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1일 투어

성엘리기우스 채플

정준극 2008. 11. 21. 19:48

성엘리기우스 채플

 

이제 거인의 문을 통해 성당 안으로 들어가보자. 한마디로 웅장한 내부이다. 고틱 건축물의 영광스러움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음을 느낄수 있다. 거인의 문을 통해 성당으로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 끝에 한갖진 채플로 통하는 문이 있다. 성엘리기우스(St Eligius)에게 봉헌된 채플이다. 워낙 구석에 있기 때문에 성당사무실인줄로 생각하기가 쉬운 곳이다. 성엘리기우스는 금세공업자연합의 수호성인이다. 비엔나의 금세공업자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인지 슈테판성당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아늑한 위치에 가장 조용한 채플을 마련하였다. 아마 빨리 기도를 마치고 상점에 돌아가 돈을 벌어야 했었나 보다.

 

페트러스 크리스투스(Petrus Christus)의 작품인 '성엘리기우스와 성고대베르타의 전설'(The Legend of St Eligius and St Godeberta). 금세공가인 성엘리기우스가 금반지를 만들어 성고데베르타에게 증정했다고 하는 전설을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북쪽으로 60마일 떨어진 노용(Noyon)의 대성당에 비치되어 있다.

 

만일 성엘리기우스의 채플로 들어가는 문을 찾지 못했다면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모습이 새겨진 명판을 찾으면 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소천한후 설치된 아름다운 명판이다. 이 채플은 온전히 기도에 힘쓰거나 명상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처로서 일반 방문자들은 들어가지 못하며 더구나 사진촬영도 금지되어 있다. 조용하게 기도코자하는 신자들을 위한 배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엘리기우스 채플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가 보려면 슈테판성당의 신도임을 자처하고 두개의 육중한 문을 통과하여 조용히 들어가서 고개를 푹 숙이고 기도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성엘리기우스 채플 입구 옆의 교황 요한 바오로2세 기념 명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슈테판성당 방문을 기념하는 명판에는 라틴어로 Totus Tuus(토투스 투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신앙적 모통로서 '나는 온전의 당신의 것'(Totally thine)이라는 뜻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자기를 성모에게 헌신한다는 개인적인 신앙결심을 표현한 말이다. 이 말의 원래 문구는 Totus tuus ego sum, et omnia mea tua sunt. Accipio te in mea omnia. Praebe mihi cor tuum, Maria 으로서 감히 번역하면 '나는 온전이 당신에게 속하여 있나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당신의 것입니다. 성모시여, 나의 모든 것을 드리오니 당신의 마음을 주소서'(I belong entirely to you, and all that I have is yours. I take you for my all. O Mary, give me your heart)이다. 이 문구는 18세기 프랑스의 성자인 성 루이 마리 드 몽포르(St Louis-Marie de Monfort: 1673-1716)의 기도문에 나오는 것이다. 1987년에 폴란드의 작곡가인 헨리크 고레츠키(Henryk Mikołaj Górecki: 1933-2010)는 그해 여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조국 폴란드를 순례하러 온 것을 기념하여서 합창곡인 Totus Tuus를 작곡하여 교황을 위해 연주하였다. 이 합창곡의 가사도 물론 성 루이 마리 드 몽포르의 성모를 찬양하는 기도문에서 가져온 것이다.

 

성엘리기우스 채플에는 아주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성모상이 있다. 예전에 슈테판성당에서 가까운 곳에 있던 천국문(Himmelpfort)수녀원에 있었던 것으로 이 수녀원을 대표하는 성모상이었다. 이 성모상은 페스트로가 온 도시를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천국문수녀원의 수녀들이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고 지내게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비엔나에 페스트가 창궐하던 당시에 이 수녀원만큼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으며 특히 1679년에는 단 한 사람의 수녀도 페스트에 걸리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성엘리기우스 채플을 찾아오는 신자들은 주로 병마로부터 구해주기를 기도한다. 이 성모상은 천국문수녀원 문지기 수녀'(Himmelspförtnerin)이라고도 불리는데 이에 대한 전설은 힘멜포르트가쎄(Himmelpfortgasse)편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성엘리기우스의 제단은 성발렌타인에게 봉헌되었다. 슈테판성당의 2층에는 성발렌타인 채플이 별도로 있다. 성발렌타인 채플에는 슈테판성당의 귀중한 성물(聖物)들이 수백점 보관되어 있으며 특히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하였던 식탁보의 한 조각이 보관되어 있다. 성발렌타인 채플이라고 한 것은 이곳에 성발렌타인의 유골중 일부가 성물함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십자 채플 위쪽 2층에 있는 성발렌타인 채플.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식탁보의 한 조각을 비롯하여 성발렌타인의 뼈등 귀중한 성물들이 수백점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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