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명바리톤

무대와 함께한 운명 Leonard Warren (레오나드 워렌)

정준극 2008. 3. 25. 10:00
 

무대와 함께한 운명 Leonard Warren (레오나드 워렌)

 


20세기를 수놓은 미국 출신의 뛰어난 바리톤으로서 레오나드 워렌은 로렌스 티베트(Lawrence Warren), 로버트 메릴(Robert Merrill), 존 찰스 토마스(John Charles Thomas)와 함께 단연 우뚝 솟은 존재이다. 워렌의 풍부하고 높이 울리는 소리는 워렌 특유의 음색과 함께 영원히 빛나고 있다. 특히 그의 고음은 대단히 찬란하고 스펙터클하여 경외감을 갖게 해준다. 그의 소리는 부드럽고 윤기가 있다. 워렌은 1911년 뉴욕 브롱스(The Bornx)의 러시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원래 이름은 러시아식으로 레오나르드 워레노프(Leonard Warenoff)였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 레오나드가 자기의 모피상 업무를 이어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워렌은 아버지 몰래 메트로 오페라 오디션에 출전하여 우승을 차지함으로서 성악의 길을 택하였다. 더욱 본격적인 성악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밀라노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메트로에 입단하였다. 지휘자 윌프레드 펠레티어(Wilfred Pelletier)가 워렌의 노래를 듣고 그 자리에서 계약을 체결토록 주선하였던 것이다. 그는 메트로에 있으면서 주세페 데 루카(Giuseppe de Luca)로부터 계속 레슨을 받으며 오페라 공부에 전념하였다. 1939년 그는 메트로에서 ‘시몬 보카네그라’의 파올로(Paolo)로서 데뷔하였다. 함께 출연했던 아티스트들은 당대의 로렌스 티베트, 에치오 핀자, 주세페 마르티넬리, 그리고 엘리자베트 레트버그 등이었다.

 

 

이어 워렌은 ‘활슈타프’의 포드(Ford) 역할을 맡았다. 이 역할은 로렌스 티베트가 대성공을 거두었던 역할이었으며 워렌은 티베트의 뒤를 이어 포드를 맡아 역시 대성공을 거두었다. 티베트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1942년경부터 소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포드로 성공을 거둔 워렌은 계속하여 ‘시몬 보카네그라’, ‘리골레토’(이 역할을 88번이나 맡아 하였음), ‘오텔로’(이아고), ‘돈 카를로’(필립 왕), 팔리아치(토니오), ‘아이다’(아모나스로), ‘파우스트’(발렌틴), ‘카르멘’(에스카미요)를 맡아 메트로의 바리톤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메트로는 그의 예술 경력의 고향이었으며 삶의 터전이었다. 그는 해외 공연을 그리 자주 하지는 않았다. 라 스칼라, 멕시코시티 등이 고작이었다. 그만큼 메트로가 그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는 메트로 역사상 베르디 바리톤으로서 최고의 역량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그래서 레오나드 베르디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였다. 그는 1960년, 그가 49세 때에 메트로의 무대에서 베르디의 ‘운명의 힘’을 공연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심장마비로 무대에서 세상을 떠났다. 역시 운명의 힘! 

 

'운명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