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1일 투어

하인들의 성모

정준극 2008. 11. 21. 19:52

 

 하인들의 성모

 

다시 성당 오른편의 회랑을 따라 중앙제단 쪽으로 내려가다가 보면 남탑이 서있는 장소에 이르게 된다. 징거토르(Singertor: 가수의 문)으로 통하는 공간이다. 이 곳에는 성캐터린 채플이 있다. 성캐터린 채플을 살펴보기 전에 벽쪽으로 검은색의 대리석 성모상이 서있는 것을 볼수 있다. 하인들의 기도를 들어주는 성모(Dienstbotenmuttergottes)이다. 성모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작품이다. 내려오는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오래전 비엔나에는 어떤 부유한 백작부인이 살고 있었다. 이 백작부인은 신앙심이 돈독했던지 자기 저택에 작은 예배처를 가지고 누가 보던지 열심으로 기도하는 생활을 했다. 그런데 실상은 마음씨가 고약한 여자였다. 특히 하인들을 못살게 구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 하인들은 백작부인을 진짜 악마의 화신이라고 생각하여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하인중에는 아무데도 갈데 없는 천애고아인 어떤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 백작부인은 이 처녀에게 기회만 있으면 잔소리를 퍼부어 대는 등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괴롭혀서 이 아가씨는 무척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날 백작부인은 자기 보석함에 두었던 비싼 진주목걸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무조건 그 불쌍한 처녀를 도둑으로 몰아세웠다. 처녀는 유일하게 백작부인의 침실을 드나들수 있는 하녀였기 때문이었다. 백작부인은 경찰을 불렀고 이 비참한 운명의 처녀는 체포되어 감방으로 끌려갈 형편이었다. 이러한 절박한 순간에 처녀는 백작부인 저택에 있는 예배처로 뛰어 들어가 성모상 앞에 꿇어 엎드려 눈물을 흘리면서 도와 달라고 간구하였다. 백작부인은 감히 하녀가 자기의 성모상에 기도를 드리는 것을 보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있는 말 없는 말을 해가며 불쌍한 하녀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이 모습을 모두 본 경찰관은 그 아가씨가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고 다시한번 집안을 샅샅이 조사해 보았다. 과연! 진주 목걸이는 마구간을 담당하는 청년의 짐에서 발견되었다. 청년은 자기의 범죄를 자백하였고 이로서 처녀는 누명을 씻게 되었다. 마음씨 좁은 백작부인은 자기 저택에 있는 성모상이 그 처녀에게 기적을 베풀어준 것을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못마땅한 성모상을 생색이라도 내기 위해 슈테판성당에 기증했다. 이어서 슈테판성당에 새로 모셔진 성모상이 불쌍한 처녀의 기도를 들어 준 기적의 성모상이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고 일반 사람들, 특히 하인과 하녀들이 소망을 기구하는 대상으로 존경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하인들의 성모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하인들의 수호상으로서 사랑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