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창덕궁과 비원

캐딜락을 탔던 순종

정준극 2009. 3. 23. 11:47

캐딜락을 탔던 순종


순조 이후 희정당은 편전 겸 침전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마지막 황제인 순종은 아예 희정당에서 살았다. 희정당의 전면으로 튀어나온 누각은 수정당이라고 한다. 수정당의 현관은 일반 전통궁궐의 현관과는 다르다. 계단이 없다. 순종은 유행에 발맞추어 캐딜락을 타고 다녔다. 순종의 어차(御車)는 1918년도식 미국 GM사의 캐딜락으로 배기량이 무려 5,000cc였다. 현재 이 차는 전세계에 20대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순종의 부인인 순정(純貞)황후도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1914년도식 영국 다임러이다. 전세계에 3대밖에 남아 있지 않다. 수정당의 현관은 자동차에서 바로 편하게 내릴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그래서 다른 전각들처럼 계단이 없다. 그나저나 자동차 보험은 들었나?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순종어차(국립고궁박물관 자료)


선정전 앞의 넓은 마당 한쪽에 차고가 있다. 순종과 순종비의 자동차를 보관하던 건물이다. 어차고(御車庫)라고 불렀다. 지금은 유리창으로 막아 놓았다. 자동차는 경복궁의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차고 건물은 원래 빈청(賓廳)이었다. 정승이나 판서와 같은 고위 관리들이 왕을 만나기 전에, 또는 만나고 나서 잠시 머무르면서 정사를 논의하던 집이었다. 궁궐에 드나드는 관원중에서도 가장 고위층이 드나드는 집이었기에 가구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집뒤편에 화장실도 두었다고 한다. 옛 빈청은 규모가 상당히 컸지만 순종이 차고로 사용하면서 축소되었다.


어차고였던 건물. 그 전에는 규모가 큰 빈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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