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이야기/비엔나와 페스트

오 두 리베르 아우구스틴

정준극 2008. 6. 9. 10:11

오 두 리베르 아우구스틴(O, du lieber Augustin)

 

역병에 걸리지 않은 돈 많은 사람들은 일찌감치 비엔나를 빠져 나갔다. 레오폴드1세는 1779년 8월 17일 가족들과 종자들을 거느리고 비엔나를 떠나 프라하로 피신하였다. 그러나 얼마후 프라하에서도 역병이 발생하는 바람에 레오폴드1세는 린츠(Linz)로 다시 피신하여 그곳에서 역병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문제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부모를 잃은 수많은 어린 고아들이 거리를 방황하며 울기만 했다는 것은 대표적인 경우였다. 비엔나에서만 역병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적게는 7만 6천명으로부터 많게는 12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재앙이었다.

 

그리헨가쎄에 있는 리베르 아우구스틴 기념조각


그러나 비엔나의 대역병 재앙은 그후 유럽을 가로 질러 독일, 오스트리아, 보헤미아 등 이웃나라에 말할수 없는 재앙을 옮긴 전초에 불과했다. 그중에서 프라하가 가장 심하여 1681년에 8만 3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엔나의 역병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오토만 제국(터키와 발칸 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오토만 제국에서 시작된 역병은 동부유럽과 중부유럽을 강타한 이외에도 북아프리카까지 내질러 내려가서 맹위를 떨쳤다. 말타(Malta)섬도 역병의 피해를 보았다. 1675년에 1만1천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전체 주민의 거의 절반 이상이었다. 바다건너 영국에서도 대역병이 일어난 것은 특이한 일이었다. 1650년대에 네덜란드에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런던은 1664-1665년의 2년동안 10만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런던으로서는 역사상 처음 있는 대재앙이었다. 뉴톤이 런던의 역병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와 있다가 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의 인력’을 발견했다는 에피소드는 바로 이 즈음이었다. 라인강변의 쾰른에는 1666년 역병이 침범했다. 역병은 3년동안 쾰른 지방을 강타했다. 독일의 역병은 드레스덴, 마그데부르크(Magdeburg), 할레(Halle)등 도시를 차례로 덮쳤다. 할레의 경우, 전체 주민 1만명중 약 5천명이 역병으로 죽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1683년부터 역병이 사라졌으며 다시 등장한  것은 20여년후인 1707년이었다. 네덜란드에서는 1667-1669년 까지가 최전성기였다. 그러나 1672년 이후에는 역병에 대한 어떤 사항도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역병이 보고된 것은 1668년이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1998년에 발행한 오 두 리베르 아우구스틴 우표


비엔나의 대표적인 민요중에 ‘오, 사랑하는 아우구스틴’(O, du lieber Augustin)이란 것이 있다. 1679년의 대역병 때에 유행했던 노래이다. 비엔나의 민요라고 했지만 독일에도 똑같은 멜로디의 Ring a Ring o'Rose (링 아 링 오 로제)라는 노래가 있는 것을 보면 어떤 것이 오리지널인지 잘 모르겠다. 아우구스틴은 거리나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었다. 인기가 많아서 비엔나 사람들은 거의 모두 아우구스틴을 알았다. 어느날 밤 술에 취한 아우구스틴은 정신없이 걷다가 역병으로 죽은 시체들을 쏟아 넣은 구덩이에 빠졌다. 아우구스틴은 아무것도 모른채 잠에 떨어졌다. 이튿날 아침 아우구스틴이 깨어보니 구덩이 속의 시체들 틈이었다. 놀란 아우구스틴은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려고 했으나 구덩이가 너무 깊어 어찌할수 없었다. 아우구스틴은 평소 술집에서 부르던 노래를 불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우구스틴를 알아보고 구해주었다. 사람들은 술이 역병에 옮기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생각하며 살아 돌아온 아우구스틴에게 ‘오 불쌍한 아우구스틴’이라는 노래를 불러주며 환영 겸 놀려주었다.

 

아우구스틴이 시체구덩이에 들어와 있는 그림

 

오스트리아 민요인 O, Du lieber Ausutin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O, du lieber Augustin(오 불쌍한 아우구스틴)

s'Geld ist hin(너의 돈이 사라졌다)

s'Mensch ist hin(너의 사람들도 사라졌다)

O, du lieber Augustin(오 불쌍한 아우구스틴)

alles ist hin(모두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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