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명바리톤

탁월한 베르디 바리톤 Piero Cappuccilli (피에로 카푸칠리)

정준극 2008. 3. 25. 10:07
 

탁월한 베르디 바리톤 Piero Cappuccilli (피에로 카푸칠리)

 

리골레토


이탈리아의 피에로 카푸칠리(1929-2005)는 베르디의 바리톤 역할로서 유명하다. 그는 특히 ‘맥베스’와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었다. 그는 특별한 호흡 조절과 유연한 레가토로서 사랑을 받았다. 오페라 팬들은 카푸칠리를 20세기 후반 가장 세련되고 가장 훌륭한 이탈리아 바리톤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트리에스테에서 태어난 카푸칠리는 원래 건축기사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소리가 그렇게 좋은데 뭐하는 거냐?’라는 친척들의 성화에 못이겨 오페라 무대에서 경력을 쌓기로 결심하였다. 사실 그는 어릴 때부터 노래에 특별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스리고 실제로 10세 때에 나폴리에서 학교에 다닐때 산 카를로 극장의 카르멘 연주회에 출연한  일이 있다. 그가 산 카를로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같은 또래의 소년들에게는 재미있는 얘기꺼리에 불과했지만 극장 측은 카푸칠리의 노래에 깊은 인상을 받고 눈여겨보았다. 그는 로마로 가서 건축을 공부하는 동시에 성악을 공부하였다. 그리하여 건축학으로 대학을 수료할 때에는 이미 훌륭한 바리톤이 되어 있었다. 그는 자기의 실력을 판단받기 위해 비오티 디 베르첼리I(Viotti Di Vercelli) 성악경연대회에 나가 2등을 차지했다. 이에 힘입은 그는 건축가를 때려치우고 성악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그의 오페라 데뷔는 1957년 밀라노의 테아트로 누오보(Teatro Nuovo)에서 ‘팔리아치’의 토니오를 맡은 것이었다. 이어 그는 라 스칼라, 로마, 제노아, 나폴리, 플로렌스, 베니스를 거쳐 스위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오스트리아,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론극장에 모습을 보여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그는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오페라에 출연하였으며 1960년에는 메트로에 데뷔하여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으로 만좌의 박수를 받았다.


카푸칠리는 대부분의 무대 경력을 유럽에서 보냈다. 그는 로버트 메릴이나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처럼 국제적인 명성은 얻지 못하였으나 이탈리아 오페라에 있어서 자기 자신의 확고한 위치를 각인하여 명성을 쌓았다. 그는 세련된 성악 테크닉, 그리고 우아한 맨너로 오페라 무대에서 뛰어난 프리마 바리톤으로 존경을 받았다. 특히 그의 아름다운 음성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훌륭한 것이었다. 대표적인 음반으로는 1960년 마리아 칼라스와 함께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엔리코를 연주한 것이 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로 ‘시몬 보카네그라’와 ‘막베스’를 취입한 것 역시 오페라 역사에 있어서 대단한 연주로 간주되고 있다. 카푸칠리는 2005년 75세로 트리에스테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전에 그는 1992년, 63세 때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10년 이상이나 후유증으로 고생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