프'를 내놓고 정말 더 이상은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았다. 베르디의 오페라는 '활슈타프'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비극이다. (2두번째 작품인 '왕궁의 하루'도 코믹한 내용이지만 거의 공연되지 않고 있는 작품이다.) '오텔로'는 베르디 비극의 결정판이다. 음악적으로도 '오텔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베르디는 '오텔로'에서 레시타티브에 이어 아리아가 전개되는 전통적인 패션을 지양하고 바그너가 취했던 것처럼 레시타티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레시타티브-아리아 패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두 파트가 서로 명확히 구분되도록 했다.

 

폭풍이 치는 장면. 웨스트 베이 오페라 무대

                                                   

베르디는 1871년 카이로에서 '아이다'를 초연한 후에 이제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성공을 하였으니 더 이상 작곡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베르디는 당시 오페라 작곡가 중에서 가장 명예를 얻었고 가장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오페라 작곡가로서 경력을 마감코자 했다. 마치 명성과 부를 얻은 로시니가 '윌렴 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작곡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과 같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베르디의 출판가인 줄리오 리코르디는 대표적이었다. 베르디의 재능을 그대로 묻어 둔다는 것은 이탈리아를 위해서 커다란 손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물론 돈을 더 벌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로부터 거의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마침내 리코르디는 베르디가 오페라 작곡의 펜을 다시 들도록 하는 계략을 꾸몄다. 베르디는 드라마틱한 오페라를 크게 선호했다. 그래서 주제의 선택에 있어서 대단히 신중했다. 리코르디는 은퇴한 베르디에게 새로운 오페라를 작곡하려는 마음을 갖게 하려면 대본이 특별히 흥미로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코르디는 베르디가 특별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오텔로'를 타겟으로 삼았다.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하여 깊은 관심이 있었지만 그때까지 오페라로 만든 것은 '맥베스'(1847) 하나였다. '맥베스'는 처음에는 성공이었지만 1865년에 수정본이 파리에서 공연될 때에는 그저 그런 반응을 받았다. 너무나 직선적인 스토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보다 드라마틱한 '오텔로'를 제시키로 한 것이다.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의 환상적인 무대. 베니스 총독궁을 배경으로 삼았다.

 

리코르디는 베르디의 오랜 친구인 지휘자 프랑코 파키오(Franco Faccio)와 모의하여 베르디로 하여금 새로운 오페라를 작곡하게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1879년 여름의 어느날 저녁 베르디의 밀라노 저택에서의 만찬에서 리코르디와 파키오는 셰익스피어의 '오텔로'에 대한 이야기를 일부러 화제로 삼았다. 이와 함께 작곡가이며 대본가인 아리고 보이토를 치켜 세우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리코르디는 베르디에게 아리고 보이토 역시 셰익스피어의 대단한 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이토가 '오텔로'를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날을 그것으로 얘기를 마무리했다. 며칠후, 리코르디는 보이토에게 베르디를 만나서 '오텔로'의 대본에 대한 아웃라인을 설명토록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리코르디 등은 베르디가 과연 '오텔로'를 오페라로 작곡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왜나하면 베르디는 이제 더 이상 작곡을 하지 않겠다는 본래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베르디는 몇년 전에 '시몬 보카네그라'의 수정본을 만들면서 보이토의 대본을 사용한 일이 있다. 베르디는 대본가로서 보이토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얼마후 베르디는 보이토가 '오텔로'의 대본을 가지고 오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일단 작곡을 시작해 보겠다는 언질을 주었다. 베르디는 '오텔로'의 대본을 읽고 상당히 마음이 끌렸다. 베르디는 드디어 작곡을 시작했다. 다만, 제목은 '오텔로'가 아니라 '이아고'로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원래 제목을 그대로 사용키로 결정했다.

 

이아고가 오텔로에게 음모를 꾸미고 있다. 현대적 연출. 웨스트 베이 오페라

 

작곡에서 은퇴한 베르디가 새로운 오페라를 작곡한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신문들은 '오텔로'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거의 매일처럼 내 보냈다.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유럽의 내노라 하는 지휘자와 성악가들은 베르디의 새로운 오페라에서 어떤 역할이든지 맡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하지만 이들은 라 스칼라가 이미 초연 장소로 결정되었으며 지휘는 프랑코 파키오가 맡게 된다는 내용은 알지 못했다. 이와 함께 두 명의 남자 주인공, 즉 오텔로와 이아고의 캐스팅도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 오텔로는 이탈리아의 가장 뛰어난 드라마틱 테너인 프란체스코 타마뇨가 선정되었고 이아고는 프랑스의 노래하는 배우인 빅토 모렐(Victor Maurel)이 맡는 것으로 내정되었다. 그리고 역시 노래하는 여배우인 로밀다 판탈레오니(Romilda Pantaleoni)가 소프라노 파트인 데스데모나를 맡도록 되었다. 오페라 '오텔로'는 베르디가 아이다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작곡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때로부터 16년이 지난 1887년 초에 완성되었다. 리코르디와 파키오가 베르디를 설득한 때로부터는 8년이 지난 후였다. 초연을 위한 각종 준비와 리허설은 극도의 비밀 속에 진행되었다. 그리고 베르디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초연을 취소할 권리가 있다고 양해되어 있었다. 베르디로서는 너무 오랫만에 내놓는 오페라이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1887년 2월 5일 라 스칼라에서의 초연은 대성공이었다. 베르디는 '오텔로'가 막을 내리자 무려 20회의 커튼 콜을 받았다. 과거에 이만한 커튼 콜을 받은 예는 없었다. 베르디가 겨우 극장을 빠져나와 호텔로 돌아가려 하자 극장 밖에서 기다리던 군중들이 베르디의 마차를 에워싸고 '비바 베르디'를 연호하면서 호텔로 행진하였다. 군중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들을 하지 않고 호텔 밖에서 '베르디'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였다. 마침 오텔로를 맡았던 프란체스코 타마뇨가 베르디와 함께 호텔로 왔다가 군중들의 연호에 마지 못해서 발코니에 나타나서 '오텔로'의 1막 도입부에 나오는 '에술타테'(Esultate)를 불렀다. 군중들의 환호성은 밤이 지새도록 계속되었다.

 

현대적 연출. 터키 해적과의 전투에 전투기 조종사들을 동원하였다.


베르디는 세계적인 명작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작곡하기를 즐겨했다. 불후의 명작이 주는 감동을 음악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에 스토리를 음악에 맞추어 전달하기 위해, 또는 극적인 효과를 한층 높이기 위해 내용을 변형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하지만 오텔로의 경우는 달랐다. 셰익스피어가 쓴 원작의 내용을 극도로 충실히 살렸다. 여기에는 뛰어난 대본가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의 공로가 컸다. 다만, 셰익스피어의 드라마중에서 1막에 나오는 데스데모나와 아버지 브라반티오(Brabantio)와 관련된 사항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므로 오페라 오텔로를 충분히 이해코자 한다면 오페라의 1막에서 오텔로가 개선하기 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대본가 아리고 보이토


데스데모나의 아버지인 브라반티오는 베니스공국의 원로원 의원이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드라마 제1막에서는 이아고(Iago)와 로데리고(Roderigo)가 브라반티오를 찾아와 데스데모나와 오텔로가 비밀리에 결혼했다는 얘기를 전한다. 브라반티오는 무어인인 오텔로가 마법을 사용하여 사랑하는 딸 데스데모나를 유혹했다고 확신하고 오텔로를 크게 비난한다. 결국 브라반티오는 오텔로를 원로원과 베니스공국의 대공에게 고소하여 재판을 받도록 한다.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데스데모나가 나타나 베니스의 원로원들과 대공 앞에서 자기가 오텔로와 결혼한 것은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아버지 브라반티오가 무어인인 오텔로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므로 두 사람의 사랑이 파탄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리 결혼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상원의원들은 데스데모나의 숭고한 정신을 이해한다. 브라반티오는 딸의 말을 받아들이지만 속으로는 원한에 넘쳐 있다. 재판에서 브라반티오는 오텔로의 직위해제를 요청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는 오텔로와 데스데모나가 비밀결혼을 한후 사이프러스로 도망갔다고 되어 있다.)

 

시카고 오페라의 현대식 무대. 데스데모나가 오텔로에게 오해를 풀라고 간청하지만 오텔로는 듣지 않는다.

 

무어인 용병대장인 오텔로는 베니스공국을 위협하는 해적들과의 전쟁에 나가도록 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브라반티오는 만일 오텔로가 전쟁에서 패한다면 딸 데스데모나와의 결혼이 무효가 될 것임을 밝힌다. 그러면서 브라반티오는 오텔로에게 ‘아버지를 속인 딸은 언젠가는 그대를 속일지도 모른다!’면서 신랄한 충고의 말을 전한다. 연극 1막의 마지막은 브라반티오의 동생인 그라티아노(Gratiano)가 등장하여 브라반티오가 딸의 배신으로 참을수 없는 비통함에 빠져 있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고 전하는 것으로 장식된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 브라반티오는 다른 인물들에 비하여 그다지 중요한 역할이 아니다. 그렇지만 브라반티오는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비극으로 막을 내린 배경이 어떻게 연유되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연극에서는 1막에서 재판이 끝난후 이아고가 오텔로에게 다가와 ‘데스데모나는 아버지 몰래 당신과의 관계를 비밀스럽게 유지했다. 때문에 데스데모나는 언젠가는 당신에게도 똑같이 비밀스러운 어떤 행동을 할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하여 이미 1막에서 오텔로의 마음에 의심의 불씨를 심어 놓았던 것이다. 이아고로부터 이같은 소리를 들은 오텔로는 ‘이 사람, 참 형편없이 몹쓸 사람이네’라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나중에 부관으로 승진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오텔로가 데스데모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데스데모나는 오텔로가 준 손수건을 가지고 있다. 엿듣는 아멜리아. 

                                   

셰익스피어는 오텔로를 1604년경에 썼다. 베르디가 오페라로 만든 때보다 거의 3백년 전의 일이다. 셰익스피어는 이미 나와 있던 소설이나 산문시 또는 전래의 이야기에서 가져와 드라마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오텔로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의 극작가 지랄도 신티오(Giraldo Cinthio: 1504-1573)의 헤카토미티(Hecatommithi)라는 에피소드 모음집에서 소재를 가져와 살을 붙여 오셀로(Othello)라고 하는 불후의 셰익스피어표 희곡을 만들었다. 지랄도 신티오의 에피소드 모음집에서는 데스데모나만이 이름이 명확하게 나와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무어인, 대위, 기수(旗手) 등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신티오의 드라마에는 무어인 군인이 자기 부인을 심히 의심하여 동료의 도움을 받아 비운의 그 여인을 샌드백(모래주머니)으로 쳐서 죽인다고 되어 있다. 신티오의 드라마에서는 아무 죄도 없는 자기 부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무어인이 자기의 행동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부인을 살해한 무어인은 공범인 기수와 함께 베니스로 도망갔다가 데스데모나의 가족에게 피살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신티오는 결론적으로 ‘유럽의 여인들은 현명치 못하다. 격하기 쉬운 성질의 다른 종족 남성과 결혼하면 비운을 겪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데스데모나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비운’(悲運)이라는 뜻이다.

 

데스데모나(마리아 다마토), 오텔로(라파엘 다빌라). 사라소타 오페라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은 조잡하고 미숙한 스토리를 세월을 초월하는 불후의 비극으로 다시 만들어 내는 데에 있다. 사실 어찌 보면 오텔로의 이야기는 평범하고 치졸한 질투에 바탕을 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건의 결말은 질투에 의한 치정살인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인간 성격의 한 단면인 질투로 인하여 인간의 기본 정신이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 될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보여주었다. 불필요하고 치졸한 질투의 과정을 통하여 들어나 보이는 나약한 인간의 내면세계! 누구나 마치 자기의 모습을 거울에서 보듯 경종과 교훈을 던져주는 것이다. 오텔로와 이아고의 성격은 베르디의 모든 오페라 중에서 가장 완벽하게 개발된 것이다.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표현된 이들의 성격을 오페라에 그대로 반영하였다. 특히 오텔로가 그러하다. 오텔로의 변화하는 성격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무어인으로서 주위의 천시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어나가는 의지, 데스데모나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자기를 배신했다고 믿어 분노하는 심정 등을 극도로 완벽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아고의 악마와 같은 성격표현도 어려운 연기이다. 오페라 오텔로에서 이아고의 역할은 철저하게 악역이다. 특히 오텔로의 마음속에 질투로 인한 분노의 심정을 심어 놓기 위해 악마의 말을 속삭이는 이아고의 노래와 연기는 모든 오페라의 역할 중에서 아마 토스카의 스카르피아(Scarpia) 정도만이 라이벌일 것이다. 베르디가 오페라 오텔로에서 오케스트라의 역할을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놓은 것은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그 이전까지는 오케스트라의 역할은 드라마의 진행에 따른 반주였다. 하지만 베르디는 오텔로에서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출연자로 사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아고가 오텔로에게 질투와 복수의 씨앗을 심어줄때 정작 이아고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악마의 음성은 오케스트라가 맡아 처리토록한 것 등이다.

 

 

전설적인 이아고 역의 바리톤 빅토르 모렐과 오텔로의 이미지를 창조한 테너 프란체스코 타마뇨. 라 스칼라 박물관 소장.


오텔로의 역할은 베르디의 모든 오페라 중에서 가장 힘든 역할이다. 노래에 있어서나 연기에 있어서나 그러하다. 그러므로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오페라 테너만이 이 역할을 소화할수 있다. 역사적으로 오텔로의 역할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한 테너로는 프란체스코 타마뇨(Francesco Tamagno: 초연에서 오텔로의 이미지를 창조함), 프란치스코 비나스(Francisco Vinas), 안토니오 파올리(Antonio Paoli), 조반니 제나텔로(Giovanni Zenatello), 레나토 자넬리(Renato Zanelli), 조반니 마르티넬리(Giovanni Martinelli), 레오 슬레작(Leo Slezak), 라몬 비나이(Ramon Vinay), 마리오 델 모나코(Mario del Monaco), 제임스 맥크래큰(James McCracken), 그리고 욘 비커스(Jon Vickers)를 꼽을수 있다. 위대한 엔리코 카루소는 1921년 오텔로의 역할을 맡기로 하여 스스로 많은 준비를 하며 노력하였다. 무어인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북아프리카 무어인들과 접촉하기도 했고 드라마의 현장인 사이프러스(Cyprus: 키프러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을 몇 달 안남기고 48세로 세상을 떠남으로서 카루소의 오텔로는 애석하게도 불발이 되었다.

 

2015 메트로폴리탄의 오텔로.  알렉산드르스 안토넨코. 거울에 비치는 여러 모습의 오텔로를 표현.

 

현대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오텔로는 플라치도 도밍고(Placido Domingo)이다. 누구보다도 위대하게 오텔로의 역할을 소화하고 표현했다. 도밍고는 1986년 오페라 영화의 거장인 프랑코 지피렐리(Franco Ziffirelli)가 감독한 오텔로에서 카리스마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찬사를 받았다. 다만 전임자들인 프란체스코 타마뇨 또는 조반니 제나텔로에 비하여 드라마틱한 파워는 많았을지 모르나 음악적인 파워는 부족했으며 음색에 있어서도 마치 큰 종을 울리는 듯한 굉활한 음색이 부족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현 시대의 가장 유망한 오텔로는 호세-쿠라(Jose-Cura)이다. 그는 음악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 모두 부족함이 없으며 특히 무어인의 성격 묘사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아고 역할은 바리톤으로서 가장 어려운 역할일 것이다. 음악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받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아고 역할은 1887년 오텔로의 초연에서 이아고를 창조한 빅토르 마우렐(Victor Maurel)만한 인물이 없다고 한다. 물론 그 이후에 등장한 마티아 바티스티니(Mattia Battistini), 안토니오 스코티(Antonio Scotti), 티타 루포(Titta Ruffo)등은 매우 뛰어난 이아고들이었다. 음반으로서는 1947년 토스카니니 지휘로 헤르바 넬리(Herva Nelli: 데스데모나), 라몬 비나이(Ramon Vinay: 오텔로), 주세페 발덴고(Giuseppe Valdengo: 이아고)가 취입한 것이 가장 뛰어나는 평을 받았다.

 

오텔로 역의 플라치도 도밍고와 데스데모나 역의 르네 플레밍, 메트로폴리탄. 사랑의 듀엣.

 

오텔로의 역사적인 초연은 1887년 2월 5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La Scala) 극장에서 있었다. 1887년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황제 시절로서 이화학당이 처음으로 문을 연해이다.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의 초연에서는 테너 프란체스코 타마뇨가 오텔로를 맡았다. 그런 이유로 타마뇨의 오텔로 초상화가 라 스칼라극장박물관에 높이 전시되어 있다. 타마뇨는 1881년 버전의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가브리엘레 아도르노(Gabriele Adorno)역할을 창조하는 등 베르디와 인연이 깊었다. 데스데모나는 전설적인 소프라노 로밀다 판탈레오니(Romilda Pantanleoni), 이아고는 유명한 빅토르 마우렐(Victor Maurel)이 맡았다. 초연에 대한 당시의 신문기사를 보면 그건 단순히 대단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하다는 것이었다. 초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입장권이 매진되어 당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하지 못하고 극장 밖에서 서성거려야 했다. 유럽 각지에서 언론인들과 평론가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유럽의 여러 유명 극장주들도 다수 참석하였다. 베르디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작곡가 중에서는 프랑스의 쥘르 마스네(Jules Massenet), 독일의 에르네스트 라이어(Ernest Reyer), 이탈리라의 필리포 마르케티(Filippo Marchetti) 등이 이날의 초연에 참석하였다. 초연에서 오텔로를 맡은 테너 프란체스코 타마뇨는 너무나 감동적인 연기와 노래를 들려주어서 곧이어 미국으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하지만 당장 갈 형편이 아니어서 초연으로부터 7년후인 1894년 뉴욕을 방문하여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텔로를 맡아 역사적인 갈채를 받았다. 당시 메트로에서의 데스데모나는 전설적인 소프라노 에미 임스(Emmy Eamses)였다.

 


라 스칼라에서의 오텔로 무대
                     

베르디의 오텔로 이전에 로시니의 오텔로가 있었다는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로시니의 오텔로는 베르디의 오텔로보다 약 70년 앞선 1826년 나폴리의 폰도극장(Teatro del Fondo)에서 초연되었다.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비하여 상당히 변형된 것이었다. 당시에는 거의 모든 오페라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패션이었다. 로시니의 오텔로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내용이었다. 그러자니 극의 전체적인 흐름이 방향을 바꾸지 않을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아고의 역할이 축소되었다. 이아고를 그다지 나쁜 사람으로 그리지 않았다. 피날레는 데스데모나가 죽임을 당하지 않고 오텔로와 결혼한후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되었다. 로시니의 오텔로는 다만 몇 차례의 공연이 있었을 뿐 길이 남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시니의 오텔로는 뮤지컬 드라마의 발전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이정표를 세워준 것이었으며 나아가 70년후 베르디의 오텔로가 탄생할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 것이었다.

 

행복한 오텔로(존 보타)와 데스데모나(르네 플레밍)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에서 데스데모나의 정숙하고도 품위 있는 이미지는 그다지 크게 부각되어 있지 않다. 다만, 하찮은 일로 오해를 받아 고난을 당하는 가려한 여인으로 그려져 관객들의 동정을 받는 정도이다. 예를 들면 남편 오텔로의 부관인 카시오(Cassio)의 억울함을 감싸주다가 운명적인 흉계에 말려들어가 고난을 당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러나 실상 베르디가 이 오페라에서 대단히 역점을 둔 역할은 바로 데스데모나였다. 억압과 모멸 속에서도 고귀한 사랑, 그리고 신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았던(데스데모나의 아리아 아베 마리아를 들어 보면 알수 있음) 구원(久遠)의 여인상을 그리려고 했다. 그러므로 ‘희생’과 ‘사랑’이야 말로 베르디가 이 오페라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진정한 메시지라고 할수 있다.


데스데모나의 모습. 그림 - 파르마 음악의 전당 소장


시기는 1400년대. 무대는 사이프러스(키프러스) 섬의 해안 도시. 셰익스피어의 무대가 된 곳은 사이프러스 북부 화마구스타(Famagusta)라고 한다. 이곳에 있는 14세기의 성채는 오늘날 오텔로의 성이라고 부르며 특히 중후한 망루는 ‘오텔로 타워’라고 부른다. 제1막은 리골레토의 첫 장면에서처럼 긴박감과 열광적인 감흥이 흘러넘친다. 처음부터 강렬한 음향이기 때문에 ‘혹시 드라마의 중반부에 들어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줄 정도이다. 주인공 오텔로(Otello: Ten)는 1막의 상당부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아리아도 부르지 않는다. 다만, 개선장군으로서의 당당한 모습만을 보여줄 뿐이다. 군중들의 합창 Esultate!(환희할 지어다!)가 오텔로의 위대함을 간접적으로 설명해 준다. 오페라의 도입부에서 오텔로의 영광을 찬양함은 그에게 대적할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아고(Iago: Bar)를 비롯하여 로데리고(Roderigo: Ten)와 같은 간사한 무리들이 감히 오텔로에게 대적한다. 그래서 결국 위대한 주인공을 파멸로 몰고 간다. 나약한 오텔로!

                           

키프러스의 화마구스타에 있는 오텔로 타워와 성채


그러면 오텔로의 진정한 위용은 어디에서 발견할수 있는가? 음악적으로 보면 오텔로가 데스데모나를 심하게 모욕하면서 부르는 아리아에서 찾아볼수 있다. 테너로서 톱(Top) C음을 폭발적으로 분출함으로서 음악적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고조시킨다. 드라마적으로는 피날레의 장면, 즉 자기의 크나큰 실수를 깨닫고 속죄하는 의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영원한 저 세상에서 사랑하는 데스데모나와 다시 만나고자 열망하는 장면이다. 오텔로는 용맹한 장군이다. 그러나 그의 위대함은 전장에서가 아니라 자기의 죄과를 진정으로 뉘우치는데서 찾아 볼수 있다. (무어인 오텔로는 알제리아 사람이라고 한다.)

 

오텔로와 데스데모나. 아돌프 봐이츠 그림.

 

오텔로는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한정된 무대 공간을 초월하여 전체를 압도한다. 체격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베르디의 고민은 그러한 오텔로를 어느 시점에서 무대에 등장토록 하고 어느 시점에서 무대 뒤로 사라지게 하느냐에 있었다. 무릇 무대 공연에 있어서 주인공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제1막의 개선장면에서는 아직 오텔로의 등장 없이 군중들의 환호만으로 오텔로에 대한 강렬한 존재를 부각시켜 놓았다. 군중들의 환호가 고조되었을 때 오텔로가 모습을 보인다. 어느 누구도 오텔로의 위대함에 이의를 제기할수 없다. 오텔로가 두 번째로 등장한 때는 카시오와 로데리고가 칼을 빼어들고 결투를 할 때이다. 오텔로의 Abassa le spade(칼을 내려놓아라)라는 아리아는 그의 위엄을 한층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모두들 복종해야 하는 카리스마적인 위엄이다. 두려움까지 느끼게 해주는 그러한 위엄이다. 그러나 베르디는 그러한 오텔로에게도 순수하고 감미로운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오텔로와 데스데모나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부르는 ‘러브송’은 아무런 불안이나 걱정을 느낄수 없는 그야말로 순수하고 감미로운 노래이다. 이같은 구성은 베르디가 다른 어느 오페라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라 스칼라 무대. 현대적 연출. 오텔로는 해군 제독으로 분장하였다.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나아가 이탈리아의 오페라에서 오텔로의 제4막 첫 장면처럼 아름다운 파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데스데모나의 아리아 Canzona del salce(버들의 노래)가 그 아름다움의 중심이다. 오케스트라는 배반당한 사랑의 비통한 얘기를 절묘하게 그리고 있다. 데스데모나가 시녀 에밀리아(Emilia: MS)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아리아는 데스데모나가 오텔로에 대하여 품고 있었던 신뢰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애끓는 사랑의 정서가 감칠듯이 담겨있다. 참으로 아름답고 애절한 노래이다.

 

버들의 노래를 부르는 데스데모나(미셀 라이스).


이제부터 줄거리로 들어가 보자. 무대는 키프러스(사이프러스). 당시 키프러스는 베니스공국에 속하여 있었다. 항구는 오텔로의 전함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폭풍 때문에 걱정은 했지만 오텔로의 전함은 승전보와 함께 무사히 항구로 돌아온다. 사람들이 오텔로의 개선을 열렬히 환영한다. 이제 키프러스를 괴롭히던 터키 해적의 무리들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기수(旗手)인 이아고는 자기가 오텔로 장군의 부관으로 승진되어야 할텐데 대신 카시오가 임명된데 대하여 큰 불만을 품고 있다. 상륙한 이아고는 베니스에서 온 귀족 로데리고와 은밀한 계략을 꾸민다. 로데리고는 데스데모나를 짝사랑하는 인물이다. 이아고와 로데리고는 오텔로를 파멸로 몰아넣기 위해 이아고 대신 부관으로 승진한 카시오를 희생물로 삼기로 작정한다. 두 사람은 카시오를 만나 주막으로 데려간다. 카시오는 오텔로의 인정을 받아 승진한데 대하여 무척 기분이 좋아 있다.

 

 주막에서 기분이 좋아 축배의 노래를 부르는 카시오. 그를 바라보고 있는 로데리고.

                          

카시오는 이아고가 권하는 대로 술을 마시고 흠뻑 취한다. 때맞추어 로데리고가 등장하여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카시오를 보고 ‘이런 형편없는 인간이 어떻게 오텔로 장군의 부관이 되었는가?’라며 심하게 비웃는다. 순간적으로 화가 치민 카시오는 칼을 빼어들고 로데리고에게 달려든다. 소란한 싸움이 벌어지자 야경꾼들이 경종을 울린다. 오텔로가 달려 나온다. 오텔로는 우선 Abassa le spade(칼을 내려놓아라)는 아리아로서 두 사람의 결투를 중지한다. 기다렸다는듯 이아고가 오텔로에게 카시오가 술을 너무 퍼마신후 베니스의 신사 로데리고에게 시비를 걸었다고 꼬아 바친다. 이 소리를 들은 오텔로는 격분한 나머지 카시오의 직위를 박탈한다. 데스데모나도 무슨 일인지 궁금하고 염려스러워서 등장한다. 그러나 사태가 모두 진정되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좋게 된다. 모두 물러가고 무대에는 오텔로와 데스데모나만이 남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듀엣을 부른다. Gia nella notte densa(이미 밤은 깊고)라는 아름다운 노래이다. 데스데모나는 오텔로의 개선으로 아버지에게 지은 죄를 어느정도 갚았다고 생각하여 비교적 기쁜 마음이다. 오텔로도 개선으로 데스데모나와의 사랑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어 자랑스럽고 기쁘다. 폭풍우가 지나간 밤하늘에는 밝은 달이 떠있다. 잔잔한 바다는 달빛에 반짝반짝 춤을 추고 있다. 모든 것이 사랑스런 밤이다.

 

이아고와 오텔로가 손을 잡고 있다. 런던 ROH.                      

 

제2막은 성안의 홀이다. 부관의 지위를 박탈당한 카시오가 풀이 죽어 앉아 있다. 어떻게 얻은 자리인데! 그런 카시오에게 이아고가 다가와 속삭인다. 데스데모나가 곧 정원으로 산책나올 것이니 기다렸다가 만나서 제발 오텔로의 마음을 돌려달라고 부탁해보라고 권고한다. 거짓 친절이었다. 카시오는 이아고의 그말을 오히려 반가워하며 정원쪽으로 향한다. 이때 이아고가 부르는 아리아가 유명한 Credo in un Dio cruel(나는 잔인한 신을 믿노라!)이다. 사도신경 스타일의 곡이다. ‘나는 믿노라/ 잔인한 신을/ 내가 분노할 때에/ 나는 그 신을 찾노라/ 악의 뿌리에서 태어난 나는/ 흉악한 인간이기에/ 나의 마음에는 흙탕물이 있을 뿐이다..’라는 내용이다. 이아고의 '나는 잔인한 신을 믿노라'라는 사도신경 스타일의 아리아는 오페라 '오텔로'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이다. 이 아리아에서 사용된 관현악 반주부분을 들어보면(특히 금관악기 연주) 어떻게 이렇게도 강렬하고 감동적인 음악을 만들수 있는지 그저 놀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페라 '오텔로'의 진짜 주인공은 이아고인지도 모른다.

 

'나는 잔인한 신을 믿노라'. 이아고의 아리아. 바리톤 제이슨 스턴스(Jason Sterns). 메트.

                                                                                     

데스데모나와 시녀 에밀리아가 저녁 산책을 하러 정원으로 나온다. 에밀리아는 이아고의 아내이다. 이아고와는 달리 천성이 곱다. 정원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카시오가 데스데모나 앞에 나타나 자기가 처한 사정을 설명하고 복직될수 있도록 오텔로 장군에게 잘 말씀 드려 달라고 부탁한다. 마침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오텔로가 목격하게 된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와 카시오 사이에 무슨 은밀한 관계가 있다고 의심한다. 오텔로는 전에 이아고로부터 들은 소리를 생각한다. 이아고가 오텔로의 마음에 심어 놓은 의심과 질투의 씨앗이 점점 자라고 있다. 잠시후 저택 안으로 들어온 데스데모나는 남편 오텔로에게 카시오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서 술기운에 실수를 저질렀으니 용서해 달라고 부탁한다. 마음속에 의심의 구름이 덮여 있는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머리가 아프다고 하며 얘기를 돌린다. 데스데모나가 손수건을 꺼내어 오텔로에게 머리를 동여매어 보라고 권한다. 오텔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사랑의 선물로 준 손수건이다. 오텔로는 매정하게 손수건을 뿌리친다.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시녀 에밀리아가 얼른 줍는다. 오텔로는 의심과 질투에 번민하고, 데스데모나는 순진하게도 카시오의 복직을 간청하고, 이아고는 에밀리아의 손에서 손수건을 뺏으려하고, 에밀리아는 음흉한 남편 이아고에게 손수건을 빼앗기지 않으려하는 중에 저 유명한 4중창이 엮어진다.

                             

결혼을 위해 법정에 앉아 있는 데스데모나(신시아 클레이턴)와 오텔로(데이빗 구스타프슨). 웨스트 베이 오페라.

       

데스데모나와 에밀리아가 방에서 나간후 오텔로는 아직도 번민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Ora e per sempre, addio(이제부터는 영원한 이별이오)라는 처절한 아리아를 부른다. 자기가 누리고 있던 사랑과 영광의 순간은 이것으로 끝이라는 내용이다. 오텔로는 아직도 방에 남아 있는 이아고에게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대라고 다그친다. 이아고는 카시오가 ‘아름다운 데스데모나를 저 검둥이 무어 놈에게 넘겨준 운명이 자주스럽다’라는 말을 지껄인 일이 있다고 거짓으로 일러바친다. ‘검둥이 무어 놈이라니!’.... 오텔로의 분노는 극도에 달한다. 질투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오텔로! 이 모습을 본 이아고는 ‘이제야 계획대로 일이 되어 가는가보다’라며 속으로 좋아한다. 이아고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또 다시 음흉한 계획을 진행시킨다. 이아고는 카시오가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에밀리아에게서 이미 억지로 뺏어 놓았던 터였다. 이제 그 손수건을 아무도 몰래 카시오의 방에 가져다 놓으면 된다. 손수건 얘기를 들은 오텔로의 분노는 마침내 폭발하고 만다. 오텔로와 이아고는 각자 자기의 복수를 다짐하는 듀엣을 부른다. Si, pel ciel marmoreo giuro(그렇다. 하늘을 걸고 복수하련다)라는 곡이다.



오텔로와 이아고 (Laurence Fishburne - Kenneth Branagh) - 1995 영화의 한 장면.

                

제3막 역시 성안의 큰 홀이다. 이아고는 오텔로에게 잠시후 카시오가 이곳으로 올것이니 숨어서 그의 행동을 지켜보라고 속삭인다. 이때에 아무것도 모르는 데스데모나가 들어와 오텔로에게 카시오의 복직을 다시한번 간청한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대신 데스데모나에게 전에 자기가 준 손수건을 어서 내놓아 보라고 요구한다. 데스데모나가 잃어버린 손수건에 대하여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에게 심한 모욕적인 말을 던지며 데스데모나를 밀쳐서 쓰러트린다. 이 때 부르는 오텔로의 아리아가 Silencio, demonio(입닥쳐라, 이 악마야)이다. 이런 소리를 들은 데스데모나는 순간적으로 앞이 캄캄해져서 말문을 열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때 카시오가 나타나서 자기 방에 이런 손수건이 있더라고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자랑삼아 얘기한다. 눈에 익은 손수건을 목도한 오텔로는 자기 아내 데스데모나와 카시오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믿고 분노에 떤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와 카시오를 모두 죽여 없애겠다고 결심한다.
                                                         

오텔로와 이아고. 메트로폴리탄. 현대적 연출

                                          

제4막은 데스데모나의 침실이다. 데스데모나는 허탈한 심정으로 자신에게 닥쳐올 불행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너무나도 변해버린 오텔로....그에 대한 사랑과 미움, 그리고 치욕...데스데모나는 자신의 비운을 한탄할 뿐이다. 여기에서 데스데모나는 유명한 ‘버들의 노래’(Salce, salce)를 부른다. 옛날 자기 어머니의 아름다운 몸종이 어떤 남자에게 버림받고 죽음을 택하였는데 그 여자가 즐겨 불렀다는 노래를 회상하며 부르는 아이라이다. 단조로운 민요 같으면서도 지극한 애절함이 담겨있는 곡이다. 이어 데스데모나는 성모 마리아상 앞에 꿇어 엎드려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Ave Maria(아베 마리아)이다. 연약한 여인의 비참한 운명을 한탄하며 드리는 기도이다.

 

아베 마리아를 부르는 데스데모나(르네 플레밍). 메트로폴리탄

                                                                   

데스데모나가 기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오텔로가 아무도 몰래 숨어 들어와서 데스데모나의 이마에 마지막 작별을 고하듯 키스를 한다. 놀라 깨어난 데스데모나에게 오텔로는 카시오와의 불륜을 고백하라고 윽박지르면서 연약한 데스데모나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던 데스데모나는 한마디의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마침내 숨을 거둔다. 이때 뛰쳐 들어온 시녀 아멜리아는 모든 것이 자기 남편 이아고의 못된 음모라고 폭로하며 데스데모나의 죽음을 보고 너무나 기가 막혀 정신을 잃는다. 뒤따라 들어온 카시오도 가슴을 치며 데스데모나의 결백함을 하늘을 두고 맹세한다. 카시오는 조금전 베니스의 신사 로데리고와 정식 결투를 하여 그를 쓰러트렸는데 로데리고가 숨을 거두면서 이 모든 일이 이아고의 흉계였음을 털어 놓았다고 전한다. 모든 음모가 탄로나자 이아고는 도망친다. 진실을 알게된 오텔로는 자기의 어리석은 잘못을 뉘우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오텔로는 가슴에 칼을 꽂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의 싸늘한 입술에 마지막 속죄의 키스를 하고나서 진실로 자기를 사랑해주었고 또한 자기도 진정으로 사랑했던 데스데모나의 시신 위에 쓰러진다. 막이 내린다. 오텔로를 보면 악이 선을 이기는 것처럼 생각할수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악한 사람이 득세를 하며 선한 사람은 피해만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르디의 해답은 간단하다.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참사랑이란 것은 희생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오텔로가 데스데모나를 질투하여서 죽이고자 한다. 안토니오 무뇨스 데그라인 그림

 

오페라 '오텔로'의 음악 하이라이트

 

1

- Una vela!(돛이다!) 합창, 몬타노, 카시오, 이아고, 로데리고

- Esultate! Lorgoglio musulmano sepolto è in mar(환희하라! 무어인의 자존심은 바다에 묻었도다.) 오텔로, 합창

- Roderigo, ebben che pensi?(로데리고, 무슨 생각을 하느냐?) 이아고, 로데리고

- Fuoco di gioia! (영광의 불길) 합창

- Roderigo, beviam! (로데리고! 마시자!) 이아고, 카시오, 로데리고, 합창

- Inaffia l'ugola!(목을 추기자) 이아고,  카시오, 로데리고, 합창

- Capitano, vattende la fazione ai baluardi(대장이여, 병사들이 성루에서 기다리고 있다) 몬타노, 카시오, 이아고, 로데리고, 합창

- Abbasso le spade (칼을 내려 놓아라!) 오텔로, 이아고, 카시오, 몬타노

- Già nella notte densa s'estingue ogni clamor(이제 어두운 밤 사방이 조용해 졌도다) 오텔로, 데스데모나

 

2

- Non ti crucciar(초조해 하지 마라) 이아고, 카시오

- Credo in un Dio crudel(나는 잔혹한 신을 믿노라) 이아고

- Ciò maccora... Che parli?(나를 근심케 하네무어라고 말했는가?) 이아고, 오텔로

- Dove guardi splendono raggi(무엇을 보던지 밝은 빛이 빛나도다) 합창, 이아고, 어린이들, 데스데모나, 오텔로

- D'un uom che geme sotto il tuo disdegno la preghiera ti porto(그대로 인하여 고통 받는 자의 탄원을 가져왔노라) 데스데모나, 오텔로

- Ora e per sempre addio sante memorie(이제로부터 영원히 이별이요, 성스러운 추억) 오텔로

- Era la notte, Cassio dormia(밤이 되어 카씨오는 잠들어 있도다) 이아고

- Sì, pel ciel marmoreo giuro (그렇소, 대리석 천국을 두고 맹세하노라) 오텔로, 이아고

 

3

- Qui trarrò Cassio(여기 카시오를 데려 왔소이다) 이아고

- Dio ti giocondi, o sposo(신께서 당신을 즐겁게 하리, 당신이여) 데스데모나, 오텔로

- Esterrefatta fisso lo sguardo tuo tremendo(무서워요, 당신의 무서운 모습을 봅니다) 데스데모나, 오텔로

- Dio! mi potevi scagliar tutti i mali(신이시여, 당신은 내게 모든 악함을 던져 주었도다) 오텔로

- Vieni; laula è deserta (오라, 홀에는 아무것도 없도다) 이아고, 카시오, 오텔로

- Questa è una ragna dove il tuo cuor casca(그대의 마음을 잡아 놓은 거미줄이로다) 이아고, 카시오, 오텔로

- Il Doge ed il Senato salutano l'eroe trionfatore(총독과 원로원들이 승리의 영웅을 환영하도다) 로도비코, 오텔로, 데스데모나, 에밀리아, 이아고, 합창

- Messeri! il Doge mi richiama a Venezia(여러분, 총독이 나를 베니스로 불렀소이다) 오텔로, 로데리고, 이아고, 카시오, 로도비코

- A terra! sì nel livido fango(떨어지라, 그렇다, 진흙탕으로) 데스데모나

Quellinnocente un fremito d'odio non ha nè un gesto(저 순수한 사람은 감정도 증오의 표정도 없도다) 에밀리아, 카시오, 데스데모나, 로데리고, 로도비코, 이아고, 오텔로, 합창

- Fuggite!(사라지라!) 오텔로, 데스데모나, 에밀리아, 카시오, 로데리고, 로도비코, 이아고, 합창

 

4

- Piangea cantando nellerma landa(버들의 노래: 외로운 마음으로 눈물로서 노래하네) 데스데모나

- Ave Maria(아베 마리아) 데스데모나

- Diceste questa sera le vostre preci 오늘밤 기도는 했는가?) 오텔로, 데스데모나

- Aprite! Aprite! (눈을 뜨시오!) 에밀리아, 오텔로, 데스데모나, 카시오, 이아고, 로도비코, 몬타노

- Niun mi tema(아무런 두려움도 없도다) 오텔로, 카시오, 로도비코, 몬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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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텔로(요한 보타)와 데스데모나(아나 마리아 마르티네스). 메트로폴리탄.

 

에술타테(Esultate) - 오텔로의 레시타치보와 합창

오텔로의 위엄을 내보이는 곡이다. 오텔로가 무슬림의 해적들을 바다 속에 묻고 왔도다. 하늘의 영광이로다, 우리의 병사들은 용감하였도다. 라는 내용으로 노래하면 군중들이 환호하는 내용이다.

 

기쁨의 불길 (Fuoco di gioia) - 합창 1막 

기쁨의 불꽃! 즐거운 불길이 밤을 떠나보냈네. 불길이 뛰어놀고, 튀어 오르고, 타닥이며, 너울거리네, 밝은 빛이 가슴을 덮치는구나! 이제 달콤한 노래를 부르는 처녀들처럼, 이제 불타는 날개를 가진 나방처럼. 야자와 무화과 나무가 함께 불길에 휩싸인다, 신부들은 그네들의 사랑을 노래하고, 금빛 불꽃과 행복한 합창으로 훈훈한 서풍이 불어오네. 기쁨의 불꽃도 잠시! 금새 가버린 것은 열정의 불길! 불타고, 사라지고, 진동하고, 물결치는, 마지막 깜빡이는 불꽃이 솟아오르고 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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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의 노래 - 데스데모나

난 너무 슬퍼, 너무 슬퍼.(거울 앞에 슬픈 표정으로 앉는다)내 어머니께 불쌍한 하녀가 있었어, 그녀는 사랑스럽고 귀여웠지; 이름은 바바라였어; 한 남자를 사랑했는데 그녀를 버렸어. 그후론 버들 노래라는 노래를 부르곤 했어.(에밀리아에게)(내 머릴 풀어줘)오늘 저녁 그 노래가 자꾸 떠올라.

"외로운 들에서 그녀는 노래 부르며 울었네, 불쌍한 소녀가 울었네, 오 버들! 버들! 버들!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앉았네, 버들! 버들! 버들! 노래 불러요! 노래 불러요! 그 푸른 버들은 내 화환이 되리."

(에밀리아에게)서둘러; 오텔로가 곧 올꺼야.

"꽃핀 제방을 따라 맑은 강이 흐르네, 그녀는 슬픔에 흐느꼈네, 눈에서 쏟아지는 쓴 눈물로 그녀의 불쌍한 마음은 위안을 삼네. 버들! 버들! 버들! 노래 불러요! 노래 불러요! 그 푸른 버들은 내 화환이 되리.

어두운 가지 아래 달콤한 노래를 들으며 새가 날았네. 바위과 슬픔을 나눌 정도로 많은 눈물을 그녀는 흘렸다네."

(반지를 뽑아서 에밀리아에게 주며)이 반지를 저기에 둬요.

(일어서며)불쌍한 바바라!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곤 했지:"그가 삶의 목적은 명예, 나는 사랑..."(에밀리아에게)들어봐! 신음소리를 들었어.

(에밀리아가 몇발짝 내딛는다)

쉿...누가 문을 두드리지?

(에밀리아) 바람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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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도 이아고의 아리아 

(카시오는 걸어간다. 이아고는 그를 지켜본다.)

가라! 넌 이미 망했어. 넌 악마에게 걸려들었고, 내가 바로 그 악마지. 또 내가 믿는 신은 따로 있어, 내가 믿는 것은 냉혹한 신이지:(카시오를 다시 보지 않은 채 테라스로 부터 걸어서 멀어진다, 그리곤 나무 사이로 몸을 숨긴다.)

나는 그의 모습 그래로 나를 창조하신 잔인한 신을 믿지, 그리고 노여워하며 그의 이름을 부르노라. 비열함의 세포나 원자로부터, 난 비열하게 태어났어. 난 비열한 놈이야 왜냐면 난 인간이고 내 몸속에 태초의 악함을 느끼니까. 그래! 이것이 나의 믿음이야! 난 교회의 과부처럼, 확고 부동하게 믿는다,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악한 것들을. 난 운명의 명령을 받아 그렇게 생각하고 행한다. 나는 정직한 사람은 얼굴이나 마음을 흉내내는 배우라고 믿는다. 그의 모든 존재는 거짓이야! 눈물, 키스, 눈짓, 희생과 영광! 요람의 세포에서 무덤의 구더기까지 인간은 악한 운명에 희롱당하고 있지. 이 모든 헛고생 끝엔 죽음이 있지. 그러고 나면? 그러고 나면? 죽으면 끝이야, 천국이란 허황된 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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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고와 오텔로의 두엣

(맹세를 하듯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이제, 저 놀라운 천국의 이름으로! 뒤틀린 번개불 앞에! 죽음, 그리고 어두운 멸망의 바다앞에 맹세하노라! 사납고 처절하게 천둥번개가 쏟아지리라이렇게 뻗는 두 손으로부터! 복수의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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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마리아 - 데스데모나 

(기도대에 무릎을 꿇고)인자하신 마리아님, 모든 여성의 거울이신 당신과 은혜로운 당신께 태어나신 그리스도에게 영광. 무릎 꿇어 당신을 찬양하는 이들을 위해 빌어 주오, 죄 많은 자들, 죄 없는 자들, 억압받는 약한 자들, 강한 자들을 위해 빌어 주오.

서러운 자에게 달콤한 자비를 베푸소서. 불의에 굴복하는 자들, 잔인한 운명을 맞이한 자들, 빌어 주오. 우리를 위해, 우리를 위해 빌어 주오, 항상 죽음의 시각에 빌어 주소서, 빌어 주소서!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기도를 조용히 반복한다. 단 첫 단어와 마지막 단어가 들릴 뿐이다.) 아베 마리아...죽음의 시각에도. 아베! 아멘!

(몸을 일으켜 침대로 간다.)

(오텔로가 비밀 문간에 나타난다...그는 앞으로 와서...탁자위에 언월도를 놓는다... 촛대 앞에서 끌까 말까 망설이다가...데스데모나를 바라본다...불을 끈다... 화난 제스쳐를 취한다...침대로 다가간다...멈춘다...휘장을 올리고 잠자는 데스데모나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서 있는다...그녀에게 키스한다...두번...세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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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텔로의 마지막 아리아 Nuum mi terma 

비키시오! 내가 칼을 가졌다고 염려 마시오. 내 인생의 끝이오. 오! 영광! 오텔로의 날도 다 되었다.(검을 땅바닥에 떨어트리고, 침대로 가서 데스데모나를 바라본다)그리고 당신...이렇게 창백할 수가! 희고, 말없이, 아름다운, 나쁜 별 아래 태어난 경건한 여자. 차게, 당신의 순결처럼, 천국으로 가버렸네. 데스데모나! 데스데모나! 아!...죽었구려! 죽었어! 죽어!(옷속에 숨겨놓은 단검을 꺼내며)내겐 또 무기가 있다!(자신을 찌른다)

 

오텔로의 알렉산드르스 안토넨코, 데스데모나의 안야 하르테로스.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