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필견의 33편

유진 오네긴 - 차이코브스키

정준극 2007. 11. 28. 14:37

유진 오네긴

(Eugene onegin)

P. Tchaikovsky


‘유진 오네긴’(러시아어: 예프게니 오네긴: Yevgeniy onegin)은 37세로 요절한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푸슈킨(Alexsandr Pushkin: 1799-1837)의 산문소설을 차이코브스키가 오페라로 작곡한 것이다. 대본은 차이코브스키가 주관하여 그의 친구이자 시인인 콘스탄틴 쉴로브스키(Konstantin Shilovsky: 1849-1893)가 완성했다. 차이코브스키가 '유진 오네긴'을 오페라로 만들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메조소프라노로서 차이코브스키의 친구인 엘리자베타 라브로브스카야(Elizaveta Lavrovskaya: 1849-1919)가 ‘유진 오네긴’을 오페라를 작곡할 것을 권고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페라 '유진 오네긴'이 완성되었으니 푸슈킨의 사후 거의 40년이 지난 1877년의 일이었다. 차이코브스키는 처음에 그런 제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거절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충분히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차이코브스키는 푸슈킨을 만나 본적도 없다. 푸슈킨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12년 후에 차이코브스키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이코브스키는 ‘유진 오네긴’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그 시대에 러시아에서 푸슈킨의 ‘유진 오네긴’만큼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도 없기 때문에 모두들 '유진 오네긴'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 차이코브스키가 ‘유진 오네긴’의 작곡을 주저한 또 다른 이유는 원작이 지닌 위대한 문학적 향기를 손상할것 같은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차이코브스키는 친구 라브로브스카야의 계속 권유가 있자 ‘유진 오네긴’을 다시 정성으로 읽어보았고 그리고는 스토리에 빠져 들어서 마침내 오페라 작곡을 결심했다. 당시 차이코브스키는 28세열의 열정을 가진 청년이었다. 차이코브스키는 특히 타티아나의 ‘편지의 장면’에 마음이 끌렸다. 차이코브스키는 작곡을 시작하기 전에  밤을 지새며 오페라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시나리오 스케치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 그만큼 ‘유진 오네긴’에 몰두했다. 차이코브스키는 ‘유진 오네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성격이 당시 자신의 겪고 있는 개인적인 상황을 반영했다고 생각했다는 후문도 있다. 어떤 상황인지는 본 블로그의 차이코브스키편을 읽어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차이코브스키에게 유진 오네긴을 오페라로 만들 것을 권고한 성악가 라브로브스카야


차이코브스키는 ‘유진 오네긴’을 작곡하면서 여주인공 타티아나(Tatyana: Tatiana)에 대하여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타티아나의 사랑에 대한 고독한 번민에 대하여 깊은 공감을 갖게 된 것이다. 타티아나는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오네긴에게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쓴다. 밤을 지새우며 썼다가 버리기를 몇 번이나 하다가 마침내 쓴 편지이다. 타티아나는 자기의 편지를 몰래 오네긴의 방문 앞에 놓고 간다. 오네긴은 분명히 타티아나의 편지를 받았을 텐데 아침에 타티아나에게 아무런 얘기이 없다. 타티아나는 오네긴이 자기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고 무시했다고 생각하여 부끄럽고 허탈한 심정이 된다. 차이코브스키가 타티아나의 괴로운 심정을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된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1877년초, 라브로브스카야가 작곡을 권유하기 직전에 차이코브스키는 모스크바음악원의 제자인 안토니아 이바노브나 밀리유코바(Antonio Ivanovna Milyukova)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다. 차이코브스키를 사랑한다고 선언하는 내용이었다. 만일 자기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자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절박한 사연이 적혀 있는 편지였다. 1877년 7월, 차이코브스키는 결국 자기에게 사랑을 호소한 그 제자와 결혼하였다. 아마 충동적인 동정심에서 결혼했던 것 같다. 그러나 차이코브스키의 결혼은 본인을 물론 상대방에게도 결코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결혼한지 얼마후 차이코브스키는 친구들에게 ‘나는 이 여인을 결코 사랑하지 않았지만 결혼하게 되었다’고 털어 놓았던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이 불행한 결혼은 겨우 9개월간 지속되었다. 차이코브스키는 비밀스런 동성연애자였다. 그래서 부인 밀리유코바와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해야 했다. 결국 차이코브스키는 결혼과 함께 심한 신경쇠약에 걸려 고생해야 했고 의사가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할수 없다고 선언하자 마치 행운이라도 잡은듯 무미건조한 결혼생활로부터 탈출하였다. 그런 차이코브스키였기에 여성을 이성으로 바라보는 감정이 유별나지 못했던 것도 숨길수 없는 사실이었다. 

 

'유진 오네긴'에 대한 발레도 있다. 오네긴과 타티아나. 이 장면은 발레의 장면일 뿐이다.

 

차이코브스키는 이미 ‘유진 오네긴’의 작곡을 시작했지만 결혼의 파탄으로 한때는 자살할 생각까지 했다. 이같은 여파 때문에  ‘유진 오네긴’의 작곡은 몇 달 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같은 심적 갈등을 겪은후 차이코브스키는 자기의 행동에 대하여 깊은 회한을 가지게 되었다. 밀리유코바가 상심의 바다를 향해 멀리 떠난후에 특히 그러했다. 그래서인지 차이코브스키는 ‘유진 오네긴’에서 타티아나의 사랑을 외면한 오네긴에 대하여 말할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차이코브스키는 오네긴이 자기처럼 내성적이며 무심하고 용기가 없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네긴에 대하여 자책적인 증오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타티아나에 대하여는 달랐다. 밀리유코바를 생각하여 무한한 연민의 정으로 작품을 써나갔던 것이다. 오페라의 제목이 비록 남자 주인공의 이름을 딴 ‘유진 오네긴’이지만 전체적으로 오네긴보다는 여자주인공인 타티아나를 더욱 강조한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차이코브스키와 부인 밀리유코바


차이코브스키 최대의 걸작인 오페라 ‘유진 오네긴’은 우여곡절 끝에 작곡에 착수한지 2년후인 1879년 초에 완성되어 그해 3월 29일 모스크바음악원 학생들에 의해 음악원의 말리(Maly)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지휘는 모스크바음악원장인 니콜라이 루빈슈타인(Nicolai Rubinstein)이었다.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은 위대한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 지휘자인 안톤 루빈슈타인의 동생이었다. 모스크바음악원에서의 공연은 일종의 시범이었고 정식 공연은 그로부터 2년후인 1881년 1월 23일 모스크바의 볼쇼이(Bolshoi)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위대한 영혼의 승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차이코브스키는 푸슈킨의 원작에 표현되어 있는 주요 문장을 그대로 가져와서 오페라의 대사로 사용했다. 그리고 원작에서 감정적 세계와 관련한 부분과 주인공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을 중점 선정하여 오페라에 반영했다. 이를 서정적 장면(Lyrical scenes)이라고 불렀다. 어찌보면 '유진 오네긴'은 에피소드적인, 다시 말하여 삽화적인 작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오페라 ‘유진 오네긴’은 연속된 스토리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네긴의 삶에서 하이라이트만을 선정하여 표현했기 때문이다. 차이코브스키는'유진 오네긴'이 너무나 잘 알려진 작품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내용을 알고 있다고 믿고 상당부분을 삭제해도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처리는 푸치니의 '라 보엠'에서도 찾아 볼수 있는 기법이다. 

 

모스크바 푸슈킨광장에 있는 볼쇼이극장. '유진 오네긴'이 초연된 곳이다.


차이코브스키의 ‘유진 오네긴’은 분명 위대한 작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계무대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차이코브스키라고 하면 우선 ‘비창’과 같은 교향곡, 바이올린협주곡, 피아노협주곡, 그리고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과 같은 발레곡을 연상하게 된다. 그의 오페라는 이같은 명작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베르디와 푸치니와 같은 이탈리아 오페라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러시아 스타일의 오페라는 비교적 생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노, 비제, 생-생, 마스네 등이 프랑스 적인 오페라를 내놓음으로서 새로운 감흥을 던져 준 것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적인 오페라 역시 수많은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차이코브스키의 오페라중에서 오늘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면 ‘유진 오네긴’과 ‘스페이드의 여왕’을 들수 있다. 이 두편의 오페라가 모두 푸슈킨의 서정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레민 공자와 타티아나(미렐라 프레니)


차이코브스키가 푸슈킨의 원작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실상 푸슈킨이 원작을 통해 보여준 당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오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19세기 말의 러시아는 지식인들을 포함한 민중들이 지배층의 억압에 시달려야했던 암울한 시기였다. 특히 농민들의 생활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푸슈킨은 이러한 암담한 현실에서 돌파구 없이 소외당하고 있는 지식인들과 허덕이는 빈농들의 고뇌를 작품을 통해 절실하게 표현했다. 예를 들어 1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골여인들이 과수원에서 과일을 따는 장면이 있다. 여인들은 즐거운듯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실은 즐겁지 않은 노래였다. 지주들이 과일 따는 여인들에게 계속 노래를 부르도록 함으로서 몇 개의 과일이라도 몰래 먹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 당시의 실상이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당시 러시아 사회에서는 결투가 불법이었다. 그러나 푸슈킨은 오네긴과 그의 친구 렌스키가 결투를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몰고 갔다. 불법을 합법화 함으로서 체제에 도전하였으며 인텔리겐챠들이 겪고 있는 고뇌를 결투라는 도구를 통해서 분출토록 한 것이다. 푸슈킨 자신도 ‘유진 오네긴’을 쓰고 나서 6년후에 부인의 스캔들로 결투를 자청하여 목숨을 잃은 것은 시대적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이제 스토리로 들어가 보자. 때는 19세기 초반. 장소는 전원풍경이 아름다운 러시아의 어느 시골이다. 원작에 따르면 타티아나의 시골집은 핀란드 국경에 가까운 카렐라이(Karelia) 지방의 오네가(Onega)호수와 키치(Kizhi)호수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유진 오네긴'의 무대가 된 키치 호수가의 마을과 밀을 수확하는 여인

 

제1막 1장은 시골에 있는 라리나(Larina: MS)부인의 저택. 라리나 부인과 하녀 필립피에브나(Philipievna: MS)가 정원에서 과일로 잼을 만들고 있다. 저택 주변에 있는 과수원에서는 마을 여인들이 사과를 따고 있다. 이 집안의 가을 연례행사이다. 저택 안에서는 라리나부인의 두 딸인 타티아나(Tatyana: Sop)와 올라(Olga: Cont)가 듀엣을 연습하고 있다. 러시아 민속 노래로서 사랑의 우울함을 담은 Slikhali i vi(너는 들었는가)라는 곳이다. 사랑스런 두 자매의 듀엣은 라리나부인과 하녀 필립피에브나가 합세함으로서 4중창으로 발전한다. 이렇듯 차이코브스키는 처음부터 극적인 상황을 유도하지 않고 매우 자연적이고도 평화스러운 장면을 도입부로 삼았다. 라리나부인은 젊은 날을 회상하듯 ‘성공적인 결혼과 로맨틱한 꿈은 아주 다른 것’이라는 얘기를 해준다. 잠시후 집안으로 들어간 라리나부인은 큰 딸 타티아나가 우울해 보이지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어머니 라리나부인은 명랑하고 활달한 작은 딸 올가는 이미 렌스키라는 청년과 약혼까지 한 사이인데 큰딸 타티아나는 비교적 내성적이어서 아직 이렇다할 남자 친구도 없는 것을 걱정하는 입장이었다. 타티아나는 읽고 있는 소설중에 두 여인이 안타까운 사랑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라리나부인은 ‘젊음의 꿈과 실생활은 무척 다르다’라고 다시한번 말해준다.
                          

타티아나의 안나 네트렙코와 오네긴의 마리우츠 크비치엔. 메트로폴리탄. 2013년.


두 젊은이가 찾아온다. 이웃에 사는 렌스키(Lenski: Ten)와 그의 친구 유진 오네긴(Eugene onegin: Bar)이다. 렌스키는 올가와 약혼한 사이이다. 오네긴은 얼마전 제정 러시아의 수도인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온 젊은 귀족이다. 이 마을에 삼촌의 저택과 농지가 있어서 휴가차 온 것이다. 오네긴을 처음 만난 타티아나는 순간적으로 운명적인 사랑을 생각한다. 한편 타티아나를 처음 만난 오네긴은 타티아나의 검은 머리와 사려 깊은 행동에  매력을 느끼지만 스스로 대도시에서 온 지체 높은 귀족이라고 생각하여 시골에 살고 있는 타티아나를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세월이 지난후 오네긴(마리우츠 크비치엔)이 타티아나(안나 네트렙코)를 만나 심정을 고백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장면은 바뀌어 타티아나의 침실이다. 타티아나는 하녀에게 옛날에 사랑에 빠져 본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 하녀는 ‘부모님이 정해준대로 어떤 젊은이와 결혼했지만 낭만이나 애정은 없었다’고 대답한다. 타티아나는 지금 자기가 어떤 젊은 사람을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독백한다. 그 다음부터가 유명한 ‘편지의 장면’이다. 타티아나는 오네긴에 대한 감정을 억누를수 없는지 Puskai pogibnu ya(내 영혼을 파멸시키더라도)라는 가녀린 아리아를 부른다. 타티아나는 자기의 감정을 더 이상 감추지 않기로 결심하고 테이블에 앉아 오네긴에게 편지를 쓴다. 자기의 진심을 쏟아 놓는 내용이다. 타티아나는 오네긴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가 오랫동안 꿈속에서 그려왔던 사람이며 그에게 영원히 예속될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쓴다. 그리고 이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일은 있을수 없으며 이순간부터 자기는 오네긴의 약혼자처럼 생각된다고 쓴다. 어느덧 아침이 되어 하녀가 들어오자 타티아나는 그 편지를 오네긴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올가와 타티아나


제2막은 라리나부인 저택의 큰 홀이다. 며칠이 지났다. 타티아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무도회가 열린다. 흥겨운 왈츠가 흘러나온다. 오네긴은 시골생활이 무료한듯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갈 생각뿐이다. 친구인 렌스키가 그런 오네긴을 일부러 타티아나의 생일 파티에 초청하여 타티아나와의 관계가 전환될수 있도록 노력한다. 벽쪽에 둘러앉은 부인네들은 물색도 모른채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약혼발표가 있을것 같다고 수근거린다. 몇몇 부인네들은 오네긴이란 청년이 귀족이랍시고 건방지며 버릇이 없고 술과 도박에 빠져 있기 때문에 타티아나의 남편감으로는 낙제라고 얘기한다. 이 얘기를 우연히 엿들은 오네긴은 기분이 무척 상해있다. 오네긴은 친구 렌스키의 약혼녀 올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속상한 마음을 메우려고 한다. 렌스키는 오네긴이 올가와 지나치게 계속 함께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렌스키는 올가에게 어째서 약혼자인 자기는 무시하고 형편없는 평판의 오네긴과 시시덕거리고만 있느냐고 힐난한다.

  

타티아나가 보낸 편지를 오네긴이 읽긴 읽는다

 

그러는중 무슈 트리께라는 신사가 타티아나의 생일축하 노래를 작곡했다고 하면서 부른다. A cette fete convies(파티에 초청 받으셨나요?)라는 사랑스러운 노래이다. 이어서 이날밤 가장 흥겨운 시간인 코티용(cotillion)춤을 추는 시간이다. 여자들이 파트너를 여러번 선택하여 바꾸면서 추는 복잡하고도 재미있는 마주르카풍의 춤이다. 관례대로라면 올가는 약혼자인 렌스키와 이 춤을 추어야 한다. 그러나 오네긴은 올가가 이미 자기와 춤을 추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렌스키를 무시한다. 올가는 이런 말다툼이 재미있는지, 또는 자기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지 언뜻 오네긴과 춤을 추겠다고 손을 내민다.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렌스키는 오네긴과 다시 말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결투를 신청한다. 타티아나와 올가는 뜻하지 아니한 상황에 충격을 받아 소파에 쓰러져 어쩔줄 몰라 한다. 장면은 바뀌어 마을 근처 숲속의 공터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다. 렌스키는 자기의 청춘과 행복이 아침 안개처럼 모두 사라질것 같다는 생각에 서글픈 심정이다. 렌스키는 올가가 자기를 영원히 기억해 주기를 바라면서 자기가 사랑했던 지난날에 대하여 작별을 고한다. ?은 아리아이지만 매우 서정적인 곡이다. 러시아 오페라의 테너 아리아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라는 평을 받는 것이다. 오네긴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피스톨을 손에 쥐고 서로 마주 선다. 두 사람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데 대하여 후회의 심정이지만 자존심 때문에 서로 아무 말도 나누지 않는다. 총성이 울리고 렌스키가 쓰러진다. 오네긴은 피스톨을 던져 버린후 번민과 후회에 빠져 어디론가 떠난다.

 

타티아나역의 에카테리나 셰민슈크


제3막의 1장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그레민(Gremin: Bass)공작 저택의 무도회장이다. 화려한 무도회가 한창이다. 폴로네이즈를 흥겹게 추고 있다. 오네긴이 방한쪽 구석에 홀로 서있다. 결투로 친구 렌스키를 잃은지 7년이 지났다. 그는 I zdyes mnye skuchno(Here too, I am bored: 여기서도 지루하구나)라는 가벼운 아리아를 부른다. 집주인 부부가 등장한다. 니이 지긋한 그레민공작과 젊고 아름다운 그레민공작부인이다. 공작부인은 그 옛날 꿈꾸는 듯한 눈빛을 가졌던 타티아나이다. 타티아나는 이제 더 이상 부끄럼에 넘쳐 있거나 감상에만 젖어 있는 소녀가 아니었다. 손님들과 품위 있게 인사를 나누는 공작부인이 되었다. 세월은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모습을 변하게 만들었다.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오네긴은 그레민공작에게 공작부인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에 찬사를 보낸다. 이 말을 들은 그레민공작은 Lyubvi vsye vozrasti polorni(All men surrender to love's power: 누구나 사랑의 권세에 손들고 항복하네)라는 아리아를 부르며 사랑은 인생의 값진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레민공작은 타티아나 때문에 자기의 불행하고 냉소적인 생활이 고귀한 삶으로 변했다고 하면서 오네긴에게 타티아나를 소개한다. 타티아나는 차갑도록 느껴질 정도로 오네긴과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별다른 기색없이 피곤하므로 쉬겠다고 하면서 방으로 돌아간다. 타티아나가 자리를 뜬후 오네긴은 그제야 공작부인이 타티아나임을 알아차린다. 오네긴은 Uzel ta samaya Tatiana(그대가 바로 타티아나인가)라는 아리아를 부르면서 놀라움과 함께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오네긴은 지난날 타티아나가 자기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인 사랑을 보내주었건만 눈이 멀어서 그 사랑을 거절했던 것을 회상한다. 그리고는 지금 이 숙간에야 자기가 진심으로 타티아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바이런 스타일의 로맨티시슴이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는 장면이다.
                                     

타티아나 생일 축하 모임. 거울을 배경에 설치하여 이중효과를 보았다.


다음날 타티아나의 방이다. 타티아나는 오네긴으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허락한다면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다. 타티아나는 그 옛날 자기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었으므로 마음이 몹시 동요한다. 잠시후 오네긴이 방문한다. 오네긴은 타티아나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 타티아나는 자기의 사랑을 거절했던 사람이 어째서 이제 나타나 용서를 비는지 묻는다. 이때 부르는 타티아나의 아리아가 onegin! ya togda molozhe(오네긴이여, 나는 그때가 더 좋았답니다)이다. 1막 2장에서 ‘편지의 장면’의 테마 멜로디가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회상이나 하듯 허공을 맴돈다. 오네긴은 그 때 자기가 얼마나 타티아나에게 무심했었는지를 자책한다. 그리고는 이러한 자기를 동정해줄수 없느냐고 애원한다. 처음엔 오네긴을 만나고 싶지 않았던 타티아나였다. 역시 사랑이란 것은 오묘한 힘을 가진 것인가? 타티아나의 눈에는 어느덧 안개가 서린다. 두 사람은 잠시 환희에 넘친 포옹을 한다. 마치 이제야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사랑을 되찾은듯! 그러나 순간 타티아나는 오네긴의 품에서 빠져 나오면서 ‘과거는 지나간 것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독백한다. 그리고는 오네긴이 멀리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단호히 뿌리친다. 타티아나는 자기의 진정한 사랑이 이제는 그레민공작에게 예속되어 있다고 말한다. 타티아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면서 오네긴에게 작별을 고한다. 방안에 오네긴만이 홀로 남아 있는 중에 막이 내린다.

 

그레민공작 저택에서의 무도회

 

[한마디] 이 오페라에는 여러 종류의 무곡이 나온다. 시골농부와 여인들이 추는 민속무곡이 나오는가 하면 왈츠와 마주르카가 빛을 발한다. 제3막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의 무도회에서는 러시아풍의 왈츠가 나온다. 차이코브스키는 무곡을 통한 장면의 전환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때로는 긴장된 상황을 무곡의 형태로 표현하는 특출함을 보여주었다. 라리나부인 저택에서 타티아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시골무도회(Black Tie Affair)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귀족무도회(White Tie Affair)를 비교할 때 차이코브스키는 시골무도회에 더 많은 순수성을 부여했던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농민들의 흥겨운 파티 장면

 

[타티아나의 편지 장면 아리아]

Perhaps this is all meaningless/The delusion of a naïve soul/Perhaps fate holds something altogether different for me/But so be it!

I now entrust my fate to you/I weep before you, I plead for your protection/Imagine…

Here I am, alone/No one understand me/My mind falters, and I must perish in silence.

I wait for you!/With one word, revive the hope in my heart./Or end this oppressive dream with your just reproach! 

(Writing letters) 

It’s finished. I’m afraid to read it over./Shame and fear overwhelm me./But his honor is my guarantee.

I boldly entrust myself t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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