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1일 투어

빵과 옷감의 표준 측정, 그리고 05

정준극 2008. 11. 21. 19:45

빵과 옷감의 표준 측정(Masse)과 나치 저항 표지

   

슈테판성당의 정문 왼쪽 벽에 있는 빵과 옷감 표준측정 표지(Masse)

 

정문의 왼쪽 벽, 사람의 키 높이쯤에는 지금이야 닳고 달아서 희미하게 보이지만 아무튼 마치 커다란 빵 덩어리처럼 둥그렇게 파진 곳과 쇠막대기 두개가 가로로 박혀있는 곳이 있다. 이른바 표준측정 표본이다. 둥그런 것은 중세에 빵 한 덩어리의 표준 사이즈라고 한다. 만일 빵 장수가 빵의 양을 속였다고 생각하면 이 곳으로 빵을 가져와서 성당의 표준 사이즈와 비교해 보았다고 한다. 빵 장수가 빵의 양을 속였다고 판정되면 빵 장수를 나무로 엮은 통에 넣어 다뉴브강에 마치 오리가 잠수하는 것처럼 빠트렸다가 꺼내는 벌을 가했다고 한다. 두개의 쇠막대기는 하나는 길고 하나는 짧다. 작은 자(尺)큰 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작은 자는 0.78 미터이고 큰 자는 0.89 미터이다. 만일 벽돌이나 옷감의 길이에 분쟁이 생기면 이곳에 가져와서 재 보았다고 한다.

 

빵장수가 양을 속이면 도나우강에 오리처럼 빠트렸다가 꺼내는 벌을 주었다.

 

정문의 오른쪽 아래쯤에는 05라고 긁어 파놓은 듯한 글자 모양이 있다. 2차 대전 말, 나치에 저항하는 오스트리아 지하조직들이 표시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임시정부가 비엔나로 진군하는 연합군 사령부와 연락하기 위해 표시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투명한 아크릴로 더 이상 훼손되지 않게 보관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05라는 숫자는 독일군의 대표적인 기관총 명칭인 08/15(Null Acht Fünfzehn)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설명에 따르면, O5에서 5는 알파벳의 다섯번째인 E를 의미하는 것으로 O와 합하여 OE가 되는데 이는 OESERREICH(외스터라이히: 오스트리아)의 첫글자가 된다는 것이다. 1944년 전쟁이 한창이던 비엔나에서는 밤중에 몰래 곳곳에 있는 건물의 벽에 O5 라고 페이트로 써놓는 일이 있어서 나치 비밀경찰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나치 비밀경찰에 협조한 오스트리아인의 집에 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슈테판성당 정문 오른쪽 벽에 새겨진 05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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