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덕수궁의 비운

덕수궁의 오아시스 정관헌

정준극 2009. 3. 26. 14:30

덕수궁의 오아시스 정관헌

  

정관헌의 모습 

 

함녕전 뒤편에 1900년경 러시아 건축가 사바틴(A. Sabatin)이 지은 정관헌(靜觀軒)이 있다. 정관헌은 글자그대로 ‘조용히 (궁궐을) 내려다보는’ 정자이다. 전통 한식과 양식이 절충된 건물이다. 기단 위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인조석 기둥을 둘러서 내부 공간을 만들었다. 바깥에는 동, 남, 서 방향으로 기둥을 세운 베란다가 둘러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서양식 건물의 기둥이라면 석재를 사용할 터인데 여기서는 목재 기둥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둥 위쪽에는 청룡과 황룡, 박쥐, 꽃병 등 한국 전통 문양을 새겨 넣었다. 난간 아래쪽에 둘러친 장식철책은 사슴을 바탕무늬로 한 것으로 대단히 정교하다. 고종황제는 정관헌에서 외교 사절들과 만나 커피를 마시며 연회를 즐겼다고 한다.

  

 

정관헌의 난간 철책


고종황제는 1896년 아관파천 할 때에 러시아공사관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맛보았다고 한다. 고종황제는 경운궁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커피를 구해서 계속 즐겼다. 고종황제가 커피를 대단히 좋아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커피를 통한 독살극이 벌어졌다. 물론 미수로 그쳤지만 대단한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때는 1898년 어느 가을날 오후, 장소는 정관헌이었다. 김흥륙이란 자가 하수인을 시켜 고종황제와 황태자(순종)가 즐겨 마시는 커피에  감히 독을 넣었다. 김흥륙은 누구인가? 하급관리인 역관이었다. 러시아말을 잘했다. 고종의 아관파천때 통역을 맡아 고종의 신임을 듬뿍 받았다. 김흥륙은 고종의 신임을 빙자하여 인사청탁 및 뇌물수수등 국정농단의 행실을 자행했다. 김흥륙은 이것이 발각되어 유배형을 가게 되었다. 김흥륙은 이에 앙심을 품고 유배를 떠나기 전에 경운궁의 내시 한사람을 포섭하여 이같이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 다행히 고종황제는 입에 담았던 독커피를 금방 뱉어 아무일 없었지만 황태자는 독커피를 토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독으로 많은 고생을 했다.

 

정관헌 기둥들에는 아래쪽에 하얀 오얏꽃이 조각되어 있다. 정관헌 기둥의 아름다운 조각.   

정관헌의 내부

정관헌의 뒤편은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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