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이야기/비엔나와 페스트

테리악의 위세

정준극 2008. 6. 9. 10:09

테리악의 위세

 

한편, 당시 의사들은 역병을 퇴치하기 위해 대단히 기발한 방법을 환자들에게 적용하였다. 의사들은 아편을 비롯하여 60-80가지 약초 등으로 만든 중세의 만능연고인 테리악(Theriak)을 사용토록 권고했다. 중세에 테리악이라는 약은 주로 독에 중독되었을 때 사용토록 처방하는 것이었다. 의사들은 역병을 독에 중독된 것과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테리악을 복용하면 피를 토하게 되고 땀을 비오듯 쏟아낸다. 의사들은 그렇게 하여 몸안에 있는 역병이라는 독성을 제거할수 있다고 믿었다. 의사들은 또한 노간주나무열매(Wacholderbeeren), 월계수 잎, 마늘과 같은 것도 씹어서 먹으면 역병에 좋다고 처방했다. 의사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었던 방법은 수술로 임파선을 열어 그 안에 있는 임파액을 뽑아내는 것이었다. 외과 의사들은 고열이 생기고 호흡이 어려우며 땀이 비오듯 나는것 등이 모두 임파선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임파선을 제거하면 역병을 고칠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수술로 임파선을 도려내면 역병에 의한 고통은 경감되었다. 참으로 어이없게도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민간요법도 소개되었다. 기적의 처방약이라고까지 불린 이 방법은 꼬챙이에 꽂은 두꺼비를 포도주나 식초에 담갔다가 먹는 것이었다. 어찌된 일이지 당시에는 두꺼비가 기력을 되살려 주는 건강식이라고 알려졌었다. 1679년 성삼위일체 형제수도회에서 역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운영하였다. 이 병원에서 제공하는 치료는 아주 간단했다. 환자로부터 피를 뽑아내고 테리아크와 같은 독성연고를 발라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이런 방법이 비엔나에서는 가장 앞선 치료방법으로 어떤 경우에는 효과도 있었다. 

 

비엔나의 역병치료 병원 



17세기 말엽 역병으로 비엔나가 공포의 도가니가 된 이면에는 당국의 안일한 대응도 큰 역할을 했다. 비엔나에 역병의 기미가 처음 감지된 것은 1678년 레오폴드슈타트에서였다. 그러나 당국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덮어두었다. 전염성이 강한 역병은 곧 이어 비엔나의 다른 외곽으로 번져나갔다. 슈피텔라우(Spittelau)에서 역병 증세를 보인 환자가 발생하여 죽자 당국은 그때부터 손을 쓰려고 했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 갑자기 환자들이 불어난 것이었다. 죽는 사람의 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갔다. 홀란드(네덜란드) 출신의 의사인 폴 드 소르베(Paul de Sorbait)라는 사람이 역병의 예방법에 대하여 책자를 펴낸 것이 있다. 사람들의 위생환경을 크게 높여야 하고 의사들이 사용하는 의료기기들도 크게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위생을 위해서는 예를 들어 손을 자주 씻고 비위생적인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며 공기를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사용하라는 등의 일반적인 주의사항이 설명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소르베의 말조차 귀담아 듣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가면무도회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소르베의 위생주의사항 중에는 가축을 죽이고 나서 피와 내장과 머리와 뼈를 먹지 말것과 약초라고 해서 아무것이나 먹지 말것도 적혀있다. 또한 아무리 먹을 것이 없다고 해도 거리에 버려진 죽은 개와 고양이 또는 닭이나 오리까지도 함부로 먹지 말것을 권고하였다. 뿐만 아니라 게, 달팽이, 계란껍질 또는 길거리에 버려진 음식쓰레기를 먹지 말것도 권고하였다. 그때에는 계란껍질도 먹었던 모양이다.

 

비엔나의 휘글뮐러의 비너 슈니첼

 

비엔나 당국이 소르베의 주의사항을 책자로 발간하여 시민들로 하여금 읽도록 한 것은 소르베가 처음 주의사항을 내놓은 때로부터 한참후인 1779년 1월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가축의 고기에서 피가 남지 않게 하고 먹으려면 고기에 밀가루를 입혀서 끓는 기름에 튀겨 먹거나 또는 끓는 물에 고기를 얇게 저민후 피를 말끔이 제거하여 삶아 먹는 방법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돼지고기는 주로 밀가루를 입혀 튀겨 먹었다. 슈니첼(Schnitzel)이다. 쇠고기는 얇게 저며서 끓는 물에 삶아 먹었다. 타펠슈피츠(Tafelspitz)이다.

 

비엔나 근교 바덴 바이 빈(Baden bei Wien)의 중심지에 있는 페스트조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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