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창덕궁과 비원

잡상의 역할

정준극 2009. 3. 23. 11:40

잡상(雜祥)의 역할


육로와 수로를 통해 잡귀와 요괴가 궁궐에 침범하여 상스러운 궁궐이 부정타게 되는 것은 금천의 서수가 지켜주지만 공중으로부터 침투하는 잡귀와 요괴는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방법이 있다. 기와지붕 추녀마루에 잡상(雜祥)을 설치해 놓는 것이다. 잡상이라는 뜻은 여러가지 상서로운 형태라는 뜻이다. 잡상에 대하여는 본 블로그의 국립고궁박물관 편에서 설명했으므로 중복을 피하는 의미에서 생략코자 하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강조하면 대강 다음의 내용이다. 규정에 따라 잡상설치는 궁궐과 일부 사찰(절)에만 해당되었고 잡상의 수는 궁궐 전각의 규모에 따라 다르도록 했다. 최고로 많은 경우는 11개까지 설치할수 있다. 잡상을 앉힐 때에는 홀수로 하였다. 경복궁 경회루의 추녀마루에 11개의 잡상이 놓여 있는 것이 최다이다. 창덕궁 인정전에는 9개의 잡상이 놓여 있고 숭례문에도 9개가 있었다. 돈화문에는 7개이며 덕수궁 중화전에는 특이하게도 10개가 있다. 경복궁 근정전에는 현재 7개이다. 근정전에는 최소한 7개의 잡상이 있어야 하는데 7개인 것은 임란후에 근정전을 재건할 때에 잘못 계산하여 설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잡상의 수가 몇 개가 되던지 선두는 삼장법사(三藏法師 또는 大唐師父)이며 다음이 손오공(孫悟空 또는 孫行者)이고 그 다음이 저팔계(豬八戒)이다. 그 다음에는 천산갑, 이구용(二口龍 또는 李鬼朴), 마화상(馬和尙), 사오정(또는 獅和尙), 삼살보살(三殺菩薩), 나토두(羅土頭) 등을 알아서 배열하면 된다. 10개 이상의 잡상을 놓을 때에는 앞에 놓았던 잡상을 중복해서 놓는다. 하지만 잡상의 이름을 삼장법사니 저팔계니 라고 붙인 것은 나중에 잡상의 모습이 서유기의 인물들이 서역으로 갈 때 한줄로 서서 가는 모습과 같아서 그렇게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돈화문 지붕처마의 잡상들. 7개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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