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오백년의 발자취/고대 그리스-21세기

(1700-1800) 오페라 부파: 웃겨야 산다!

정준극 2008. 3. 5. 09:01

(1700-1800) 오페라 부파: 웃겨야 산다!


[역사의 팁: 그때 그 당시]

1756: 이탈리아의 모험가, 스파이, 도서수집가,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대단한 연애박사인 카사노바 드 세인갈트(Casanova de Seingalt)가 베니스의 피옴비(Piombi)에서 극적으로 탈출하여 여성편력의 대미를 장식했다.

1759: 헨델이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되었다.

1872: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인 니콜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가 제노아의 짐꾼 노무자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생김새와 옷차림, 그의 바이올린 연주 솜씨는 너무나 괴기하여 사람들은 메피스토펠레스로부터 악마의 힘을 빌렸기 때문에 저렇다고 수군거렸다.

1795: 조지 프레데릭 헨델이 영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안장되었다.

1797: 케루비니의 메데아가 파리에서 초연되어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메타스타시오(급전환이란 뜻도 있음) 스타일의 건전 오페라가 한창 무대를 장식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에서는 오페라 부파, 또는 코믹 오페라라는 장르가 서서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만물은 정반합이 있기 마련이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코믹 오페라와는 달리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는 우선 출연자의 수를 제한하였다. 그랜드 오페라에서는 수백명이 출연하는 일이 보통이지만 오페라 부파에서는 6-7명, 기껏해야 10명이 최대였다. 그러나 내용에 있어서는 대체로 오페라 세리아의 권선징악적, 해피엔딩적 요소를 반영하였다. 그리고 비유를 들어 사람들의 심성을 교육하고 교화하는 스토리를 채택하였다. 최초의 오페라 부파는 미켈란젤로 화지올리(Michelangelo Faggioli)의 라 칠라(La Cilla)였다. 1706년 나폴리의 휘오렌티니(Fiorentini)극장에서였다. 이 극장은 오페라 부파를 정기적으로 공연한 이탈리아 최초의 극장이었다. 이 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오페라 부파는 1709년 안토니오 오레휘체(Antonio Orefice)의 Patro Calienno della Costa였다. 사람들은 재미있어 하면서도 오페라가 주는 교훈에 감동하였다. 귀족이든 성직자이든 서민들이든 누구나 볼수 있는 오페라였다. 바야흐로 이탈리아에서 전국민의 오페라화 운동이 서서히 자리 잡게 되었다. 혜성과 같이 등장한 도메니코 치마로사(Domenico Cimarosa)는 나폴리 오페라 부파의 제왕이라고 칭송받을 정도로 대단한 존경을 받았다. 오페라 부파는 삽시간에 전 유럽으로 번져나갔다. 유럽의 상류 지식층도 오페라 부파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오페라 세리아에서는 출연자들이 우선 자기 노래(아리아)에 큰 신경을 쓰는데 반하여 오페라 부파의 출연자들은 먼저 연기를 생각해야 했고 성악은 두 번째였다. 아무튼 심각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좋아했다.

 

 라틸라의 '하녀 마님'(또는 가짜 하녀)


1730년대부터 로마가 오페라 부파의 중심지로 부상하였다. 1738년 공연된 게타노 라틸라(Gaetano Latila)의 La finta cameriera(가짜 하녀)는 오페라 부파의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가짜 하녀’는 로마에서의 난리도 아닌 열광적인 성공을 거둔 후 전국 순회공연에 들어갔으며 이어 유럽의 각국에서 초청공연을 가졌다. 10년 장수한 놀라운 오페라 부파였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홀아비 주인 아저씨가 잔소리 많은 하녀가 귀찮아서 결혼할 생각을 하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마나님 자리를 차지한다는 해피엔딩의 코미디이다.  그건 그렇고 18세기 말에 이르러 로마의 오페라 부파 시장은 베니스로 옮겨졌고 이후 베니스는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의 대명사가 되어 베니스 부파라는 말이 생길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오페라 부파는 알프스 산 넘어 비엔나에 있던 모차르트에 의하여 찬란하게 완성되었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여자는 다 그래’ ‘돈 조반니’는 18세기 오페라 부파의 금자탑이었다.


라틸라의 '하녀 마님'. 현대적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