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코믹 오페라

오페라 부파(Opera buffa)

정준극 2012. 12. 15. 18:57

오페라 부파(Opera buffa)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의 무대. 사라소타 오페라.

 

'오페라 부파'(Opera buffa)는 '코믹 오페라'를 의미하는 이탈리아 용어이다. '오페라 부파'라는 용어는 주로 18세기 이탈리아의 코믹 오페라에 사용되었다. '오페라 부파'는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와 대조를 이루는 용어이다. 오페라 세리아의 스토리는 대체로 비극이다. '오페라 세리아'는 심각한 내용이어야 하지만 오페라 부파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음악 코미디이다. 그렇다고 오페라 세리아가 반드시 심각한 비극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없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오페라 세리아를 순수오페라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오페라 부파'는 '오페라 세리아'와 마찬가지로 모든 대사가 노래로 표현된다. 그런고로 대화체의 대사는 없다. 이점은 다른 나라에서 코믹 오페라라고 부르는 것과 차이가 있다. 오페라 부파의 스토리는 레시타티브로 설명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자기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리아가 있다. 아리아들은 출연진들의 성악적 재능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오페라 부파'는 18세기에는 다른 명칭으로 불렸다. 예를 들면 commedia in musica, dramma giocosa, operetta, burlesca 등이다. 오페라 부파는 내용이 코믹하다고 짧게 끝나는 공연이 아니다. 하나의 완전한 오페라로서 하루 저녁을 보낼수 있는 충분한 공연이다. 그래서 인터메쪼(intermezzo) 또는 파르사(farsa)와 다르다. 인터메쪼 또는 파르사는 비교적 짧은 길이의 뮤지컬 코미디로서 비극적 오페라(예를 들면 오페라 세리아)의 막과 막 사이에 공연되는 것이므로 하나의 완전한 공연물인 오페라 부파와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페라 부파와 인터메쪼 또는 파르사가 언제나 선을 긋듯 명백하게 구분할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18세기에 들어와서 막간극에 불과하던 인터메쪼는 길이가 점점 길어졌다. 그러다가 점차 오페라 부파로 발전하였다. 페르골레지의 '하녀 마님'(La Serva Padrone)은 인터메쪼였다. 그러나 나중에 오페라 부파의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페르골레지의 '하녀 마님'. 페르골레지 극장

 

오페라 부파에는 언제나 풍자가 넘쳐 있다. 주인공들은 인간으로서의 약점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어리석음, 허영, 탐욕, 허풍 등이다. 이들은 대체로 자기들이 현명하고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므로 여러가지 실수와 문제가 야기된다. 하지만 이들은 간혹 지배계급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서슴치 않으므로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 오페라 부파에서 액팅은 언제나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페라 부파는 하나의 라이브 쇼이다. 많은 사건들이 순간적으로 일어나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리둥절하도록 만든다. 오페라 부파에서는 대체로 각 막의 마지막에 출연자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것을 앙상블이라고 한다. 앙상블이란 말은 프랑스어로 '함께'라는 뜻이다.

 

오페라 부파는 나폴리에서 시작했다. 그후 이탈리아 전국으로 파급되었다. 특히 카니발 시즌에 인기를 끌었다. 18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부파로 이름을 날린 사람으서는 대본가인 카를로 골도니(Carlo Goldoni)와 작곡가인 발다싸레 갈루피(Baldassare Galuppi)를 꼽을수 있다. 오페라 부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본격 오페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18세기 말에 가서는 오페라 부파와 오페라 세리아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코믹한 내용이 넘쳐 있는 오페라 부파 스타일의 작품이다. 하지만 심각한(순수한) 면이 있기 때문에 오페라 세리아로서 구분되고 있다.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세빌리아의 이발사'(로시니)와 '사랑의 묘약'(도니체티) 등은 대표적인 오페라 부파이다.

 

'사랑의 묘약'에서 아디나와 네모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