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창덕궁과 비원

금천(禁川)과 금천(錦川)

정준극 2009. 3. 23. 11:40

금천(禁川)과 금천(錦川)


궁궐의 대문을 거치면 정전에 이르기 전에 개울에 걸쳐 있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 개울을 금천(禁川)이라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진짜 금지된 구역이니 마음대로 행동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한 주상전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중요한 마당이므로 먼저 개천의 물로서 마음을 깨끗이 정화해야 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한편, 개천을 조성해 놓은 또 다른 이유는 만일 궁궐에 불이나면 소방작업을 위해서였다. 그래서 금천에는 물이 찰랑찰랑 흐르도록 해놓았지만 요즘엔 소화전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인지 금천에 흐르는 물이 없다. 창덕궁의 금천은 공교롭게도 발음이 같은 금천(錦川)이라는 명칭이다. 흐르는 물이 비단같이 매끄럽고 아름답다는 의미일 것이다. 금천에 걸쳐 있는 다리가 금천교(錦川橋)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석교이다. 태종이 창덕궁을 세울 때 만들어 놓은 석교가 아직까지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다.

 

금천교의 난간 귀퉁이에는 서수(瑞獸)라고 불리는 동물들을 조각해 놓았다. 금천교를 건너는 순간부터 상서로운 장소에 들어선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서수는 대체로 상상의 동물인 해태이다. 다리 아래쪽을 보면 북쪽에는 돌거북이 웅크리고 있고 남쪽 다리 밑에는 돌해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풍수지리설에 의한 배치이다. 현무(玄武)의 거북은 북쪽에서 오는 잡귀를 막아주며 주작(朱雀)의 해치는 남쪽에서 오는 잡귀를 막는 역할이다. 금천교는 두 개의 아치형으로 되어 있다. 대단히 아름다운 건축양식이다. 난간의 문양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디자인을 혼합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무어가 무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아치모양의 홍문(수문)과 현무로서의 거북이

 

금천교 남향의 해치 

 금천교 난간의 문양. 고려스타일과 초기조선시대 문양의 복합 

 금천교 난간의 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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