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음악이라니? - 나치의 퇴폐음악 금지정책 -
퇴폐음악(Entartete Musik) 또는 도태음악(Degenerate Music)이란 용어는 1930년대에 나치가 만들어 낸 것이다. 나치는 히틀러가 집권한 후 어떤 특정형태의 예술은 사회와 국가에 유해하고 퇴폐적이며 국민을 타락으로 이끄는 것이므로 도태되어야 한다는 퇴폐예술(Entartete Kunst)금지정책을 펼쳤다. 퇴폐음악 금지정책은 나치의 이같은 광범위하고 철저한 퇴폐예술 금지정책의 일환이었다. 나치는 도태되어야 하는 퇴폐음악의 리스트를 만들고 이같은 퇴폐음악을 추방하기 위해서 작품을 고립시키고 작곡자를 불명예스럽게 만들었으며 작품 활동을 방해하는 시행령을 채택하였다. 나치가 퇴폐음악으로 규정한 이유는 지금 들어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즉, 작품의 내용으로 나치정권을 사실상 반대한 경우, 작곡자의 정치적 견해가 나치정권 반대한 경우, 연주자가 나치정권을 반대한 경우였다. 말할 나위도 없이 유태인 또는 유태계 사람들의 작품이 이에 속한다.
나치에 의해 퇴폐음악으로 지목되어 연주가 금지되었던 곡들을 전쟁 이후 모아 음반으로 출반했다. 커버에는 '음악은 생존한다'라고 적혀 있다.
나치는 열등민족인 유태인들이야말로 위대한 나치정권을 반대하는 중심그룹이라고 내세웠다. 그리하여 유태 음악가들을 박해하기 시작했다. 작곡가로서는 펠릭스 멘델스존, 아르놀트 쇤베르크, 프란츠 슈레커(Franz Schreker), 쿠르트 봐일(Kurt Weill), 구스타브 말러(Gustav Mahler), 베르톨트 골드슈미트(Berthold Godlschmidt) 등이 이에 속했다. 멘델스존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작곡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어릴 때에 루터교로 개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조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나치 치하에서는 결혼식장에서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이 철저하게 금지되었다. 그리고 나치가 정한 퇴폐작품으로서는 유태적인 작품, 아프리카 성향의 작품이 이에 속한다. 예를 들면 에른스트 크레네크(Ernst Krenek)의 작품이다. 또한 마르크스주의를 추종하는 작곡가나 이들의 작품도 금지 대상이었다. 예를 들면 한스 아이슬러(Hans Eisler)였다. 또 하나의 규정은 나치정권 반대자들에게 동정하거나 동조한 사람도 퇴폐작곡가로 분류되었다. 안톤 베베른(Anton Webern)은 히틀러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으며 유태계인 쇤베르크가 독일에서 추방된 후에도 그와 친교를 유지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 나아가 나치는 이른바 현대음악, 즉 파울 힌데미트, 알반 베르크, 쇤베르크, 베베른의 작품을 퇴폐적이라고 규정하고 금지했다. 나치는 현대음악이 고전음악에 비하여 열등하다고 규정했다. 그러므로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나치가 추구하는 우량정책, 나아가 문명의 진보정책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나치의 퇴폐음악 포스터. 흑인과 유태인과 색스폰
나치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주장하는 구조와 형식의 포기야 말로 국수주의 나치정권이 신조로 삼고 있는 질서문화의 진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나치는 재즈를 퇴폐음악으로 규정했다. 아프리카-아메리카 문화에 뿌리를 가지고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나치가 사실상의 권력을 장악하자 이들이 퇴폐라고 주장하는 작곡가들, 또는 연주가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 쿠르트 봐일, 파울 힌데미트등은 강제 추방되었다. 칼 하르트만(Karl Amadeus Hartmann)과 보리스 블라허(Boris Blacer)등은 연금 상태가 되었다. 어떤 사람은 강제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빅토르 울만(Vikotor Ulmann)이 대표적이다. 수많은 유태계 음악가들이 아우슈비츠에서 연기로 사라졌다. 나치정권이 열광적으로 좋아한 작품으로는 오르프(Carl Orff)의 Carmina Burana(카르미나 부라나: 1937)가 있다. 그러나 이 작품도 원래는 독일 평론가들이 퇴폐작품이라고 비난했던 것이었다. 나치가 바그너의 음악을 숭상했던 것은 잘 아는 일이다. 나치는 1938년에 그들이 스스로 규정한 퇴폐음악의 리스트를 일반에게 공개하여 공연하지 못하도록 했다. 1980년대 중반에 데카 레코드회사는 [Entartete Musik]이라는 타이틀의 시리즈 음반을 내놓았다. 나치의 제3제국으로부터 퇴폐음악이라고 핍박을 받았던 작품들은 모아 놓은 것이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원래 평론가들이 퇴폐작품이라고 지적하였으나 나치는 이를 열광적으로 애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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