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소프라노

검은 진주 Kathleen Battle (캐틀린 배틀)

정준극 2008. 2. 27. 14:31
 

▒ 검은 진주 Kathleen Battle (캐틀린 배틀)


검은 진주라고 불리는 캐틀린 배틀에 대하여 어떤 평론가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중의 하나’라고 찬사를 보낸바 있다. 배틀이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가 있을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배틀은 아름다움을  떠나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악가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배경에는 그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심에 열심을 더하는 학구적 자세가 뒷받침이 되었다. 배틀은 1948년 8월 13일 오하이오주의 포트마우스에서 태어났다. 배틀은 아주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노래를 불렀다. 목사님을 비롯한 교인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배틀에게 ‘할렐루야, 거 노래 참 잘한다’라는 칭찬을 해주었다. 배틀은 음악선생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로체스터로 이주한 배틀은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실제로 음악선생님이 되려고 준비했으나 지도 교사의 간곡한 권유에 따라 연주가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음악대학에 진학했다. 배틀은 신시나티 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학사(1970)와 석사(1971)를 취득했다. 배틀은 6개의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교인 신시나티 대학교, 뉴저지의 프린스턴 대학교 웨스트민스터 합창대학, 오하이오 대학교, 신시나티 사비에르 대학교, 암허스트 대학, 그리고 세튼 홀 대학교이다.


배틀은 금세기에서 가장 위대한 리릭 소프라노중의 하나이다. 배틀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무언가 다른 소프라노들보다 완전히 다른 특색을 느낄수 있다. 그의 아름다운 음성과 예술성은 세계 수많은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배틀은 무대 연기에 있어서도 말할수 없이 뛰어났다. 그래서 가장 훌륭한 무대연기자에게 주는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받기도 했다. 배틀은 메트로,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 비엔나 슈타츠오퍼, 파리 오페라, 라 스칼라, 샌 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세계의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승리의 여신처럼 군림했다. 넉넉지 못한 흑인 가정의 7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배틀은 이제 세계를 그의 품에 안은 영광의 인물이 되었다. 배틀의 메트로 데뷔는 바그너의 탄호이저으로였다. 비록 주역은 아니었지만 맑고 깨끗한 음색, 정확한 음정, 단아한 미모, 발랄한 성격, 타고난 연기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탄호이저의 프리마돈나보다 더 많은 갈채를 받은 것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흑인으로서 백인보다 더 돋보이려면 그들보다 더 공부를 하여 무시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노력에 노력을 더하였던 결과였다. 이후 배틀은 돈 조반니에서 체를리나,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역등 수브레토의 진수를 보여주는 노래를 들려주어 세계 음악계로부터 확고한 인정을 받는 한편 흑인영가와 재즈에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몰두했다. 생각건대 배틀만큼 레퍼토리의 영역이 넓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배틀은 미국의 오페라계에서 오만하다는 평판을 받았다. 특히 메트로에서 그러했다. 그런 배틀에 대하여 지휘자나 음악감독이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그들은 아마 ‘감히 흑인인 주제에~’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배틀의 그러한 오만함으로 1994년 메트로에서 축출된 일은 대단한 얘기꺼리였다. 흑인으로 배틀과 동갑인 바바라 헨드릭스는 메트로에 있으면서 대단히 겸손하고 순종했다. 때문에 배틀의 오만함과 어떻게 보면 안하무인격인 행동은 눈총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나중에 배틀은 ‘그렇게 자신 있게 나가지 않으면 인종차별의 무대에서 살아 남을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털어 놓았다. 배틀을 발탁하고 등용시킨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지휘자 제임스 르바인(James Levine)이었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르바인은 배틀의 레코딩에 피아노 반주를 맡기까지 했다. 배틀은 르바인에 대하여 ‘나의 스승이며 후원자이고 친구’라고 말하며 존경했다.

 


배틀은 음반 취입에 있어서 대단한 업적을 쌓았다. 최근 취입하여 Grace라는 타이틀로 나온 CD는 바흐, 헨델, 모차르트, 로시니, 포레의 성가곡을 담은 것이다. 1997년 봄, 이 CD가 나오자마자 즉각적으로 빌보드 고전음악 챠트의 1위에 올랐다. 평론가들은 이 음반에 담겨있는 노래중 특히 Heaven is one Beautiful Place는 ‘마치 배틀이 천국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배틀은  1995년에 So Many Stars라는 타이틀의 음반에는 유명한 재즈 음악가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로우버 워싱턴(Grover Washington), 사이러스 체스너트(Cyrus Chestnut), 크리스챤 맥브라이드(Christian McBride), 제임스 카터(James Carter)등이다. 링컨 센터의 1995-96년도 시즌에서 배틀은 오랜 전통적 관례를 깨트리고 재즈 연주회를 가졌다. 흑인영가, 듀크 엘링튼(Duke Ellington)의 음악, 그리고 다른 재즈곡들로 연주회를 꾸몄다. 평론가들은 ‘우리의 귀가 들을수 있는 이상의 음악적 찬란함이 펼쳐진 공연이었다’라고 말했다.

 

 

배틀이 가졌던 기념비적인 연주회 실황은 모두 CD로 가능하다. 1987년 바티칸에서 가졌던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 같은해 카라얀 지휘로 비엔나에서 있었던 신년음악회, 그 후에 가졌던 카네기 홀 100주년 기념 크리스마스 콘서트 등이다. 살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카라얀 지휘로 공연되었던 돈 조반니에서 체를리나역을 맡은 것은 배틀의 진수를 보여준 역사적인 것이었다. 배틀의 오페라 무대는 헨델과 같은 고전에서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특히 마적의 파미나등 모차르트의 오페라 주인공으로서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틀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서 체르비네타 역을 보석과 같이 빛나게 맡아 하였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공연이었다. 이 공연으로 배틀은 로렌스 올리비에 공연상을 받기까지 했다. 배틀은 콜로라투라에 있어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지만 스핀토와 수브레토, 그리고 리릭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이라도 소화할수 있는 재능이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벨칸토이다. 그러므로 로시니(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 도니제티(사랑의 묘약에서 아디나)에서 누구보다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배틀은 세계 각지를 순방하며 리사이틀을 가졌다. 뉴욕, 보스턴, 시카고, 런던, 파리, 비엔나, 밀라노, 도쿄, 베를린 등등이었다. 배틀의 음성은 마치 파도가 몰려왔다가 썰물이 되어 물러가는 것과 같은 마력으로 끌어당기는 것과 같다. 워싱턴 포스트는 ‘겨울밤의 달빛과 같은 영원한 아름다움’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뉴욕 타임스는 ‘깊이를 알수 없는 심연에서 솟아나는 샘물과 같다’고 전했으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지상과 천상의 역설적인 만남’이라고 평했다. 배틀의 천부적 영역은 감미롭고 조용하며 마치 소녀와 같이 환희에 넘친 음악이다. 그런면에서는 어느 누구도 필적할수 없을 것이다. 2008년으로 어느덧 그는 60세를 기록하게 된다. 이제 그가 생존하기 위해 오만했던 일들은 팬들에 대한 순종의 미덕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