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 작곡가/이탈리아

-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진실 게임

정준극 2008. 3. 11. 15:50
 

●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진실 게임

살리에리와 모차르트가 모두 비엔나에서 활동하고 있던 1790년,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자기의 작품을 표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기를 독살하려 했다는 주장을 했다. 이같은 주장은 오늘날 까지도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하여 대체로 모차르트의 주장 쪽에 손을 들어 주는 경향이다. 왜냐하면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의 빛나는 천재성과 함께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는데 반하여 살리에리의 음악은 점차 잊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모차르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살리에리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세계가 존경하는 모차르트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과연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지독하게 질투하고 증오하였으며 독살까지 하려고 했는가?


전기(傳記) 작가로 유명한 알렉산더 테이어(Alexander Thayer)는 모차르트가 살리에리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1781년의 일로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주장을 했다. 그 해에 모차르트는 합스부르크 제국 뷔르템베르크 공주의 음악 선생 자리에 응모하였으나 어떤 이유인지 선정되지 못하였다. 대신 선정된 사람은 바로 살리에리였다. 이듬해에 모차르트는 공주의 피아노 선생 자리에 다시 응모하였다. 그러나 역시 선정되지 못하였다.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방해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얼마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비엔나에서 초연되었다. 성공하지 못했다. 프란츠2세 황제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은 귀족을 가지고 노는 미천한 이발사 ‘피가로’를 좋아하지 않았다.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방해공작을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공공연히 비난했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는 한 술 더 떴다. 레오폴드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살리에리와 그의 일당들이 피가로의 실패를 기원하기 위해 하늘과 땅을 움직였다.’고 썼다. 하지만 ‘피가로’의 초연이 있을 때 살리에리는 프랑스에서 자기 오페라의 공연 때문에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전기 작가 테이스는 시인 아바테 카스티(Abbate Casti)야 말로 ‘피가로’의 실패에 따른 음모를 시작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카스티는 ‘피가로’의 대본을 쓴 유명한 궁정 시인 다 폰테(Da Ponte)와 라이벌 관계였다. 때문에 다 폰테를 모함하기 위해 ‘피가로’까지 형편없는 작품으로 몰아 부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다.

 

 '피가로의 결혼'


그후 또 다른 일이 있었다. 모차르트와 콤비인 다 폰테가 돈 조반니의 초연을 위해 프라하에서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비엔나의 왕궁으로부터 즉시 귀국하라는 명령이 전달되었다. 왕실의 결혼식에서 오페라 공연을 도우라는 이유였다. 공연될 오페라는 바로 살리에리의 악수르(Axur)라는 작품이었다. 모차르트가 기분 나빠했음은 물론이다. 반면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활동을 방해할 아무런 의향도 없었던 것 같다. 1788년 살리에리가 궁정 교회음악감독으로 임명되었을 때 기념으로 공연한 작품은 ‘피가로’였다. 모차르트를 위하지 않는다면 그런 배려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리에리는 말년에 건강이 몹시 나빠져 입원하고 있었다. 살리에리가 병원에 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가 모차르트를 독살하려 했다고 고백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두 명의 간호원이 살리에리를 간호하고 있었는데 살리에리가 그중 한명에게 그런 얘기를 했고 그 간호원이 나중에 그 사실을 증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빙성은 없었다.


살리에리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라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이 오페라의 출현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살리에리의 모차르트 독살설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되살아났다. 그로부터 한참 후인 1979년에 피터 샤퍼(Peter Shaffer)라는 사람이 또 다른 오페라인 ‘아마데우스’라는 작품을 통하여 살리에리의 모차르트 독살설을 재현해 주었고 이어 오스카상을 받은 할리우드의 1984년도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그런 음모의 가능성을 강력히 전달해 주었다. 전 세계에 화제를 던져준 영화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죽음에 개입하였다는 신빙성 없는 주장을 서슴없이 해준 것일 뿐만 아니라 살리에리의 명예를 상대적으로 실추시켜준 것이었다. 이 영화에서 살리에리는 ‘어찌하여 모차르트에게만 재능을 주었느냐?’고 하나님을 비난하였으며 불경스럽게도 십자가를 불태워 버림으로서 마치 악마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살리에리 전기(傳記)작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살리에리는 신앙이 매우 돈독한 사람이었고 자기 작품을 통해 그 신앙을 진솔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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