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창경궁의 영욕

한중록의 산실 자경전 터

정준극 2009. 3. 31. 13:36

한중록의 산실 자경전 터


통명전 뒤편 높은 언덕위에 자경전(慈景殿)이 있었다. 창경궁의 전각들이 손바닥 보듯 내려다보이는 지대이다. 잘만하면 저 멀리 남산까지도 보이는 곳이다. 지금은 나무들이 우거진 숲으로 자경전이 있었다는 안내판만 서 있다. 자경전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1777년 지은 전각이다. 아래쪽에 있는 통명전이나 경춘전에 기거해도 상관없지만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더 높은 지대에 거처하여 저 멀리 아버지 사도세자의 사당을 바라볼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도세자의 사당인 경모궁(景慕宮)은 어디 있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추측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쪽에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조는 경모궁에 갈 때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을 거치지 않고 위쪽에 있는 월근문을 사용하여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자경전이 있었을 때에는 전각 뒤편에 아름다운 화계(花階)를 조성하여 혜경궁 홍씨가 마음이 울적할 때에 거닐면서 위안을 받도록 했다고 한다. 혜경궁 홍씨는 이곳에서 저 유명한 한중록(恨中錄)을 썼다. 자경전은 19세기 후반에 철거되었다. 일제는 그 자리에 근대적 왕실 도서관인 장서각(藏書閣)을 세웠다. 일제는 무슨 생각을 했던지 1922년 장서각을 철거하고 나무를 심어 동산으로 만들었다.

 

 자경전이 있던 곳. 지금은 소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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