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1일 투어

사랑받는 슈테플

정준극 2008. 11. 21. 20:33

사랑받는 슈테플


슈테판스돔 남탑(슈테플)


이제 치통의 그리스도 조각상을 뒤로하고 카타콤 입구를 지나서 회랑을 가로 질러 남문이 있는 쪽으로 다시 발길을 돌려보자. 높은 남탑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이다. 슈테판성당의 남탑은 비엔나의 상징이다. 그보다도 슈테판성당의 남탑은 영광스런 과거를 회상케 해주는 일종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주는 대상이다. 비엔나 사람이라면 비엔나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이 남탑에 대하여 마음이 약하다. 예를 들어 1954년 Der Alte Steffl(Old Steve)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남탑이 12년이나 걸리는 대대적인 보수 때문에 비계로 가리워지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엔나시민들은 너도나도 웅장한 남탑의 가려지기 전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성당 앞으로 몰려와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삼았었다. 특히 남탑을 가리는 비계가 설치되는 날 밤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12년 후에나 볼수 있는 남탑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밤을 지샜다. 그만큼 비엔나 사람들은 슈테판성당의 남탑에 대하여 한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 남탑은 2006년말에 또다시 비계로 가리워지게 되었다. 때를 닦아내려는 공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역시 10년이라는 기간을 잡고 있다. 그러므로 2016년에나 가서야 남탑의 모습을 제대로 볼수 있다.

 

슈테판스돔. 뒷쪽의 높은 탑이 슈테플이라는 애칭의 남탑이며 오른쪽 가운데의 쌍둥이 탑이 이교도의 탑이다. 가운데 정면의 출입문이 거인의 문이다. 북탑은 왼쪽이다.

 

슈테판성당의 남탑은 비엔나 어디서나 볼수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이다. 그런 첨탑인지라 간혹 이 첨탑을 기어 올라가서 비엔나의 정상을 정복하려는 무모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17세기에 있었던 도전이 가장 최근의 경우일 것이다. 도전자는 어떤 정원사의 제자였다. 가브리엘 자츠버거라는 이름의 이 청년은 1658년 황제의 비엔나 개선입성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남탑 꼭대기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며 황제를 환영코자 했다. 불행하게도 황제의 입성행렬은 지체가 되었고 날은 어두워 저녁이 되었다. 그 청년은 남탑 꼭대기에서 기다리다가 내려오기도 전에 어둠을 맞게 되었다. 아무도 도와줄수 없었다. 청년은 두려움으로 밤새 남탑에 매달려 지내야 했다. 날이 새자 그제서야 사람들이 사다리를 놓고 청년을 구출하러 올라갔다. 놀랍게도 겁에 질려 밤을 지샌 청년의 머리칼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로부터 무모하게 남탑의 꼭대기에 올라가는 사람은 머리칼이 하얗게 변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남탑 슈테플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

 

슈테판성당의 남탑은 높이가 137미터이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교회첨탑이다. 남탑에서 343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 지상으로부터 72미터 높이에 있다. 한때 화재감시를 위한 소방대가 주둔했었다. 이곳까지 올라가는 데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예전에도 이 곳에서 근무하던 소방대원들은 모두 걸어서 올라갔다. 남탑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지만 북탑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다. 남탑의 바로 아래에는 큰 종의 문(Primglockleintor)이라는 커다란 출입문이 있다. 요즘에는 성당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에 사제들이나 성가대원들이 큰 종의 문을 통하여 출입한다.

 

슈테판성당의 남탑은 슈테플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비엔나 사람들은 슈테판스돔 자체를 슈테플, 또는 알테스 슈테플이라고 부른다.

 

캐른트너슈트라쎄의 슈테플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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