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창덕궁과 비원

용마루가 없는 대조전

정준극 2009. 3. 23. 11:49

용마루가 없는 대조전


대조전은 다른 전각들과는 달리 용마루가 없다. 그런 건물을 무량각이라고 부른다. 앞에 있는 강녕전도 무량각이다. 왕은 평소에 강녕전에서 침식을 해결했지만 왕비의 처소인 대조전에도 의례상 자주 방문하여 지냈다. 왕은 용으로 비유된다. 왕이 주무시는 집의 지붕에 또 다른 용이 있으면 왕을 짓누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녕전이나 대조전에 용마루를 두지 않았다고 한다. 대조전이라는 말은 이곳에서 태어나는 왕자를 큰 인물로 만들라는 뜻이다. 대조전에는 여덟 개의 방이 있다. 그중 가운데 방에서만 왕이 왕비와 침수에 들었다. 그 방에는 아무런 가구도 없다. 이부자리만 있을 뿐이다. 가구가 흉기가 될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운데 방을 둘러싸고 일곱 개의 방이 있다. 상궁들의 대기실이다. 왕과 왕비가 잠자리에 들면 밤새도록 대기하며 지켰다. 왕과 왕비가 합방하는 경우는 아무 때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길일이라고 택일된 날에만 가능했다. 그러므로 왕은 평소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후궁들의 처소를 찾아갈수 있었다. 대조전에는 동온돌방과 서온돌방이 있다. 대체로 왕과 왕비가 지내는 방은 동온돌방이었다. 서쪽보다는 동쪽이 서기(瑞氣)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음양설에 의거해서 동온돌방은 양(陽)의 기운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경복궁의 교태전에도 동온돌, 서온돌이 있다.

 

 

용마루가 없는 대조전의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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