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경희궁의 아침

경희궁의 금천

정준극 2009. 6. 18. 18:15

 비단처럼 흐르던 금천


궁궐에는 금천(禁川)이 있기 마련이며 금천이 있으면 금천을 건너는 다리가 있기 마련이다. 경복궁의 금천교는 영제교(永濟橋)라고 한다. 창덕궁의 금천교는 발음은 같지만 비단 금자를 써서 금천교(錦川橋)이다. 창경궁의 금천교는 옥천교(玉川橋)이다. 경희궁의 금천교는 창덕궁과 같은 금천교(錦川橋)이다. 금천교는 궁궐의 정문을 지나자마자 나온다. 경희궁의 정문은 흥화문(興化門)이다. 원래 경희궁의 흥화문은 숭정문과 숭정전이 있는 곳에서부터 상당히 동쪽으로 있었다. 현재의 새문안길에 있는 구세군 건물 자리 옆에 있었다. 일제는 경희궁을 없애려고 작심하고 흥화문을 해체하여 초대 조선총독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사당이었던 박문사(博文寺)의 정문으로 쓰기 위해 떼어갔다. 흥화문을 지나자마자 있는 금천교는 흙을 덮어 보이지 않게 매몰하였다. 서울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금천교를 발굴하여 2001년 원래의 자리에 복원하였다. 현재의 경희궁 흥화문과는 동떨어진 지금의 서울역사박물관 입구이다. 비록 현재의 경희궁에 속하여 있지는 못하지만 원래의 자리에 복원되었다는 것만해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모든 백성들은 그런 사연을 잘 알고 있어서 금천교를 볼 때마다 ‘아하, 원래의 자리가 여기였구나! 그놈의 일제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노?’라며 금천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것이다.  


경희궁의 금천교 


금천교는 복원하는 과정에서 일부 석재를 새로운 것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난간의 서수(瑞獸)들의 모습도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무지개와 같은 홍예는 옛 모습이다. 홍예에 설치한 이상한 얼굴 모습의 도깨비도 원래 모습이라고 한다. 도깨비상은 궁궐 밖으로부터 잡귀나 요괴가 궁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이다. 금천에 물은 흐르지 않고 있다. 기왕에 물까지 흐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창경궁 금천의 물은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경희궁을 탐사하려면 길가에 있는 금천교도 마땅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경희궁 금천교의 서수와 홍예문에 붙어 있는 도깨비 상들 

앞에 보이는 높은 건물은 구세군본영이다. 그 옆에 흥화문이 있었다