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므]
또 하나, 우리 조상님들의 비상한 두뇌지수를 알수 있는 물건이 있다. 드므라는 물건이다. 미안하지만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다. 우리말에 드므라는 단어도 있었나? 혹시 프랑스말 아닌가? 아무튼 드므는 커다란 솥과 같이 생긴 것이다. 드므는 근정전의 월대 아래 네 모퉁이에 모셔 놓았다. 용도는? 평상시에는 드므 안에 물을 가득 채워 둔다. 근정전에 불이라도 나면 바가지로 물을 퍼서 뿌리기 위해서?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하늘의 화마(火魔)가 경복궁에 볼일이 있을 것 같이서 내려 왔다가 드므가 있기에 무언지 궁금해서 들여다 보다가 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와, 세상에 이렇게 못생기고 무섭게 생긴 얼굴도 있네! 내 얼굴이 제일 무서운줄 알았더니 여기 있는 얼굴은 더 무섭네! 도대체 누구 얼굴이야?'라며 놀라서 도망가라고 만들어 놓은 그릇이다. 아니? 화마가 얼마나 못생겼기에 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달아나기까지 한단 말인가? 어쨌든 그것도 우리 조상님들의 숨은 아이디어였으니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나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는 미신타파도 없었나?
드므. 쓰레기들을 하두 버려서 유리로 뚜껑을 만들어 덮어놓았다. 귀신이 두번 놀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