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메조소프라노

전설적인 카르멘 Gabriella Besanzoni (가브리엘라 베산조니)

정준극 2008. 2. 28. 11:42
 

▒ 전설적인 카르멘 Gabriella Besanzoni (가브리엘라 베산조니)


가브리엘라 베산조니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메조소프라노 중의 한 사람이다. 아마 당대에서 베산조니 만한 메조소프라노는 에베 스티냐니(Ebe Stignani) 정도일 것이다. 베산조니의 저음은 놀랍도록 풍부하며 중음은 안정되어있고 고음은 찬란하여 듣는 사람들을 전율케 만들었다. 뛰어난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그는 언제나 무대를 압도하였다. 그의 음성은 아름다울뿐만 아니라 벨베트와 같은 부드러움을 지녔다. 그는 대단한 유연성을 가지고 노래를 부를수 있는 몇 명 안되는 매력적인 이탈리아 메조의 한 사람이었다. 카르멘은 대표적이었다. 그의 카르멘은 이탈리아어로 표현하자면 femme fatale(악처)를 보여준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우아함과 세련됨이 혼합된 대단히 미묘한 표현이었다. 과연, 그의 노래에는 우아함이 있었다. 우아함은 그의 특징중의 특징이었다. 미뇽에서 보여준 우아한 아름다움은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다.

 

  

미뇽                                                              카르멘


가브리엘라 베산조니(1888-1962)는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를 거쳐 1911년 비테르보(Viterbo)에서 아달지사(벨리니의 노르마)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하였다. 그는 소프라노로 데뷔하였지만 놀랍도록 풍부한 중음과 마치 끝없이 확장될것 같은 고음을 인식하고 메조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메조로서 첫 데뷔는 1913년 로마 코스탄치극장에서 울리카(Ulrica)로였다. 이어 라 스칼라에서 오르페오와 람네리스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1932년에는 카르멘과 미뇽으로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1910년대와 20년대에 베산조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콜론극장과 남미의 다른 극장에서 그야말로 우상이었다. 한마디로 베산조니가 출연하는 공연은 언제나 대박이었다. 그의 대표적인 역할은 델릴라, 카르멘, 암네리스, 롤라, 라 치에카(La Cieca), 프레지오실라(Preziosilla), 마리나, 레오노라(라 화보리타), 미뇽, 아달지사, 이사벨라(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그리고 ‘리미니의 프란체스카’(찬도나이 작곡), 자크리(마리누찌 작곡)의 초연도 빼놓을수 없다. 그는 1935년까지 기회있을때마다 콜론 극장을 방문하였다. 그는 1929-20년 시즌에 메트로에서 카루소의 상대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후 베를린, 하바나, 시카고 등지에서 활동하였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의 음성도

전과 같지는 않았다. 그는 1939년 로마에서 마지막 공연을 가진후 은퇴하였다. 그는 수많은 음반을 남겨 놓았다. 가장 탁월한 것은 1932년 취입한 카르멘이었다. 그의 남동생 에르네스토 베산조니(Ernesto Besanzoni)가 에스카미요를 맡은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었다. 가브리엘라 베산조니는 모든 영광을 뒤로하고 1962년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