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코믹 오페라

미국의 오페레타-뮤지컬

정준극 2009. 3. 31. 14:33

[미국의 오페레타-뮤지컬]

 

뉴욕 브로드웨이의 뉴 암스테르담 극장. 뮤지컬 라이온 킹이 공연중이다.  

 

미국에서 길버트-설리반 스타일의 오페레타를 처음 내놓은 사람은 빅터 허버트(Victor Herbert: 1859-1924)였다. 1894년에 발표한 코믹 오페라 스타일의 Prince Ananias(아니니아스 공주)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이후 그의 작품은 Musical Comedy(음악 코미디), Musical Play(음악 연극), Musical Farce(음악 익살극), 또는 Opera Comique(오페라 코미크)라고 불렀다. 허버트는 여러 작품을 내놓았지만 그중에서 Babes in Toyland(장난감 나라의 아가들: 1903), Naughty Marietta(버릇없는 마리에타: 1910)이 유명하다. 미국 극장음악의 초기에 보데빌이 유행했던 것도 빼 놓을수 없는 사항이다. 보데빌은 가족들이 편하게 식사를 하며 즐길수 있는 버라이어티 쇼를 말한다.

 

 보데빌의 전형적인 무대장면


비슷한 스타일의 코믹 오페라를 선보인 작곡가들로서는 레지날드 드 코븐(Reginald de Koven: 1859-1920), 행진곡의 왕인 존 필립 수자(John Philip Sousa: 1854-1932), 뮤지컬의 귀재 시그문드 롬버그(Sigmund Romberg) 등이 있다. 오늘날 미국은 오페레타나 오페라 코믹보다는 미국식  뮤지컬에 열광하고 있다. 미국식 뮤지컬은 영국의 오페레타 요소와 미국의 라이트 오페라(오페라 코미크)의 요소를 반영한 것이다. 예를 들면 Porgy and Bess(포기와 베쓰), 쇼보트(Show Boat) 등이다. 미국식 뮤지컬은 지나치게 웃기기만 하는 내용을 지양하고 심각한 주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번슈타인의 West Side Story(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미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미국식 뮤지컬은 흥미위주의 재미난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주제도 다루고 있으며 내용도 황당무계한 것이 아니라 원작 소설에 기분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서정적이다.

 

나탈리 우드가 주연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참고로 1950년대부터 2000대에 이르기까지 뉴욕 브로드웨이를 강타했던 뮤지컬의 면모는 대략 다음과 같다. Cats(1982-), A Chorus Line(1975-90), Les Miserables(1987-), The Phantom of the Opera(1988-), 42nd Street(1980-90), Grease(1972-80), Fiddler on the Roof(1964-72),

Miss Saigon(1991-), Hello Dolly!(1964-71), My Fair Lady(1956-62).

 

미국 뮤지컬의 최초 작품이라고 간주되는 '블랙 크룩'의 피날레 장면

 

영국 사람들도 뮤지컬을 끔찍히 좋아한다. 하기야 이들은 뉴욕 뮤지컬의 원조가 런던 사보이 오페라라고 주장한다. 아무튼 195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런던의 극장을 장악하고 있는 뮤지컬은 다음과 같다. 뉴욕과 비슷하다. Cats(1981-), Starlight Express (1984-), Les Miserbales(1985-), The Phantom of Opera(1986-), Oliver!(1960-69), Miss Saigon1989-), Jesus Christ, Superstar(1972-80), Evita(1978-86), The Sound of Music(1961-67), Salad Days(1954-60).

 

 캣츠의 포스터


라이트 오페라와 미국식 뮤지컬의 구분을 두부 자르듯 명확히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저 형편에 따라서 적당히 부르면 된다. 예를 들어 번슈타인의 Candide(캔다이드)와 손드하임의 Sweeny Todd(스위니 토드)는 오페레타라고 부를 수도 있으며 뮤지컬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굳이 구별을 한다면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하면 오페레타이며 일반 극장에서 공연하면 뮤지컬이 된다. 이 얼마나 쉬운 구분인가? 그러나 꼭 그렇게만 구분할수는 없으므로 조금 더 살펴보자. 혹시 누가 ‘저, 죄송합니다만 오페레타와 뮤지컬이 어떻게 다른지 아시는지요?’라고 묻는다면 ‘현대 뮤지컬의 선배가 오페레타올시다’라고 대답하면 된다. 그러면서 필요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이면 된다. 오페레타는 연기가 붙어있는 라이트 오페라이며 뮤지컬은 음악이 붙어있는 연극이다. 오페레타에는 오페라를 전문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출연한다. 왜냐하면 오페라와 오페레타는 구별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뮤지컬에는 노래를 잘하는 배우가 출연한다. 물론 이런 실제로 구분도 필요 없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라도 구분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정규음대를 나오고 외국에서 성악을 더 공부한 사람들이 그렇게 구분하고 있다. 

 

 캔다이드의 한 장면


길버트-설리반의 작품은 오페라인가 뮤지컬인가? 미카도, 펜잔스의 해적, 곤돌라 사공들, 피나포어 등은 오페라인가 뮤지컬인가? 오페라 출연진이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면 오페라(또는 오페레타)에 속한다. 뮤지컬 출연진이 뮤지컬극장에서 공연하면 뮤지컬이다.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 실제로 설리반은 노래 잘하는 배우들을 그의 작품에 출연토록 했다. 성악가들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예를 들어, 돈 조반니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베이스 에치오 핀자(Ezio Pinza)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남태평양(South Pacific)에 출연했다. 그래도 브로드웨이에서의 공연이므로 뮤지컬이었다.

 

메리 마틴과 베이스 에치오 핀자가 주역을 맡은 '남태평양'

 

최근에는 미국이나 영국의 뮤지컬이 오페라식 구조를 따르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대사의 경우에도 오페라처럼 반주를 붙여 레시타티브 스타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한편 최근에는 뮤지컬 공연에 신테사이저와 같은 전자악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를 보통 락 오페라(Rock Opera)라고 부른다. Jesus Christ Superstar(예수 그리스도 수퍼스타)는 대표적이다.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