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경복궁의 애환

어도

정준극 2009. 3. 23. 12:11

[어도]

 

영제교를 지나 근정문을 거쳐 들어가면 근정정의 조정(朝廷)이다. 이 경우에 조정이라는 말은 임금이 정사를 보는 건물의 앞마당을 말한다. ‘조정에 출사한다’라는 말은 예를 들어 경복궁의 경우, 근정전의 앞마당에 설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고 해석할수 있다. 조정에 깔려 있는 화감암은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거칠게 다듬어 놓았다고 한다. 이른바 박석이다. 아, 그것도 아이디어! 조정의 한 가운데 길은 양쪽보다 조금 위로 올라와 있다. 어도(御道)라고 부르는 길이다. 임금만 걸어갈수 있다는 길이다. 조정의 어도를 중심으로 양 편에 품계석이 줄지어 서 있다. 정일품, 종일품 등을 적어 넣은 비석들이다. 신하들이 조정의 품계석 앞에 줄지어 앉아 있는 경우가 있다. 연좌데모? 맨돌 위에 앉아 있으려면 엉덩이가 배겨서 고생일 것이다. 그래서 각자 방석을 준비해 와서 깔고 앉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신하들의 세계에는 엄연한 품계가 있으므로 깔고 앉는 방석도 품계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어른들의 주장이 있었다. 그래서 높은 사람 순서대로 표범가죽 방석, 호랑이가죽 방석, 양가죽 방석, 개가죽 방석으로 차별을 두었다. 개가죽 방석에 앉은 사람은 은근히 자기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도 보신탕 생각을 하며 위안을 삼았을지도 모른다. 멍멍!

  

 

 근정전 앞의 어도(가운데 길). 가운데 길은 가운데가 불룩 높다. 배수때문이란다. 경복궁의 전체 배수시설은 너무 잘되어 있어서 아무리 폭우가 내려도 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는다고 한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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