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리] - 차일고리
만조백관들이 조정에 나와서 서있던지 또는 앉아 있던지 하는 중에 비라도 오면 어떻게 하나? 그리고 한여름에는 햇볕이 여간 따가운 것이 아닌데 노인네들이 일사병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나?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어떤 똘똘한 젊은 하급 공무원이 ‘아, 그거야 텐트를 치면 되지요!’라고 제안했다. 나이 많은 영의정은 ‘그거 기막힌 아이디어야! 우린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라면서 내시들에게 비가 오거나 햇볕이 강하면 천막을 치도록 부탁을 했다. 근정전 앞마당의 이곳저곳 박석에 동그란 쇠고리를 박아 놓은 것이 있다. 천막을 붙들어 매는 고리이다. 아무튼 자세히 보면 우리 조상님들은 아주 꾀가 비상했던 것 같다. 특히 공무원들이! 천막 칠 때에 끈을 붙들어 맬 고리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으니까 말이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값은 해야한다는 것도 알았던 것 같다. 차일을 치면 혜택을 받는 사람은 종3품 이상에 한정했다. 그러므로 종3품 이하의 신하들은 히급 공무원의 아이디어에 대하여 관심도 없었다.
차일을 칠때 쓰는 쇠고리. 정2품이 있는 곳까지 차일을 쳤다.
근정전 기둥에 박혀 있는 차일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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