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코믹 오페라

러시아의 코믹 오페라

정준극 2009. 3. 31. 14:27

[러시아의 코믹 오페라]

 

대체로 무뚝뚝하고 음흉스럽기까지 한 러시아 사람들이라고 해서 코믹 오페라를 좋아하면 안된다는 법은 없다. 1731년, 러시아에 처음으로 이탈리아의 조반니 알베르토 리스토리(Giovanni Alberto Ristori)가 쓴 Calandro(칼란드로)라는 오페라 코믹이 공연되었다. 신통하게도 러시아에서 외국의 오페라다운 오페라가 처음 공연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칼란드로가 공연될 당시에는 코믹 오페라, 또는 오페라 부파라는 용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탈리아어 표현대로 Commedia per musica(음악을 위한 코미디)라고 불렀다. 아무튼 칼란드로라는 코믹 오페라를 본 러시아 사람들은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았다. 무대에서 성악가들이 코믹하게 연기하는 모습들이 가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러시아는 치마로사(Cimarosa), 갈루피(Galuppi)와 같은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코믹 오페라를 계속 수입하였다. 이탈리아 이외의 작품으로서는 벨기에/프랑스 작곡가인 그레트리(Gretry)의 작품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탈리아제 칼란드로의 공연으로부터 약 40년후, 러시아 최초의 러시아 국산 코믹 오페라가 등장했다. Anyuta(아뉴타: 1772)였다. 대본은 미하일 포포브(Mikhail Popov)가 썼음이 확인되었지만 음악은 누가 작곡했는지 모른다. 전체적인 스토리에 어울리는 민속노래 여러편이 등장한 원시 오페레타였다. 뒤를 이어 나온 코믹 오페라는 Melnik-koldun, obmanschchik i svat(악마였던 물레방앗간 주인: 속임과 중매)라는 긴 이름의 작품이었다. 알렉산더 아블레시모프(Alexander Ablesimov)가 대본을 썼다. 그러나 작곡자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1779년 모스크바에서 공연되었다. 스토리는 장 자크 루소의 Devil(악마)과 흡사한 것이었다. 이 오페라가 인기를 끌자 그로부터 코믹 오페라의 대본을 쓰는 작가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미하일 소콜로브스키(Mikhail Sokolovsky)는 대표적이다.

 

코믹 오페라인 Anyuta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분실되어 음악을 알수 없다.

안톤 체호프 원작의 아뉴타는 최근 발레, 드라마로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19세기에 이르러 러시아의 코믹 오페라는 더 한층 발전하였다. 알렉세이 베르스토브스키(Alexey Verstovsky)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30여 편에 이르는 오페라-보데빌과 6편의 그랜드 오페라를 남긴 인물이다. 그후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가 두편의 미완성 코믹 오페라를 남겼다. Sorochintsy Fair(소로친치 박람회)와 Zhenit'ba(결혼)였다. 실상 이 두 작품은 무소르그스키가 완성하지 못하고 훗날 다른 사람에 의해 완성되었다. 아무튼 두 편의 코믹 오페라는 과거의 이탈리아 스타일에서 벗어나 러시아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것이어서 호감을 샀다. 차이코브스키는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소설에서 소재를 가져와 Cherevichiki(체레비치키: 왕비의 부츠)라는 코믹 오페라를 만들었으며(1885) 림스키-코르사코프는 May Night(5월의 밤: 1878)와 The Golden Cockerel(황금 닭: 1906)이라는 코믹 오페라를 발표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황금 닭'의 한 장면


20세기에 들어서서  러시아 최고의 코믹 오페라는 스트라빈스키의 Mavra(마브라: 1922)와 The Rake's Progress(난봉꾼의 인생행로: 1961)이었다. 이와 함께 프로코피에브의 Betrothal in a Monastery(수도원에서의 결혼: 1941), The Love for Three Oranges(세개의 오렌지 사랑: 1919), 쇼스타코비치의 The Nose(코: 1928)도 20세기 러시아 코믹 오페라의 대표작품들이다. 이후 러시아에서는 라이트 뮤직, 오페레타, 뮤지컬 코미디, 그후 록 오페라라는 다양한 장르의 코믹 오페라가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하였다. 1958년 무대에 올려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의 3막 오페레타 Moscow-Cheryomushkis는 대표적이다.

 

프로코피에프의 '수도원에서의 결혼'의 한 장면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러시아의 코믹 오페라는 두 작품의 소란한 초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굳이 구분하자면 Opera Farce(익살 및 풍자 오페라)이었다. 하나는 5명의 작가가 공동으로 집필한 Tsar Demyan(짜르 데미안)이었다. 민속연극인 Tsar Maksimilyan(짜르 막시밀리안)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2001년 6월 생 페테르부르크의 마리인스키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내용은 속된 말로 야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성공이었다. 또 한편은 레오니드 데시아트니코프(Leonid Desyatnikov)가 음악을 맡고 블라디미르 소로킨(Vladimir Sorokin)이 대본을 맡은 Rosenthal's Children(로젠탈의 아이들)이었다. 2005년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역시 끈적끈적한 스캔들을 내용으로 삼은 것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로 미루어 보아 러시아의 코믹 오페라는 점차 야한 내용으로 나아가고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