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악성 베토벤

베토벤, 두뇌의 소유자

정준극 2008. 4. 29. 16:51

베토벤, 두뇌의 소유자

 

베토벤은 작곡에 있어서만은 마치 초자연적 능력과 같은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개인의 성격은 항상 안정되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했다. 베토벤은 아무튼 특이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하인이나 가정부들을 여러 번 바꾸었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소리치고 내쫓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거처도 수없이 바꾸었다. 베토벤은 세를 들었다고 해도 여행을 다니는 등 그 집에서 별로 지내지 않았으면 집세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비엔나에서 방을 얻는 것은 오늘날과 달리 상당히 쉬었다. 베토벤은 자주 이사를 다녔기 때문에 세간도 거의 없이 간편했다. 어느 때는 두세 곳에 한꺼번에 방을 세를 얻어 놓고 생각나는 대로 찾아다니며 지내기도 했다. 베토벤이 자주 이사를 다녔던 또 다른 이유는 집주인은 물론 이웃들과도 원만히 지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성격이 아니었으며 남에게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페르디난트 쉬몬이 그린 베토벤 초상화 1818년경


베토벤은 단신이었다. 162cm 정도의 키였다. 그러나 상대방을 자기보다 키가 작다고 주장하기를 좋아했다. 나중에 브람스도 베토벤과 같은 스타일이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보다 키가 작다고 주장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베토벤은 잘난 체하거나 나서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 귀족들에게 굽신거리는 것을 싫어했다. 언젠가 링슈트라쎄(Ring Strasse)를 괴테와 함께 거닐고 있을 때 어떤 이름난 왕족과 마주치게 되었다. 괴테는 모자를 벗고 공손히 예의를 표하였으나 베토벤은 모른체하고 지나쳤다. 괴테가 베토벤에게 ‘여보시게, 인사 좀 하면 안 되나? 고귀하신 분이신데! 그리고 나중에 덕을 볼지도 모르는데!’라고 말하자 베토벤은 ‘그가 나에게 인사를 해야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베토벤의 동생인 요한이 군대에 의약품을 조달하게 되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땅을 샀다. 요한은 형인 베토벤에게 보낸 편지에서 Johann van Beethoven, Gutzbesitzer(요한 반 베토벤, 땅의 소유자)라고 서명했다. 베토벤은 답장에서 Ludwig van Beethoven, Hirnbesitzer(루드비히 반 베토벤, 두뇌의 소유자)라고 서명하여 보냈다. 아마 동생에게 ‘야 이 꼴통아, 돈 좀 벌었다고 잘난 체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 같다.  

 

별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항은 북한이 2007년에 베토벤 서거 18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간했다는 것이다. 북한 공산당과 베토벤이 무슨 연관이 있는가? 우표의 도안은 바로 위에 있는 페르디난트 쉬몬의 작품을 모델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