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워킹 투어/제1일 투어

거장 안톤 필그림의 발자취

정준극 2008. 11. 21. 20:29

다시 중앙회랑으로 나와 세번째 기둥을 보면 여기에서 가장 위대한 고틱 예술의 하나를 볼수 있다. 강론대이다. 거장 안톤 필그림(Anton Pilgrim)이 제작한 것으로 후기 고틱 조각의 전형이다. 강론대의 하단에는 네명의 신앙심 두터운 본당신부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다. 마치 살아있어서 무슨 말이라도 할듯한 얼굴 모습들이다. 그레고리, 제롬, 오거스틴, 암브로스이다. 그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강론상에 장식되어있는 온갖 종류의 악마처럼 생긴 동물들의 모습이다. 온갖 동물들 중에서 두꺼비와 도마뱀은 마치 강론대의 난간을 기어 올라가는듯한 모습이다. 난간의 꼭대기에는 한마리의 개가 짖어대는 모습의 조각이 있다. 개는 파수꾼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개(Gods dogs)라고 해석할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용어는 도미니크회(도미니크 수사회는 검은 옷을 입고 다녔기 때문에 Black Friar라고도 불렀다)를 경멸하는 뜻으로 사용하던 것이었다.

 

강론대와 성자들의 조각

 

괴상한 동물들이 장식되어있는 강론대의 난간조각과 관련하여서는 두가지 해석이 있다. 한가지는 이들 동물들이 어둠을 상징하는 것으로 하나님의 세상을 가로채려는 속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해석은 두꺼비는 어둠을 대표하며 도마뱀은 빛을 좋아하는 동물이므로 이들간의 싸움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거야 어찌 되었던 개에 대하여 한마디 더 하자면 우리는 이 개와 똑 같은 개, 또는 적어도 쌍둥이 형제로 여겨지는 개를 푀츠의 성모상 제단 옆 벽에 있는 케크만(Keckmann)기념상에서 찾아 볼수 있다. 성당의 개에 대하여 후세의 역사학자들은 이것이 대성당의 공사를 책임진 거장 안톤 필그림 자신을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의논으로 분분했다. 실제로 성당 안에는 안톤 필그림의 자화상 조각이 몇 개 있다. 그중 어떤 것은 바로 자그마한 개의 얼굴 모습과 닮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있어서 또 다른 논쟁을 불러 일으켜 주고 있다. 어쨌든 개는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는 역할을 하며 주인에게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충성하는 동물이므로 대성당의 공사를 주관한 안톤 필그림을 비유했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왼쪽 상단의 순교자 성스테반과 좌대 아래의 안톤 필그림의 모습

 

이 강론대에서 조금 동쪽으로 가면 왼쪽 벽에 장대한 오르간 좌대(座臺)가 있다. 대오르간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이다. 이 좌대에도 거장 필그림이 평소 사용하던 자(尺)와 콤파스를 들고 있는 자화상이 조각되어 있다. 오르간 좌대는 예술적으로 보아 일종의 도전적인 작품이다. 원래는 필그림의 자화상을 조각하여 넣지 않는 것으로 설계했다. 그 대신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도록 조각하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동료 석공들은 좌대가 너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어서 거대한 오르간을 떠 받치기 힘들다는 주장을 하며 필그림에게 조소를 보냈다. 화가난 필그림은 주춧돌이 못한다면 내가 하겠다고 대꾸하고 자기 얼굴 모습을 조각해 넣었다. 과연 필그림의 얼굴이 조각된 좌대는 전체 오르간을 어깨에 메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고 있는 모습의 안톤 필그림. 손에는 콤파스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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