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덕수궁의 비운

고종의 양위식이 거행된 중화전

정준극 2009. 3. 26. 14:19

고종의 양위식이 거행된 중화전   

 

 중화전의 내부. 닫집과 천정의 쌍용 조각이 화려하다.

 

다른 궁궐들의 정전의 명칭은 모두 정(政)자 돌림인데 덕수궁만은 예외이다. 경복궁은 근정전, 창덕궁은 인정전, 창경궁은 명정전, 경희궁은 숭정전인데 덕수궁은 중화전(中和殿)이다. 지붕위의 처마에 잡상을 10개 얹어 놓은 것도 특이하다. 원래 잡상은 홀수로 얹어 놓는 법인데 중화전의 잡상은 짝수이다. 중화전은 1904년 대화재 때 소실되었다. 1906년에 재건하면서 규모를 2층에서 단층으로 축소했다. 당시의 어지러운 시국과 궁핍한 재정 때문이었다. 중화전을 둘러싸고 조정을 형성했던 행각들은 고종 승하후 대부분 헐리고 현재는 동남쪽 모퉁이 부분만 남아 있어서 옛 모습을 추측케 하고 있다.

 

 

중화전

 

중화전에 오르는 답도(踏道)에는 다른 궁궐과는 달리 두 마리아의 용이 조각되어 있다. 다른 궁궐에는 봉황 두 마리가 조각되어 있다. 대한제국이 출범한 이후에 다시 축조된 건물이므로 황제를 상징하는 용을 장식해 놓았다. 중화전에서는 고종의 양위식이 일제에 의해 거행되었다. 1907년 7월 19일이었다. 고종은 세자(순종)가 잠시 대리청정을 하는 선까지 양보했으나 일제는 고종에게 이번 기회에 아예 왕관을 벗으라고 강요하였다. 일제가 준비한 양위식이 중화전에서 거행되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인 고종과 순종은 ‘우리 죽어도 나가지 말자’고 결정하고 참석을 거부했다. 그래도 일제는 양위를 공식으로 선포하였다.

 

중화전 앞의 답도. 가운데 돌판에 쌍용이 새겨져 이다.  

중화문을 통해 본 중화전

고종의 양위식이 거행되었던 중화전. 덕수궁의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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