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경희궁의 아침

경희궁의 명물 서암

정준극 2009. 4. 3. 23:50

경희궁의 명물 서암


태령전 뒤편 언덕에 커다란 바위가 있다. 내가 보기에는 특별하지도 않은데 사람들은 그 바위가 기이하게 생겼다고 말한다. 무엇이든지 특별하면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법이다. 커다란 바위도 특별한 모습이기 때문에 서암(瑞巖)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원래는 바위가 하도 커서 왕암(王巖)이라고 불렀다. 광해군은 왕을 상징하는 바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아서 그 자리에 경희궁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숙종의 생각은 달랐다. 숙종은 ‘왕암 좋아하네! 왕은 여기 있는데 또 무슨 왕이란 말인가?’라고 생각하고 이름을 서암이라고 변경했다. 숙종은 직접 瑞巖이라고 크게 써서 바위에 새겨두게 했다. 그러나 현재 이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 내려오기만 할뿐 숙종이 썼다는 글씨를 본 사람은 없다. 바위 안쪽에서 샘물이 나온다고 한다. 암천(巖泉)이다.


경희궁 뒤편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자연 그대로 남아 있어서 담장까지 연결되어 있다. 옛날 임금들은 자연 그대로의 바위를 무척 애지중지했던 것 같다. 창경궁에도 너럭바위라는 상당히 넓적한 바위가 양화당과 집복헌 사이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대단한 바위다. 

 

경희궁의 서암. 바위 안에는 샘물(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