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소프라노

최초의 루치아 Fanny Tacchinardi-Persiani (화니 타키나르디-페르시아니)

정준극 2008. 2. 27. 09:38
 

▒ 최초의 루치아 Fanny Tacchinardi-Persiani (화니 타키나르디-페르시아니)


이탈리아의 화니 타키나르디-페르시아니(1812-1867)는 1830년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차지했던 소프라노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1835년 9월 26일 나폴리의 산 카를로에서 세계 최초로 공연된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타이틀 롤인 루치아를 맡아 루치아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창조하여 역사에 기록을 남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였다. 그는 비엔나, 파리, 런던에도 루치아를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그는 체를리나(돈 조반니)로서도 이름을 떨쳤다. 그의 부서질것 같은 연약함과 병약한 모습은 마치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저 세상의 또 다른 여인상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이같은 인상은 당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발레의 주인공들 모습과 같은 것이었다. 예를 들면 지젤이었다.


그의 음성은 완벽했다. 물론 감정 표현에 부족함이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의 음성은 수정과 같이 맑고 순수하며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것이었다. 이러한 음성은 당시 오페라 여주인공으로서는 최적이었다. 한없이 착한 마음씨를 가진 여인, 그 착함 때문에 무고하게 희생을 당하는 여인, 음흉하고 못된 남자들의 간계에 쉽게 빠질수 있는 그런 여인상을 그리는 데에 적합하였다. 자기의 결혼식 날, 탐욕스러운 돈 조반니의 달콤한 말과 모습에 매혹되어 정신을 뺏겼던 농촌아가씨 체를리나는 바로 화니 페르시아니의 모습이었다. 루치아도 마찬가지였다. 도니제티는 화니 페르시아니를 만난후 ‘바로 이 여자다’라고 확신하고 화니 페르시아니를 위해 불후의 명작인 ‘람메무어의 루치아’를 작곡했다. 루치아와 같은 역할은 182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모차르트 오페라의 여주인공들(예를 들면 밤의 여왕, 돈나 엘비라, 블론드헨), 또는 노르마와 세미라미데처럼 강하고 굴하지 않는 여성역할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10년이란 세월의 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