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덕수궁의 비운

광명문 안의 세 보물

정준극 2009. 3. 26. 14:39

광명문 안의 세 보물

 

광명문과 그 안에 전시해 놓은 보물 3점. 자격루는 국보이다. 자격루의 전체 모습을 보려면 경복궁 구내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 지하2층에 가면 된다. 실물 크기로 복원하여 놓았다.

 

석조전에서 바라보는 남쪽 끝에 광명문이라는 확 트인 건물이 있다. 광명문은 임금의 침소인 함녕전 앞에 자리 잡고 있던 출입문으로 중화전에서 보면 동북쪽에 있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을 겪은후 현재는 덕수궁 경내의 남쪽 한 구석에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원래 문의 용도는 사라졌지만 문 안에 세가지 보물을 전시해 놓았다. 국보인 자격루, 보물인 흥천사 종, 그리고 유물인 신기전기화차이다. 자격루는 원래 창덕궁 보루각(報漏閣)에 있던 것을 덕수궁으로 옮긴 것이다. 자격루는 세종 때에 장영실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자동시보장치를 물시계에 연결하여 자동으로 움직이고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로 만든 것이다. 지금 덕수궁에 전시되어 있는 것은 중종 때에 만든 것으로 세종 때의 자격루를 개량하여 만든 것이다. 현재는 복잡하고 정밀한 시보장치는 없어지고 3개의 물그릇과 물받이통만 남아 있다. 전체 자격루의 모습을 보려면 경복궁 안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된다. 그래도 덕수궁 광명문 안에 있는 자격루는 국보229호이다.


두 번째는 흥천사(興天寺) 종이다. 흥천사는 태조 이성계가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명복을 빌고 신덕왕후의 묘소인 정릉(貞陵)을 수호하기 위해 세운 능찰이다. 태조-정종을 이어서 왕위에 오른 태종은 신덕왕후의 능인 정릉을 지금의 정동에서부터 성북구 정릉동으로 옮겼다. 흥천사는 왕실의 원찰(願刹)로서 남았으나 중중 때에 더 이상 사용치 않게 되었다. 흥천사 종은 세조 때에 만들어서 걸어 놓았던 것이다. 영조 때는 흥천사 범종을 경복궁의 광화문으로 옮겼다가 창경궁을 거쳐 현재의 위치에 보관하게 되었다.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범종이다.


신기전기화차(神機箭機火車)는 고려 말에 최무선(崔茂宣)이 만든 주화(走火)라는 무기를 세종 때에 개량한 것으로 대나무 화살의 앞부분에 쇠촉을 달고 그 뒤쪽에 원통형의 종이 화약통을 붙여 불을 붙이면 발사되는 병기이다. 멀리는 150m까지 쏜살같이 날아갔으며 한 화차에 수십개의 화살을 꽂아 발사할수 있게 되어 있다. 1448년에 만든 것이므로 제작 당시의 설계도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병기이다.

 

 자격루

흥천사 종 

신기전 기화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