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창덕궁과 비원

6백년 고참 돈화문(敦化門)

정준극 2009. 3. 23. 11:38

6백년 고참 돈화문(敦化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매 월요일은 정기휴일이다. 인적이 없다.

 

돈화문은 창덕궁의 정문이다. 서울에 있는 궁궐의 대문 중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남아 있는 궁궐의 대문 중에서 가장 고참이다. 1412년에 건립된 것이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 경복궁의 광화문은 그보다 앞서 1395년경에 완공되었지만 임진왜란 때에 불에 타서 사라진지가 오래여서 고참서열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돈화문의 나이는 어언 6백살이다. 그런데 창덕궁 경내의 서쪽 궐내각사가 있는 곳에 수령이 750년이나 되는 향나무가 서 있다. 돈화문에서 가까운 곳, 후원에서 내려오는 길가에 있다. 그러고 보면 이 향나무는 창덕궁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돈화문을 들어서면 서쪽으로 세 그루의 고목을 볼수 있다. 홰나무로서 3정승을 뜻한다고 한다. 3정승이 임금에게 마르고 닳도록 충성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대개 다른 궁궐에도 대문을 지나면 세그루의 나무를 심어 놓은 것을 볼수 있다. 세상에! 나무를 세 그루 심어 놓은 것도 의미가 있다니 신통할 뿐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아무리 보아도 네그루로 보였다.

 

 돈화문을 지나면 바로 보이는 세그루의 고목

 

돈화문은 문이 세 개이지만 다섯칸으로 나뉘어져 있다. 원래 중국에서는 천자가 사는 궁궐만이 대문에 다섯 개의 문을 둔다고 한다. 그래서 돈화문의 경우, 어쩔수 없이 세 개의 문만 만들었지만 기분도 그렇지 않고 하여서 칸은 다섯 개를 만들었다.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양쪽의 두 칸은 막아 놓았다. 막아놓은 칸의 안쪽을 보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대체로 어떤 궁궐이던지 대문은 정전(또는 법전)이 있는 곳으로부터 직선으로 세워놓기 마련이다. 경복궁의 예를 보면, 근정전에서 곧장 아래쪽으로 광화문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창덕궁은 예외이다. 창덕궁의 대문은 전체 궁궐의 구도로 볼때 무척 서쪽 구석으로 치우쳐 있다. 왜냐하면 만일 인정전과 직선으로 돈화문을 세우면 앞에 있는 거룩한 종묘(宗廟)의 바로 뒤편에 창덕궁의 정문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묘의 기득권을 인정하여 양보의 미덕으로 무조건 서쪽으로 위치를 변경했다.


창덕궁 안에서 본 돈화문. 문이 세개이며 양 옆으는 문 대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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