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소프라노

마르케시 발성법의 계승자 Blanche Marchesi (블랑슈 마르케시)

정준극 2008. 2. 26. 17:09
 

▒ 마르케시 발성법의 계승자 Blanche Marchesi (블랑슈 마르케시)

 

 

블랑슈 마르케시는 전설적 성악교사인 마르케시의 딸이다. 어머니 마틸데 마르케시(결혼전 성은 브라우만)는 독일인이며 아버지 살바토레 마르케시는 이탈리아인이었다. 아버지 살바토레 마르케시는 당시 이름을 떨쳤던 이탈리아의 바리톤이었다. 무대에서 은퇴한 후에는 비엔나음악원 교수를 지냈다. 그의 저서 ‘발성법’은 성악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다. 부인인 마틸데 때문에 독일어를 배운 그는 어학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 독일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를 잘하였다. 그는 탄호이저와 로엔그린의 독일어 대본을 처음으로 이탈리아어로 번역하여 보급한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블랑슈는 프랑스인이다. 파리에서 태어났고 파리에서 공부했으며 파리에서 데뷔하였으므로 프랑스인이었다. 블랑슈는 아마도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음악적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머니 마르케시로부터 오랜 기간 힘든 지도를 받았다.

 


어릴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블랑슈는 어머니가 세운 ‘마르케시학교’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며 어머니를 도와주었다. 나중에 블랑슈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 이 학교에서 성악을 가르쳤다. 바그너 소프라노로서 1897년부터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7년동안 바이로이트의 유일한 브륀힐데였던 엘렌 굴브란손(Ellen Gulbranson)은 블랑슈로부터 상당기간 레슨을 받았다. 블랑슈의 성량은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적은 편이지만 뛰어난 음악적 지성과 작품 해석력으로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가 오페라에 처음 데뷔한 것은 1900년 프라하에서 브륀힐데로였다. 이듬해와 그 이듬해에 블랑슈는 런던의 코벤트 가든에서 브륀힐데, 산뚜짜, 이졸데 등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블랑슈는 오페라 아티스트보다는 콘서트 아티스트로 더 호평을 받았다. 그 쪽이 더 적성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런던에 머물면서 오페라보다는 콘서트 활동을 많이 하였다. 그는 결국 프랑스에 돌아가 사는 것을 포기하고 세상 떠날때까지 런던에서 살았다. 향년 77세였다. 어떤 평론가는 블랑슈에 대하여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성악가’라고 말했으며 또 당대의 유명한 평론가 리챠드 알드리히는 ‘완성된 아티스트’라고 찬사를 보냈다.

 

브륀힐데


블랑슈 마르케시는 클래식 성악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어머니 마틸데 마르케시의 창법을 충실히 계승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18세기말부터 비롯되었던 벨칸토를 기둥으로 하는 성악 창법의 스타일과 기준이 어머니와 딸에 의하여 계승되었다는 의미이다. 기이하게도 18세기 말, 벨칸토 창법을 완성한 마누엘 가르시아 1세는 그의 창법교육을 아들인 마누엘 가르시아 2세에게 전승하였고 이를 이어받은 마틸데 마르케시은 이번에는 자기의 딸인 블랑슈에게 계승시켰던 것이다. 이로서 마누엘 가르시아 부자와 마틸데 마르케시 모녀라는 두 가문에 의한 벨칸토 모법 창법 교육은 세기를 넘어 전승되었고 이로서 20세기에 들어서서 세계 오페라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디바들의 등장을 가능케 하였으니 놀라운 일이다. 한편, 마누엘 가르시아 2세의 누이들인 마리아 말리브란(Maria Malibran)과 폴랭 바이르도(Pauline Viardot)는 오페라의 역사에 있어서 전설적인 이름들이었다. 마누엘 가르시아 2세의 대표적인 제자로는 마틸데 마르케시 이외에도 챨스 스탠리(Sir Charles Stanley)와 제니 린드(Jenny Lind)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