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 작곡가/이탈리아

- 베르디, 바그너, 그리고 푸치니

정준극 2008. 3. 11. 16:02

● 베르디, 바그너, 그리고 푸치니

 

베르디와 바그너가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특별한 일이다. 이것은  바흐와 헨델이 같은 해에 태어난 것 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로시니는 39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세빌리아의 이발사’만이 계속 공연되고 있고 나머지 중에서는 ‘라 체네렌톨라’를 포함하여 겨우 서너편만이 간혹 공연되고 있을 뿐이다. 알렛산드로 스칼라티는 놀랍게도 115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오늘날 공연되고 있는 작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도니제티는 무려 80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오늘날에도 자주 공연되고 있는 작품은 4-5편에 불과하다. 나머지들은 오늘날의 TV일일극처럼 그저 한 때의 작품뿐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에 베르디야 말로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품을 쓴 작곡가라는 결론을 얻을수 있다. 아마 유일한 경쟁자는 바그너와 푸치니뿐일 것이다. 그나마 푸치니의 경우에는 7-9편이 자주 레퍼토리에 올라가고 있다. 베르디는 생전에 28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 중에서 무려 20편 정도가 오늘날에도 자주 공연되고 있다. 아이다,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는 특히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다. 운명의 힘, 일 트로바토레, 시몬 보카네그라, 루이자 밀러, 가면무도회, 에르나니, 아틸라, 오텔로, 활슈타프 등도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다. 바그너는 13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중 방랑하는 화란인, 로엔그린, 탄호이저등 2-3편만이 비교적 자주 공연되고 있다.

 

 '운명의 힘'(로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치도 도밍고)


아이다는 베르디의 전체 작품중 마지막으로 세 번째이다. 실제로 베르디는 아이다를 마지막으로 오페라 작곡에서 은퇴하려고 생각했었다. 은퇴한 이유는 충분했다. 우선 아이다 때문에 거금의 작곡료를 받았고 그 이전의 작품으로부터도 상당한 돈을 벌어 놓았으므로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베르디가 아이다 이후에 쓴 두 작품, 즉 오텔로와 활슈타프는 순전히 지인들이 간청성 강요 및 미세스 베르디의 주장에 의해서 쓴 것이다. 특히 베르디 작품중 여러편의 대본을 쓴 아리고 보이토(‘아이고, 보이소!’가 아님)와 스칼라극장의 제작자가 읍소를 비롯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베르디로 하여금 어쩔수 없이 다시 작곡에 손을 대게 했다. 활슈타프는 베르디가 80 고령에 쓴 것이다.


오텔로와 활슈타프는 둘 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오늘날 평론가들의 말에 의하면 말년의 3대 걸작인 아이다, 오텔로, 활슈타프가 베르디의 전체 28편의 작품 중에서 그 3편을 제외한 나머지 25편에 버금하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이 말년의 3대 걸작은 갑자기 새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베르디의 초기 3대 작품인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에서 진화발전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초기의 3대 작품은 모두 1851년에서 1853년까지의 단 3년 동안에 만들어졌다. 이같은 진화발전을 위해서 베르디는 바그너의 ‘링 사이클’에서 일부 아이디어를 가져왔다는 얘기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이다. 우리는 아이다에서 바그너적 요소를 쉽게 찾아 볼수 있으며 나아가 오텔로와 활슈타프에서는 그런 요소들을 눈에 띠게 알아볼수 있다. 물론 베르디가 바그너의 영향을 받았는지, 바그너가 베르디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른바 라이트모티프(Leitmotiv)를 바그너가 먼저 시도하였으므로 그런 의미로 본다면 베르디가 바그너로부터 자극을 받은 것 같다는 해석이다. 베르디는 아이다에서 음절의 균형적인 대칭을 사용하지 않았고 레시타티브와 아리아간의 균형도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제1막에서의 라다메스의 Celeste Aida(청아한 아이다)와 아이다의 Ritorna vincitor(이기고 돌아오라)는 바그너 스타일을 인용한 완벽한 예이다. 다만, 3막에서의 O partia mia(오 나의 조국이여)만은 전통적인 라 트라비아타 스타일의 아리아이다. 라 트라비아타나 리골레토와는 달리 아이다에는 대표적인 아리아가 적다. 이것 역시 바로 바그너적 표현이다. 전체 ‘링 사이클’에서도 아리아는 고작 2곡뿐이다. 실제로 베르디가 바그너 스타일의 라이트모티프를 자주 사용했다는 것은 오늘날 평론가들의 일치된 주장이다. 예를 들면 ‘링 사이클’ 전주곡의 첫 몇 소절은 아이다의 모티프와 흡사하다. 이어서 이집트 고승의 모티프가 나온다. 이 모티프는 마지막 막에서 승려들이 입장할 때에도 반복된다. 라다메스가 ‘청아한 아이다’를 부르고 난후 암네리스 공주가 들어올 때에도 암네리스의 모티프가 따라 붙는다. 이밖에도 여러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암네리스의 질투의 모티프, Phtha (발음할수 있으면 해 보시라!)신(神)의 모티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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