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명소와 공원

아우가르텐(Augarten)

정준극 2008. 6. 15. 07:15

아우가르텐(Augarten)

비엔나소년합창단의 본부, 유명한 도자기 공장도 있어

 

아우가르텐궁전. 최초에 비엔나의 상인인 차카리아스 레브가 건설했기 때문에 팔레 레브라고도 부른다.

 

비엔나에 사는 사람으로서 아직 아우가르텐을 가 보지 않았다면 곤란하다. 아우가르텐은 비엔나 도심에서 동북쪽으로 있는 넓은 공원이다. 넓이가 52헥타르가 넘는다. 우리식으로 계산하면 16만평이 넘는 면적이다. 볼것이 많다. 아우가르텐 궁전은 비엔나소년합창단(Wiener Sängerknaben)의 본부이다. 아우가르텐 궁전은 팔레 레브(Leeb)라고도 부른다. 현재의 아우가르텐 궁전 건물을 처음으로 지은 차카리아스 레브(Zacharias Leeb)이기 때문이다. 차카리아스 레브는 비엔나의 이름난 상인으로서 1688년에 황실 사냥터를 매입하여 이곳에 유명한 건축가 요한 베른하르트 피셔 폰 에얼라흐로 하여금 궁전을 설계하고 짓도록 했다. 아우가르텐에는 세계적인 비엔나소년합창단원들이 기숙하면서 공부도 하고 노래연습도 한다. 시내에서 아우가르텐에 가려면 슈베덴플라츠에서 도나우 카날에 놓여 있는 슈베덴브뤼케를 건너 타보르슈트라쎄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전차는 31, 32번, N번, 버스는 5A를 타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잘츠브뤼케, 로싸우어브뤼케, 아우가르텐브뤼케를 건너서 올라가면 만난다. 아우가르텐의 정원은 비엔나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바로크 정원이다.

 

아우가르텐 궁전과 바로크 정원

                               

아우가르텐은 북쪽으로는 북부선철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이른바 카르멜리터피어르텔(Karmeliterviertel: 갈멜구역)와 마주하고 있고 북서쪽과 북동쪽은 비엔나 제20구인 브리기테나우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아우가르텐의 정원은 프랑스 바로크 스타일이다. 쇤브룬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의 정원도 바로크 스타일이다. 넓은 정원에는 밤나무, 라임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들을 심었다. 비엔나의 대부분 공원이 그렇듯이 공원의 이용은 낮에만 허용된다. 해가 질때에 문을 닫는다. 문을 닫는 시간은 사이렌으로 알린다. 정원이 하도 넓어서이다. 그러므로 아우가르텐에서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사고가 났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안되며 '아하 문을 닫는구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우가르텐 도자기공장

                    

아우가르텐에는 세계적인 아우가르텐 도자기공장(Augarten Porzellanmanufaktur)이 있다.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도자기이다. 슈테판스플라츠에서 그라벤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아우가르텐 상점이 있어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지만 아우가르텐 도자기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우가르텐 공원을 찾아가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도자기 공장이 들어서 있는 건물은 종전에 가든 홀이라고 부르던 건물이다. 아우가르텐 도자기 공장은 유럽에서 독일의 마이쎈(Meissen)도자기에 이어 두번째로 설립된 공장이다. 아우가르텐 도자기를 만들던 공장은 원래 9구 알저그룬트의 포르첼란가쎄에 있었다. 이곳에서 1821년부터 1864년까지 도자기를 만들었다.

 

오늘날의 아우가르텐 도자기가 처음으로 비엔나에서 시도된것은 1718년이다. 클라우디스 인노첸티우스 뒤 파크비어(Claudius Innocentius du Paquier)라는 사람이 독일로부터 삼엄한 경비를 뚫고 비밀리에 도자기 제조법을 비엔나로 가져왔다.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겸 오스트리아 대공인 샤를르 6세(마리아 테레자의 아버지)는 뒤 파크비어의 공로를 가상히 여겨서 그에게 오스트리아에서 도자기를 만들어 팔수 있는 전매권을 주었다. 그러다가 마리아 테레자 여제의 치하가 되었다. 마리아 테레자는 비엔나에서 만드는 도자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도자기공장을 황실 소유로 하고 황실이 제품의 품질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푸른색의 오스트리아 공작의 문장을 도자기에 그려 넣도록 했다. 이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오늘날에도 아우가르텐의 도자기에는 파란색의 오스트리아 공작의 문장이 등록상표로서 들어간다. 비엔나의 도자기는 나폴레옹의 실각 이후 열린 '비엔나 회의'를 통해 유럽의 전역으로 퍼져나가 명성을 높이게 되었다. 현재의 아우가르텐 공원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은 근세인 1924년이다. 그리고 공장을 아우가르텐으로 옮긴 후부터 아우가르텐 도자기라는 타이틀로서 세계의 각광을 받게 되었다.

 

아우가르텐 도자기

                       

아우가르텐의 구내에는 미술관도 있다. 아우가르텐 현대미술관이다. 벨베데레 궁전에 있는 오스트리아 갤러리에 속한 시설이다. 주로 현대 회화와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이를 아우가르텐 콘템포라리라고 부른다. 원래 아우가르텐의 영국정원 내에는 1995년에 설립된 구스티누스 암브로시(Gustinus Ambrosi)의 작업실이 있었다. 오늘날 구스티누스 암브로시의 작품들은 넓은 정원을 장식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아우가르텐에는 '구스티누스 암브로시 박물관'이 있어서 그의 작품들이 소중하게 전시되어 있다.

  

칼 렌너 연방대통령의 흉상을 마무리하고 있는 조각가 구스티누스 암브로시

 

아우가르텐에는 오스트리아 필름보관소(Filmarchiv Austria)도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각종 필름을 여러 곳에 분산보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엔나근교의 락센부르크성에도 오스트리아 필름보관소(Filmarchivs Österreich)가 있다. 아우가르텐의 필름보관소는 그 중의 하나이다. 현재 필름보관소로 사용하고 있는 시설물은 원래 요리사들이 거처하던 곳이다. 여기에 옆 건물인 마굿간과 일반창고를 통합하여 필름보관소로 사용하고 있다.  

 

아우가르텐의 북쪽 외곽에는 '하우스 아우가르텐'(Haus Augarten)이라는 집이 있다. 양노원이다. 1975년에 문을 열었다. 주소는 라우셔슈트라쎄(Rauscherstrasse) 16번지이다. 하우스 아우가르텐의 바로 옆에는 카페 하우스 아우가르텐이 있다. 비엔나는 20여곳의 양노원이 있다. 거의 각 구(Bezirk)마다 한곳의 양노원이 있다. 하우스 아우가르텐의 옆에는 카페 하우스 아우가르텐이 있다. 아우가르텐 공원에서는 식사를 할수 있는 식당이 두개가 있다. 하나는 분케라이(Bunkerei)라는 곳이다. 옛날 벙커를 이용하여 식당을 차렸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필름보관소 건물에도 식당이 있다. 간단식사를 할수 있는 곳도 두 군데나 있다. 그중에서 하나는 아틀리에 아우가르텐(Atelier Augarten)이다.

 

비엔나소년합창단

                 

아우가르텐의 구내에는 유태인 교육기관도 있다. 고사포탑이 있는 곳에 1998년에 새로 건물들을 마련한 라우더 챠바드(Lauder Chabad) 캠퍼스이다. 챠바드(Chabad)라는 말은 히브리어인 Chochmah(지혜), Binah(이해), Daat(지식)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아우가르텐이 있는 비엔나의 제2구 레오폴드슈타트는 원래 유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그러므로 이곳에 유태인 교육 캠퍼스가 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라우더 챠바드 캠퍼스에는 유아원, 유치원, 중고등학교, 교사아카데미, 목자 센터(Sephardic Center) 등이 있고 당연히 기도하는 회당(시나고그)이 있다. 라우더 챠바드 캠퍼스의 주소는 라비너 슈니어손 플라츠(Rabbiner Schneerson Platz) 1번지이다.

 

라우더 챠바드 캠퍼스의 유태인 학교. 뒤에 보이는 건축물은 나치가 세운 대공포대.

                    

일찍이 1612-1619년에 이곳 도나우 강변의 초원은 마티아스 황제(1557-1619)의 사냥터였다. 마티아스 황제는 1614년에 이곳의 넓은 사냥터에 사냥숙사를 건립했다. 당시에는 볼프스아우(Wolfsau)라고 불렀다. 잘 아는대로 '아우'(Au)라는 단어는 오스트리아와 남부 독일에서 넓은 초원을 말한다. 마티아스의 뒤를 이은 페르디난트3세(재위: 1637-1657)는 타보르 지역의 땅을 매입하여 사냥터를 확장하였다. 타보르는 당시 외세의 침입을 방어하는 비엔나 외곽의 경계선이었다. 그는 이곳에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네덜란드 스타일의 정원을 조성하였고 아울러 사냥숙사를 저택으로 확장하여 꾸몄다. 후에 레오폴드1세(재위: 1658-1705)는 인근에 있던 트라우촌(Trautson)가문의 땅을 매입하여 바로크 스타일의 루스트파르크(Lustpark: 유원지 공원)으로 만들었다. 그는 인근 트라우촌 가든에 있는 작은 궁전(Lustschloss)을 본따서 이곳 아우가르텐에도 궁전을 지었다. 아우가르텐에 지은 궁전은 ‘제국의 화보리타’(Imperial Favorita)라고 불렀다. 아우가르텐(Augarten)의 아우(Au)라는 단어는 초원을 뜻하며 가르텐(Garten)은 정원이라는 뜻이다. 

 

아우가르텐에 있는 라우더 챠바드 캠퍼스

 

1863년은 비엔나로서 불운의 해였고 아우가르텐으로서도 불운의 해였다. 터키의 제2차 비엔나 공성으로 말미암아 아우가르텐의 건물과 정원은 거의 모두 파괴되었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담벽 정도였다. 그로부터 한참 후인 1705년에 요셉 1세(재위: 1690-1711)가 정원과 궁전을 복구하였다. 그때 지은 정원궁전이 현재 아우가르텐 도자기 공장이 들어서 있는 건물이다. 몇년 후인 1712년, 마리아 테레자의 아버지인 샤를르 6세(재위: 1711-1740)은 프랑스의 유명한 정원사로서 쇤브룬의 정원을 설계했던 장 트레에(Jean Trehet)에게 아우가르텐의 정원을 쇤브룬이나 벨베데레 처럼 만들도록 지시했다. 오늘날 별모양의 아우가르텐 정원은 그때 조성된 것이다. 요셉 2세(제위: 1764-1790)는 1766년에 비엔나의 라터 공원을 일반에게 공개하여 상당한 호응을 받은 것을 생각하고 1775년에 아우가르텐 공원을 일반인들도 이용토록 했다. 아우가르텐의 정문은 군인이 지켰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부상병이나 불구자 병사들이 질서를 유지했다. 그때 정문에 적어 놓은 Allen Menschen gewidmeter Erlustigungs-Ort von Ihrem Schätzer(백성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봉헌한 유원지)라는 글귀는 아직도 남아 있다.

  

한편 1772년부터 요셉2세 황제는 화보리타 궁전의 일부를 가든 홀로 만들고 아침에 콘서트를 개최하였다. 이를 모르겐콘체르테(Morgenkonzerte)라고 불렀다. 모차르트도 한동안 화보리타의 아침 콘서트를 지휘했다. 그러다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자 이사람 저사람이 지휘를 맡았으며 1795년에 바이올리니스트인 이그나즈 슈판치그(Ignaz Schuppanaigh)가 본격적인 책임을 맡았다. 이러한 아침 콘서트를 바탕으로 1820년부터 가든 홀에서는 전통적인 ‘5월 1일 콘서트’가 열렸다. 베토벤도 슈판치그의 지휘로 그의 작품들을 연주했다. 요한 슈트라우스1세도 이곳에서 연주를 했다. 슈베르트도 이곳에서 연주했다. 아우가르텐은 세월과 함께 여러 역경을 경험하였다. 1830년 3월 1일에는 홍수로 모든 것이 씻겨 나갔다. 그 때 물이 1.75m나 높이 올라왔었다. 이때를 기념하는 명판이 주현관의 안쪽과 카스텔레츠가쎄(Castellezgasse)쪽의 문에 걸려 있다. 당국은 도나우의 홍수를 처리하기 위해 1860년부터 10년간 대역사를 벌여 도나우에 새로운 수로를 만들었다. 이로 인하여 아우가르텐은 도나우와 영구히 분리되었고 그 이후로는 홍수와 범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모차르트

 

아우가르텐 궁전은 1934년부터 3년동안 당시 연방수상이던 쿠르트 슈슈니그의 관저로 사용되었다. 2차 대전중에는 아우가르텐이 전략요지로 선정되어 이곳에 대규모 대공포대를 설치하였다.  높이 55미터의 대형 포대는 1944년에 건설된 것이다. 그래서 아우가르텐은 2차 대전중에 특히 집중적인 포격을 받았다. 정원에는 건물의 잔해가 산처럼 쌓였었고 한쪽의 공터에는 수백명에 이르는 사망자들을 매장하였다.

 

2차 대전중 아우가르텐에 설치되어 있던 독일군의 대공포진지

                   

이밖에 아우가르텐에는 가톨릭교회가 하나 있으며 가족 수영장이 있다. 수영장은 15세 미만의 어린이는 무료이며 보호자로서 들어가는 부모는 2유로이다. 철조망으로 둘러 막은 축구장도 있다. 탁구대 시설도 여러개가 있다. 운동장은 네군데나 있아. 주로 학생들이 사용토록 하고 있다. 비엔나의 고등학교들은 대부분 자체 운동장이 없으므로 아우가르텐의 운동장을 이용할수 있다. 개를 데리고 쉴수 있는 곳은 2개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