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창덕궁과 비원

매화를 맛보다

정준극 2009. 3. 23. 11:50

매화를 맛보다


대조전에 붙어서 흥복헌(興福軒)이라는 전각이 있다. 1910년 순종이 마지막 어전회의를 열어 경술국치를 결정한 방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일제에 의해 거의 40년동안 강점당했다. 경술국치를 결정할 때에 어떤 상궁이 치마폭에 옥쇄를 감추었다고 한다. 옥쇄만 찍지 않으면 한일합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어서라고 한다. 순종은 흥복헌에서 세상을 떠났다. 대조전 뒤편에 있는 경훈각(景薰閣)은 왕과 왕비의 휴식처였다. 대조전은 왕비의 처소이니만치 가까운 곳에 수라간을 두었다. 대조전에 붙어 있는 행랑채의 끝방을 보면 가운데에 네모나게 움푹 파진 곳이 있다. 화로를 두던 자리이다. 왕과 왕비에게 드리는 음식을 다시 덥히기 위해 방안에 화로를 두어 사용했던 자리이다. 그 옆의 건물에는 신식 부엌 시설이 있던 방이 있다. 하얀 타일로 꾸민 신식 부엌이다. 대조전 전용의 우물도 있다. 용정(龍井) 또는 어정(御井)이라고 불렀던 우물이다. 대조전의 아궁이는 순전히 난방용이다. 아궁이 부근의 그을음을 방지하기 위해 참나무 숯만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불 넣는 입구를 깊숙이 자리 잡도록 했다. 이 숯을 백탄(白炭)이라고 불렀고 깊숙한 아궁이를 삽실(揷室)이라고 불렀다. 아궁이들이 설치되어 있는 옆에 자물쇠로 닿아 놓은 조그만 방이 있다. 임금의 용변을 받아내는 출입구이다. 임금의 용변은 어의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이상유무를 검사했다. 심지어는 맛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임상검사이다. 임금의 대변은 매후라고 한다. 매화(梅花)라고 쓰고 읽기는 매후라고 읽는다. 궁중에서 왕이 쓰는 나무로 만든 용변기는 매화틀이라고 한다.

 

 임금의 용변을 받아내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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