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세계/세계의 금기식품

타부 짐승에는 어떤 것이 있나?

정준극 2008. 8. 15. 14:11
[금기(타부) 식품에는 어떤 것이 있나?]


소고기

국민의 대부분이 힌두교인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시하여 소고기를 죽어라고 먹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브라만 계급의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고기도 먹지 않는다. 이들은 생선도 먹지 않는다. 생선도 육류로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벵갈의 브라만들과 카쉬미르의 판디트(pandit: 선생, 학자)들은 고기와 생선을 먹는다.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시하여 소고기를 먹지 않지만 낙농제품은 상관없다. 낙농제품은 짐승을 도살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이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초기 힌두교 경전에 소를 죽이거나 소의 도살에 참여하거나 소의 고기를 먹는 것은 중죄라고 말한 기록 때문이다. 힌두교의 베다(Veda)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있다. “만일 너희가 우리의 소와 말과 또는 가축을 도살한다면 우리는 너희를 동물을 매어 끄는 끈으로 꿰뚫어 다시는 우리의 영웅들을 죽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Atharva Veda). “너희는 소가 송아지를 사랑하는 것처럼 서로 사랑을 나누어주어야 한다”(Atharva Veda). “소는 순수한 동물이니 죽이면 안된다”(Rg Veda). “소를 죽이지 말지니라”(Yajur Veda).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소에게 무기를 사용하면 안된다”(Rg Veda). “어느 누구도 소를 죽이기 위해 백정에게 데려가면 안된다”(Rg Veda). 


인도에는 범신론주의자들이 많다. 이들은 예전부터 집단을 이루며 살았다. 이들을 베단타(Vedanta)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농업 생활을 했던 이들은 수세기동안 소를 기르며 농사를 짓고 여러 가지 낙농제품을 만들며 살았다. 소는 이들에게 땔감과 비료까지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소는 인간을 보살펴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소를 신성시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소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산스크리트어에서 가축은 파슈(Pashu)라고 한다. 라틴어의 페쿠(Pecu)에서 비롯한 단어라고 한다. 라틴어의 페쿠는 금전이라는 뜻이다. 인도 사회에 있어서 가축은 금전과 같은 것이었다.


달리트(Dalit)와 같은 낮은 계급의 사람들은 소고기와 물소(버팔로) 고기를 먹었다. 하지만 오늘날 인도의 여러 지방에서는 소고기를 먹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도 힌두교도들은 소고기를 입에도 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힌두교도들이라고 해도 은근히 소고기를 먹는 사람들도 있음은 어쩔수 없는 추세이다. 인도에서는 거의 모든 주에서 가축을 도살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케랄라(Kerala)주와 아루나찰 프라데쉬(Arunachal Pradesh)주에서는 그런 법이 없다.


중국의 어떤 소수민족도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농사를 위해서 쓸모가 너무 많은 소를 죽여서 고기를 먹는 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이다. 중국의 불교에서는 소고기가 금기 식품이라는 분명한 계율이 없다. 하지만 중국 불교는 소고기 먹는 일을 자제토록 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불교도들(Sinhalese)은 우유와 노동력을 제공해 주는 가축을 죽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부 언론을 등에 업은 좌파 친북반미주의자들이 미국산 소고기를 먹지 말자고 난리를 친 일이 있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일찍 죽는다는 것이다. 아마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미국에 가면 미국산 소고기를 좋아라고 먹을 것이다.  

 

 

송아지고기(Veal)

영국, 아일랜드, 미국 사람들중 어떤 사람들은 송아지 고기를 먹지 않는다. 어린 송아지를 무참하게 죽여서 먹는 것은 비인간적인 처사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송아지 고기가 더 연하고 맛있다고 하며 값이 좀 비싸더라도 많이 사서 먹는다.


돼지고기

미국 농무성이 밝힌데 따르면 세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잡아먹는 동물은 돼지라고 한다. 그러나 잘 아는 대로 무슬림, 유태인, 그리고 안식교인들은 돼지고기는 물론 돼지의 살이나 내장 따위로 만든 가공 식품도 절대로 먹지 않는다. 만일 볶음밥에 돼지 소시지 조각이 들어갔으면 굶으면 굶었지 절대도 먹지 않는다. 유태인, 무슬림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대체로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다. 무슬림들은 코란 16:115에 기록된 말씀에 따라, 유태교인들은 레위기 11장 7-8절과 신명기 14장 8절에 기록된 말씀에 따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신명기에는 “돼지는 굽이 갈라졌으나 새김질을 못하므로 너희에게 부정하니 너희는 이런 것의 고기를 먹지 말 것이며 그 사체도 만지지 말 것이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레위기에 적혀 있는 말씀도 같은 내용이다. 성경에는 돼지가 새김질을 못하기 때문에 부정하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타당성은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같은 종교적 배경과는 달리 19세기에는 중동지역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돼지에 기생하고 있는 선모충(旋毛虫)이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돌았다. 이러한 주장은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지만 오늘날 인류학자들은 중동지역의 사람들에게만 돼지의 선모충이 문제가 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반면, 중동지역에서 돼지를 기피하는 이유는 생태학적 및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라는 주장이 점차 인정을 받고 있다. 돼지는 중동과 같은 건조지대에서는 기르기 어렵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서늘하게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물이 많이 있어야한다. 돼지는 풀을 뜯어 먹지 않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곡물을 주로 먹는다. 사람도 곡물을 먹기 어려운 처지에 돼지를 기르기 위해 곡물을 사료로 쓰기는 어렵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동지역에서 돼지를 키우는 것은 힘들고 경제적이 아니기 때문에 돼지를 멀리하다보니 돼지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돼지는 잡식성 동물이다. 육식도하고 채식도 한다. 먹는 것이라면 뱀이나 쥐도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돼지하고 하면 우선 불결하고 역겹다는 인식이 든다. 반면에 소, 말, 염소, 양 등은 식물성 가축이다. 깨끗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그래서 특히 중동지역에서는 돼지가 천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도 타당성있는 설명은 되지 못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오래전에 돼지를 금기해 온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배불뚝이 돼지(pot bellied pig)이라는 것이 있다. 베트남에서는 이를 식용으로 사육한다. 미국에서는 이를 애완용으로 기르며 배불뚝이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큰 불명예로 낙인 찍힌다. 

 

돼지는 잡식성이며 축축한 환경을 좋아한다.

 

말고기

정통 유태인들은 말고기를 먹지 않는다. 모세의 율법에 말은 반추동물이 아니며 갈라진 발굽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말고기를 먹는 것을 금기하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말고기가 금기식품(Haraam)은 아니다. 하지만 말고기를 먹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힌두교에서도 말고기를 금지하고 있으며 기독교의 어떤 종파도 말고기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는 말고기를 먹는 것이 금기 사항으로 되어 있으며 말고기를 공급하는 것은 불법으로 되어 있다. 이와 함께 영국에서는 말고기를 애완동물 사료로 가공하여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어떤 살라미(Salami)의 DNA를 검사한 결과 당나귀 고기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이 생겨 말고기의 사용을 더구나 금지하고 있다.


서기 732년 가톨릭의 교황 그레고리 3세는 말고기를 먹는 것을 금지하는 칙서를 내렸다. 당시 프랑스 투르(Tours)는 무슬림의 공격을 받아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기병대에게 있어서 생명과도 같은 말을 식용으로 소비한다는 것은 전력을 약화시키는 행위였기에 교황이 칙서로 말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교황은 이교도들이나 말고기를 먹는다고 말하고 기독교인들이 말고기를 먹는다면 이는 대단히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교황의 이같은 칙서는 유태교에서 말고기를 금기한 레위기의 말씀에 기본을 둔 것이다. 교황의 말고기 금지 칙서는 18세기까지 효력이 있었다. 중세의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기독교(가톨릭)가 자기들 나라에 가톨릭이 들어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가톨릭이 들어오면 교황의 칙서에 따라 말고기를 먹을수 없기 때문이었다.


2차대전 중에 미국에서는 말고기를 군대용 배급식사(레이션)로 가공하여 사용했다. 소고기가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말고기를 소고기라고 속여서 파는 것은 엄격히 규제하였다. 스캔디나비아와 유럽의 일부 국가, 그리고 일본에서는 말고기 요리가 진미로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날 말고기를 사시미처럼 먹기도 한다. 말타(Malta)에서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말고기가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말고기 상점과 식당이 있다. 


당나귀고기

이슬람에서는 예언자 마호메드의 가르침에 따라 당나귀 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유태교에서는 당나귀가 말처럼 갈라진 발굽을 가지고 있기 않기 때문에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코끼리고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코끼리라고 하면 서커스를 연상한다. 그래서 코끼리를 잡아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부와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코끼리 고기를 먹기 위해 사냥하는 경우가 있다. 태국의 일부 사람들은 코끼리 고기가 정욕에 좋다고 생각하며 먹는다. 태국에서는 남자들을 위해 일부러 코끼리를 사냥하는 경우도 있다.


낙타고기

토라(모세 5경)에는 낙타를 먹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낙타는 반추동물이지만 레위 사람들은 아직도 낙타를 ‘불결한’ 짐승으로 간주하고 있다. 성경에는 갈라진 굽이 있는 짐승의 고기는 먹어도 좋다고 되어 있다. 낙타의 발굽도 갈라진 것이지만 발굽이 아니라 발가락으로 여기고 있다. 낙타 고기는 낙타의 생리적 상황 때문에 금지되고 있기도 하다. 난타는 지방질을 등위의 혹에 저장한다. 그래서 낙타의 다른 신체는 상당히 말라 있다. 말라빠진 고기는 맛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서 낙타고기를 먹지 않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유태교의 카쉬루트 식품과 이슬람교의 할랄 식품을 규정한 내용에 공통된 사항이 상당이 있지만 뚜렷하게 다른 사항들도 있다. 예를 들면 카멜 고기에 대한 것이다. 아랍인들은 대부분 사막에서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다. 아랍인들에게 낙타는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식량이 부족하여 굶주리게 되면 잡아먹을 수밖에 없다. 무슬림이라고 해도 굶주림 앞에서는 금기 식품의 규정이 별로 효용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낙타 고기는 고래(古來)로부터 여러 지역에서 식품으로 사용되었다. 옛날 페르시아에서는 대연회 때에 낙타를 통째로 구워먹는 요리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로마 황제로서 시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헬리오가발루스(Heliogabalus)는 낙타 족발 요리를 아주 좋아 했다고 한다. 소말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리비아, 수단, 모리티아나 등지에서는 옛날부터 낙타 고기를 먹어 왔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서는 문화적으로 낙타고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다. 특히 단백질이 부족한 입장에서는 낙타 고기가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고기뿐만 아니라 낙타의 피도 하나의 식품으로 먹는 경우가 있다. 북부 케냐에서는 낙타의 피를 즐겨 마신다. 낙타의 피에는 철분, 비타민 D, 염분,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무슬림은 어떤 동물의 피도 마시지 않지만 케냐 북부의 일부 무슬림들은 전통적으로 낙타의 피를 음식으로 간주해 왔다. 낙타의 간을 몸에 좋다고 먹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낙타의 간은 전염병과 같은 무서운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낙타 요리를 별식으로 내놓는 식당도 있다. 호주의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에서는 낙타 고기로 만든 라쟈나(Lasagne)가 인기라고 한다.

 

 

카리부와 순록고기

카리부(Caribou)는 북미의 사슴이며 순록(Reindeer)은 알라스카와 북구의 사슴이다. 순록고기는 알라스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에서 인기이다. 버터에 살짝 튀긴 순록요리를 좋아한다. 러시아, 캐나다, 영국의 일부 사람들, 아일랜드에서도 순록고기를 먹는다. 북구 나라들에서는 순록고기를 먹는데 문화적인 까다로움이 있다. 순록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썰매를 이끌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루돌프를 잡아 먹을수 있는가?’라며 순록고기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북구, 특히 스웨덴의 라프(Lapp)민족은 순록이 생활수단이다. 순록고기를 말려 저장해 두고 먹는다. 스웨덴의 우주인인 크리스터 푸글레상(Christer Fuglesang)이 미국 우주선에 탑승코자 할 때에 그는 순록 말린 고기를 가지고 타려했다. 미국 당국은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순록(레인디어) 고기를 가지고는 우주선에 탈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미국산 큰 사슴인 무스(Moose)의 고기를 가지고 탔다.

 

 순록.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를 끄는 순록을 먹는 것은 곤란?


개고기

세계에는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는 나라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고대 힌두교의 경전에 따르면 (예를 들면 Manusmriti 또는 Shshrut-Samhita) “만일 개고기를 식품으로 간주한다면 이는 가장 정결치 않은 (어느 경우에는 독성이 있는) 것이므로 가장 천민들이나 먹으면 될 것”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천민은 이른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라고 하여서 상대할수도 없이 천한 사람들을 말한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불가촉천민(Untouchable castes)을 스바파카(Svapaca)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신탕을 먹는 시도 때도 없이 즐겨 먹는 사람들은? 애완견까지 잡아 먹는 사람들은? 멕시코에서는 콜럼버스 이전 시대에 개를 즐겨 잡아먹었다. 이 개들은 털이 없는 멕시코 특유의 개였다. 식민지 시대 이후에는 그런 관습이 사라졌다. 

 

 중국의 개고기 요리


고양이고기

고양이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다. 종교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오히려 문화적인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먹을 것이 없을 때에 고양이도 잡아먹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의 극심한 와중에서 특히 그러했다. 레닌그라드(현재의 성페테르부르크) 공성 때에도 그랬고 1966년 아르헨티나의 로자리오(Rosario) 마을에 기근이 닥칠 때에도 그랬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고양이를 ‘지붕 토끼’라고 부르며 고기를 먹었다. 17세기에 오토만 터키군이 비엔나를 공성할 때에 비엔나 시내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하여 그나마 돈 있는 사람들은 고양이 고기를 사다가 먹었다. 하지만 고양이 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곤란하니까 '지붕 토끼‘(Dachhase)라고 하며 먹었다. 사실 고양이나 토끼나 머리를 잘라내고 꼬리와 네 발을 잘라내면 서로 구별하기 힘들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어깨뼈 정도일 것이다. 고양이와 토끼는 여러 나라에서 문화적으로 연관이 되어 왔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Dar gato por liebre라는 속담이 있다. ‘고양이를 토끼라고 속여 통과시키다’는 뜻이다. 이 말은 ‘난처한 입장을 그럭저럭 모면하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포르투갈에는 Comprar gato por bebre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를 토끼인줄로 알고 사다’는 의미이다. 브라질에서는 한때 길거리에서 바베큐로 파는 고기를 고양이 고기로 사용한 일이 있다. 그래서 Churrasco de gato(고양이 바비큐)라는 농담조의 말이 생겼다. 길거리에서 고기를 꼬챙이 꽂아 구워 파는 가게를 Churrasco de gato라고 부른다. 실제로 고양이 고기를 구워서 파는 것은 아니지만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농담조로 말하던 것이 정식 명칭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무슨 고기를 구워서 파는지는 파는 사람도 잘 모른다고 한다. 이집트에서도 양고기 대신에 고양이 고기로 쉬쉬 카바브(Shish Kabab)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된 유명 식당들이 더러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길거리에서 파는 식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며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모를 때에 이를 ‘고양이 케이크’(Kitten cakes)라고 부른다. 이같은 속담들을 미루어 볼때 고양이 고기가 토끼 고기보다 인기가 없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곰고기

유태교에서는 곰고기를 코셔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슬람에서는 땅에 사는 모든 포식동물들의 고기를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독실한 무슬림들은 독실한 유태인들과  마찬가지로 곰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유태인이나 무슬림은 곰고기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만일 곰고기를 먹을 경우에는 완전하게 조리해야 한다. 기생충에 감염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캥거루고기

호주의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캥거루고기를 거의 주식으로 삼고 먹어 왔다. 호주에 초기에 정착한 유럽인들도 캥거루고기를 먹었다. 캥거루꼬리 스튜(stew)는 정착민들 사이에서 인기 있었던 음식이었다. 오늘날 캥거루고기는 캥거루가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라는 감성적인 점에서 먹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아직도 정육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캥거루고기를 어렵지 않게 살수 있다. 슈퍼마켓에서는 잘게 썰어 다진 캥거루고기, 캥거루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팔고 있다. 한편, 아직도 캥거루 스테이크를 파는 식당들이 있다. 훈제 캥거루고기는 색다른 식품으로서 프로스키우토(prosciutto)라고 부른다.


기니피그 

남미에서는 기니피그(Guinea pig)를 식용으로만 사육하고 있다. 일명 모르모트라고 불리는 동물이다. 그러다가 애완용으로 유럽에 소개되었다. 기니피그(Cuy)는 주로 안데스 산맥에 사는 페루 사람들이 먹었다. 기니피그는 안데스 산맥에 사는 사람들의 주요 단백질원이었고 어떤 경우에는 의료용으로도 사용되었다. 페루에서는 웬만한 식당에서 카비아 포르첼루스(Cavia procellus)라는 기니피그 스테이크를 제공한다.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니피그를 요리하여 먹었다. 그러다가 2004년에는 좀 더 과감해져서 플러싱의 메도우 파크(Meadow Park)에서 축제를 열고 기니피그를 바베큐하여 팔았다. 주민들은 애완용 기니피그를 구워서 먹는다고 당국에 신고했다. 그리하여 뉴욕시 공원당국은 공원에서 기니피그를 공원에서 파는 것을 당장 금지시켰다. 이후 남미 사람들이 기니피그를 먹는다는 고발이 점점 늘어났다.

 

기니피그

 

페루에서 가장 유명한 농과대학이 있는 라 몰리나 국립 농업대학(La Molina National Agrarian Univ)는 최근 더 크고 더 빨리 자라는 기니피그의 품종을 개발하였다. 페루는 이 기니피그가 페루의 국민영양을 위해 크게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도 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새로 개발한 품종은 무게가 2kg이나 되며 크기는 재래의 것보다 배나 크다.

 

페루에서의 통기니피그 요리 


카피바라와 파카

카피바라(Capybara) 물돼지(Water hog)라고도 불리는 동물로 주로 남미의 강가에 산다. 몸길이 1.2m에 이르는 설치류 중 최대 동물이다. 남미 사람들은 카피파라를 즐겨 먹는다. 파카(Paca) 역시 남미의 동물로서 기니피그 류의 토끼만한 동물로서 역시 사람들이 즐겨 먹는 동물이다. 남미의 가톨릭 교회는 렌트(Lent: 사순절)기간 동안 육식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카피바라는 적용되지 않는다. 초기 선교시절에 교황의 교지(敎旨)가 잘못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황청은 카피바라를 생선이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카피바라 


토끼고기

토끼고기는 여러 나라에서 먹고 있다. 하지만 유태인들은 먹지 않는다. 레위기에 토끼는 비록 반추동물로서 일부 소화한 물건을 다시 소화하지만 갈라진 굽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결한 동물이 아니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토끼 고기를 먹으면 래빗 스타베이션(Rabbit Starvation) 증세를 일으키게 된다는 얘기가 있다. 토끼고기처럼 기름기는 없고 살만 있는 고기를 먹으면 심각한 영양 결핍증에 걸릴수 있다는 것이다. 토끼고기에는 다른 영양분은 부족하다.


쥐 고기

쥐는 불결하고 해로운 동물이라고 해서 먹지 않는다. 또 쥐를 애완용으로 기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 더구나 역병(페스트)과 같은 무서운 질병을 옮기는 동물로 여기기 때문에 먹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수 없다. 그러나 태국, 베트남, 기타 인도지나 반도에 있는 나라에서는 시골에서 쥐를 잡아먹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도 쥐 고기는 단백질 원이기 때문에 잡아먹는다. 주로 사탕수수 쥐(Cane rat)라는 것을 잡아먹는다. 가나(Ghana)에서는 아크란티(Akrantie)라고 부르는 일종의 사탕수수 쥐를 일반 식품처럼 먹는다. 동남아의 빈한한 지방에서는 대나무 쥐(Bamboo rat)를 잡아먹는다. 사실 사탕수수 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의 사하라 남쪽에 살고 있는 호저(豪豬) 또는 기니피그와 같은 작은 설치류이다. 2003년 미국정부는 아프리카로부터 이 동물의 수입을 금지하였다. 과거 서방세계에서는 없었던 몽키팍스(monkeypox)라는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때 서양에서도 전쟁과 같은 위급사항에서 식량이 결핍하면 쥐를 잡아먹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도르마이스(Dormice: 산쥐)를 집에서 길러 식량으로 삼았던 일도 있다. 아시아에서도 생쥐를 들쥐라는 명목으로 잡아먹은 일이 있다. 프랑스의 지론드(Gironde)지방에서는 포도주 상점에서 기른 쥐를 포도주를 저장했던 통나무를 쪼개어 불을 놓아 구워 먹었다. 이를 쿠퍼스 앙트레코트(Cooper's entrecote)라고 불렀다. 플란더스의 어떤 지방에서는 쥐와 같이 생긴 사향뒤지(Muskrat)를 식품과 모피로 사용하기 위해 잡았다. 남미의 어떤 지방에서는 역시 설치류인 비버를 잡아 꼬리를 생선이라고 부르며 먹었다. 형무소에 갇힌 죄수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감방에 드나드는 쥐를 잡아먹었다는 얘기는 자주 듣는 것이다.  


동물의 살코기가 아닌 부위를 먹는 일

동물의 내장을 먹거나 몸통의 살코기가 아닌 부위를 먹는 경우가 많다. 살코기가 아닌 부위라는 것은 머리통, 발(양이나 돼지 따위의 족) 등을 말한다. 내장으로서는 창자는 물론, 간, 콩팥(신장), 그리고 췌장(Sweetbread) 등을 말한다. 이같은 동물의 내장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요리 재료로서 사용되고 있다. 영국에서 만들어 먹는 키드니 파이(Kidney pie)는 대표적이다. 소와 양 따위의 신장으로 만든 파이이다. 간(肝)도 요리해서 많이 먹는다. 주로 닭,  거위, 오리, 소, 돼지의 간이다. 창자는 소시지 만드는데 사용한다. 남미 사람들은 소의 위(胃: Tripe)를 몬도뇨(Mondongo)라는 요리에 사용한다.


미국 남부지역에서는 돼지의 내장(Chitterling)을 요리해서 즐겨 먹으며 미국 중서부에서는 소의 내장 등을 잘게 저미고 여기에 야채·옥수수 가루를 혼합하여 기름에 튀긴 스크래플(Scrapple)이라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미국 로키산맥 지역 사람들은 소의 고환(睾丸)으로 요리를 해서 먹는다. 이를 ‘로키 마운틴 오이스터’ 또는 ‘프레리 오이스터’(Prairie oyster)라고 부른다. 잘 아는 대로 오이스터는 굴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돼지 머리를 푹 삶아서 칼로 베어 먹는 경우가 많다. 남대문 시장에 가보면 슬며시 웃음을 띠고 있는 삶은 돼지머리들이 줄지어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양머리를 통째로 구워먹는 것이 별미로 되어 있다. 돼지 족발(Trotter)도 우리나라의 특별 메뉴이다. 중국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요리해서 먹을수 있다지만 우리나라도 상당한 경지에 올라와 있는 것 같다. 소 한 마리를 잡으면 가죽이야 먹지 못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먹을수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이다. 돼지도 마찬가지! 대단한 민족이다.


까다로운 호주, 캐나다, 미국 사람들은 동물의 내장이나 머리, 발 등을 거의 먹지 않는다. 도살된 동물의 내장과 머리, 발 등은 대부분 버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동물 사료로 가공 처리하여 사용한다. 유럽에서는 소의 뇌(골), 또는 내장을 특정위험식품으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있다. 혹시 광우병(BSE)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육

역사적으로 보면 고대사회에서는 인간의 고기를 제사 때에 먹은 일이 있다. 그 이후에도 정신이상으로, 증오심 때문에, 너무 배고프지만 다른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을 먹은 일도 있다. 하지만 음식으로서 인육을 먹는 일은 결코 없었다. 유태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및 기타 종교에서도 인육을 먹는 것은 엄중한 죄악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 영화에 보면 여인숙에 묵은 나그네를 죽여서 그 고기로 만두를 만들어 파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수호지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중국 사람들은 못 먹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 막가파인지 무언지하는 범죄인들이 사람을 죽여 놓고 조금 먹었다고 한다.

   

신생아의 태반을 먹는 일이 있다. 동물들에게는 그런 일들이 많지만 사람에게는 극히 드믄 일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 하와이, 중국, 태평양 상의 섬나라들에서 그런 일이 있다. 산모가 태반을 먹으면 우울증을 치료하는 등 산후조리를 하는데 좋으며 임신합병증의 예방에도 좋다는 이유 때문이다.


원숭이

사람과 가장 비슷하게 생긴 원숭이를 잡아 먹을수 있을까? 아프리카의 사하라 하부지역의 주민들은 원숭이를 비롯하여 침판지, 고릴라, 만드릴(Mandrill), 게논(Guenon) 등 유인원을 잡아먹는다. 콩고에서는 피그미침팬지라고 하는 보노보(Bonobo)를 너무 잡아먹어서 이제는 멸종위기의 동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콩고의 어떤 지역에서는 고릴라의 손과 발을 별식으로 여겨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한다. 동남아에서도 원숭이를 먹는다. 대만과 중국 남부지역에서는 원숭이 골 요리가 별식으로 취급받고 있다. 레이지 수잰(Lazy Susan)이라고 하는 둥근 식탁의 가운데 구멍에 원숭이를 묶어 놓은후 골을 부수어 따듯한 뇌를 떠서 먹는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인도네시아 일부 삼림지역에서도 원숭이 요리를 먹는다.


문제는 원숭이 류가 인간과 거의 같은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를 먹을 것 같으면 사람도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될수 있다는 것이다. 원숭이를 주로 먹는 사람들은 중앙아프리카의 고지대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다. 야생에서 잡기 때문에 어떤 병균에 감염되어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오늘날 HIV(인간면역결핍증바이러스)도 원숭이를 잡아먹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