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경복궁의 애환

부시와 오지창

정준극 2009. 3. 23. 12:21

[부시와 오지창]

 

건물의 처마 밑 바깥쪽에 그물을 쳐 놓은 것이 있다. 이것을 부시라고 부른다. 저 멀리 미국에서 대통령을 지낸 분들의 이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짐작컨대 우리 선조들은 21세기에 미국대통령으로 부시 부자가 당선될 줄을 미리 알고 부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고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처 놓은 그믈을 부시라고 부른다. 부시를 설치하기 어려운 처마 밑의 구석진 곳에는 오지창(五枝槍)을 꽃아 두었다. 새들이 오지창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잘못 앉았다가 찔리면 곤란하므로 그러지 말라고 배려한 것이다. 아무튼 궁궐의 처마 밑이나 담장에 오지창이 꽂혀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창덕궁에는 돈화문의 꼭대기에도 오지창들이 수없이 꽃혀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비둘기 정도는 오지창이 두려워서 감히 근접하지 못하는데 까치는 오지창 알기를 우습게 알고 유유히 날아와서 앉는다. 새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은 배설물 때문이다. 지독한 산성이어서 착한 목재에 나쁜 영향을 줄것 같아서이다.

  

자세히 보면 처마에 부시를 설치해 놓은 것을 볼수 있다.  

오지창 찾아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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