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경복궁의 애환

십장생 굴뚝

정준극 2009. 3. 23. 12:32

[십장생 굴뚝]

 

헌종의 어머니인 신정왕후 조씨는 고종의 즉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은 조대비의 거처를 경복궁 안에서 가장 화려하고 세심하게 만든 자경전(慈慶殿)에 마련하여 은혜에 보답하였다. 자경전은 그동안 두차례의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888년 재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경전은 경복궁의 침전 전각 중에서 가장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옛 건물이다. 자경전에는 온돌 방이 많았다. 각 방들과 연결된 10개의 굴뚝을 한데 모아 북쪽 담장에 하나의 집단 굴뚝을 만들었다. 굴뚝 벽면의 중앙에는 십장생들을 그려넣었으며 위 아래로는 학과 불가사리, 벽사상 등을 배치하여 악귀를 막고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이 조형물은 굴뚝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미술적 운치가 뛰어나 조선시대 궁궐 굴뚝에 대한 경연대회가 있다면 아마 가장 훌륭한 굴뚝으로 상을 받았을 것이다. 십장생이 무엇무엇인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나중에 아이들이 '엄마 또는 아빠! 십장생이 뭐예요?'라고 물어 보았을 때 대답해줄수 있기 위해서이다. 십장생은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다. 사슴이 그렇게 오래 사는줄은 몰랐다.

  

십장생 굴뚝 벽. 굴뚝위에 지붕을 얹은 것을 연가(煙家)라고 한다. 자경전의 굴뚝은 열개나 된다. 그만큼 구둘이 많다는 증거이다. 병풍과 같은 십장생벽의 아레쪽에 있는 두개의 조각은 불가사리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불가사리는 기본적으로 불을 먹고 산다. 그러므로 불이 나는 것을 방지해주며 만일 불이 나더라고 불가사리가 즉각 불을 먹어 진화한다는 뜻이 있다. 불가사리는 상상속의 동물이므로 정확한 모습이 아니다.  

십장생 중에 대나무는 포함되지 않지만 그냥 넣었다. 학과 학 사이에 있는 풀은 진시황이 찾으려 했던 유명한 불노초이다.  

십장생 굴뚝 옆면을 보면 이상한 조각이 있다. 위의 것은 박쥐이다. 박쥐는 한문으로 편복이라고 쓰는데 편복의 복자가 복(福)자와 음이 같아서 박쥐가 대접을 받았다. 그 아래의 긴 무늬는 인동초(忍冬草)를 그린 것이다. 구중궁궐의 생활을 참고 지내자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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