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소프라노

메트로의 토스카 Zinka Milanov (진카 밀라노프)

정준극 2008. 2. 28. 08:55
 

▒ 메트로의 토스카 Zinka Milanov (진카 밀라노프)

 

 푸치니의 '토스카'에서 타이틀 롤


 

1906년 유고슬라비아의 자그레브(Zagreb: 지금은 크로아티아)에서 진카 쿤츠(Zinka Kunc)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진카 밀라노프는 어릴 때부터 바그너 소프라노인 밀카 테르니나(Milka Ternina)에게서 성악 훈련을 받았다. 밀카 테르티나는 코벤트 가든과 메트로에서의 토스카 초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전설인 소프라노였다. 밀라노프는 밀카 테르티나에게서 배우던 시절을 회상하며 ‘선생님은 정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분이었어요. 지독할 정도로 훈련을 계속했습니다. 선생님은 그저 스케일, 스케일, 다시한번 스케일을 해보라고 소리치셨어요. 어떤 날, 저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 울음을 터트린 일도 있었죠.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의 말씀이 모두 옳았어요’라고 말했다.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에서 맛달레나 역


밀라노프의 첫 오페라 데뷔는 1927년 고향 자그레브에서의 레오노라(일 트로바토레)였다. 그후 밀라노프는 크로아티아의 여러 오페라 하우스에서 여러 역을 맡으며 경력을 쌓아갔다. 국제적 명성을 얻을 기회는 비엔나에서 있었다. 슈타츠오퍼에서 아이다의 공연을 예정했던 소프라노가 병에 걸리는 바람에 대신 아이다에 출연했던 것이다. 거장 브루노 발터가 지휘한 공연이었다. 밀라노프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브루노 발터는 밀라노프를 토스카니니에게 소개했다. 토스카니니는 밀라노프의 실력을 높이 인정하여 당장 잘츠부르크에서 공연될 베르디의 진혼곡에 출연해 달라고 초청했다. 대단한 호평을 받은 연주였다. 그후 밀라노프는 세계 곳곳에서 초청을 받으며 경험과 실력을 함께 축적하였다. 1937년 그는 드디어 메트로에 데뷔하였다. 메트로의 음악감독인 에드워드 존슨은 밀라노프의 원래 이름인 진카 쿤츠가 글래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이름을 바꾸도록 하여 그때부터 밀라노프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밀라노프가 메트로에 상륙한 때는 마침 로사 폰셀레가 은퇴하였고 엘리자베트 레트버그(Rethberg)가 전성기를 마친 때여서 새로운 디바의 탄생이 기다려지던 때였다. 그로부터 밀라노프는 메트로의 디바로서 팬들을 사로잡았다. 밀라노프는 메트로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었고 그 자신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밀라노프는 비교적 날카롭게 노래 부르는 경향이 있었고 한편 복잡한 스테이지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일도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그의 카리스마적인 매력은 그의 풍부한 성량, 정확한 스케일, 폭발하는듯한 정열로 무대를 압도했다. 밀라노프의 최전성기는 실로 메트로에 있을 때였다. 꼭 10년후 밀라노프는 메트로를 떠난다. 이유는 유고슬라비아 티토 대통령이 특별 대사인 루보미르 일리치 장군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메트로의 음악감독 애드워드 존슨과 마음이 맞지 않아 떠났다는 해석이 더 유력하다. 유럽으로 간 밀라노프는 1950년 (6.25 사변이 나던해) 토스카로 라 스칼라에 데뷔하였다. 바로 그해에 루돌프 빙이 음악총감독으로서 메트로를 장악하였다. 루돌프 빙은 곧바로 밀라노프를 다시 데려왔다. 밀라노프는 정상의 스타로서 메트로를 다시 찾아왔다. 밀라노프의 전설은 이때로부터 시작하였다. 그는 1966년까지 무려 16년간을 메트로의 디바로서 활동했다.

 

 


밀라노프는 놀랄만한 음성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고음에서 그러했다. 그의 B음, 또는 B 플랫에서의 피아니씨모는 글자 그대로 경이로운 것이었다. 강하면서도 가벼웠다. 마치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와 같았다.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성악가로서의 수명이 대단히 길었다는 것이다. 6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의 주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특이하게도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소리가 완성되었다. 다른 성악가들 같으면 40대부터 소리가 서서히 퇴조해 갔을 것인데 밀라노프는 대기만성이었다. 밀라노프는 노래 부르는 것 이외에도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그는 잘못된 소리를 교정해주며 나이 들어 침체된 소리를 새로운 성악 예술로 태어나도록 만드는 일에 뛰어났다. 그는 1989년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에서 레오노라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